우리 삶에는 수단이 필요하다. 집도 필요하고, 친구도 필요하고, 무엇보다 돈이 필요하다. 그런데 필요한 이상으로 수단이 많아지면 삶의 기회는 줄어들고 우리는 그곳에 갇힌다. 새로운 삶의 길은 사라지고 꽉 막힌 갑갑한 삶만 남는다. 때로는 언제까지 돈을 벌면서 살아야 하는가 하는 갑갑함과 불안감에 젖는다. 이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삶을 갉아먹는다. 돈을 벌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돈에 더욱 집착하게 되고 이 때문에 결국 수단에 종속되고 만다. 돈을 주는 기관, 매체, 일에 영합하며 자신을 속이고 살게 된다. 그러면서 늘 이건 진짜 삶이 아니라며 공허한 불만들만 토해낸다. 자신이 종속을 선택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고, 안다고 해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이다. ---pp.73~74, 「저항하지 않으면 자신을 잃어버린다」 중에서
생기지도 않은 일로 걱정하는 것은 바보나 하는 짓이라는 메시지는 인생 대가들의 공통된 통찰이다. 세네카는 “가벼운 걱정은 말로 표현하고 엄청난 걱정은 침묵하라”고 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걱정거리는 게으름에서 오는 것이라며 스스로 근면할 것을 권했다. 또한 처칠은 자신이 만난 한 노인의 말을 빌려 “평생 수많은 걱정을 하며 지냈지만 대부분의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며 미리 걱정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쓸데없이 걱정하기보다 해야 할 일에 충실하라는 것이 현자들의 한결같은 조언이다. ---p.94, 「환상이 없으면 환멸도 없다」 중에서
사람은 나이가 젊을수록 인생에 뭔가 놀라운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놀라운 인생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행복을 얻기 위해 쾌락을 추구한다. 하지만 쾌락은 일시적인 것이기 때문에 인생의 행복을 증진해주지 못한다. 고통을 견디기 위해 쾌락을 추구하는 것도 잘못이다. 실재를 버리고 환상을 사는 꼴이어서 환상에서 벗어나면 고통은 더욱 커진다. 쇼펜하우어는 “우리가 행복하게 산다는 것은 가능한 한 괴롭지 않게, 간신히 견디며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쾌락이나 행복을 추구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고통도 사라진다. 얻으려고 하지 않으니 실패나 좌절, 근심과 걱정도 없다. 삶이 단순해진다. 이렇게 단순해진 삶을 통해 그가 추구하고자 한 것이 있다. 바로 정신적 소양을 갖추는 일이다. ---p.143, 「고통은 넘치는데 즐거움은 없다면」 중에서
현자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지 않을 것인가 혹은 무엇을 해서는 안 되는가에 집중한다.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지 않으면, 자연스럽게 해야 하는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을 할 것인가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이유는 가치관이 튼튼하지 않거나 생각에 여유가 없기 때문이다. 혹은 성취욕이 지나치게 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삼십대에는 조급한 마음에 서두르기 쉽다. 조급함은 젊음의 특권이지만 지나치면 좌절감만 남는다. 나이가 들수록 해야 할 일을 찾기보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가려내는 데 시간을 보낼 필요가 있다. ---p.164, 「없어도 될 것을 찾지 말고 꼭 필요한 것만을 소유하라」 중에서
평생 ‘너 자신을 알라’는 질문을 던지며 살았던 소크라테스야말로 자신이 누구인지에 대해 알 수 있는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그는 세상을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서 자신이 어떤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아는 것이야말로 진정으로 자기를 아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친절하게 자세한 설명까지 덧붙여준다. “자기를 아는 사람은 무엇이 자신에게 적합한지 스스로 알며,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를 분별하며, 또 어떻게 할 것인지 아는 바를 해냄으로써 필요한 것을 얻고, 모르는 것을 삼감으로써 비난받지 않고 불행을 피해 가는 것이라네.” ---pp.183~184, 「나를 안다는 것은 무엇일까」 중에서
염세주의자로만 알고 있는 쇼펜하우어는 자존심이 매우 강한 사람이었다. 자신은 엄청난 가치를 가진 사람이며 자신의 철학은 언젠가 사람들로부터 크게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리고 실제로 사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 무진장 노력했다. 하지만 당시 철학계는 헤겔이라는 슈퍼스타가 최고의 위치를 선점하고 있어서 쇼펜하우어가 설 자리가 마땅치 않았다. 엄청난 자부심을 가졌음에도 그는 늘 헤겔의 그늘에 가려 어둠 속에 머물러야 했다. 쇼펜하우어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계기는 그의 뛰어난 철학책들이 아니라 오히려 인생에 대한 자신의 경험과 생각들을 담아놓은 《인생론》이었다. 《인생론》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와 같은 뛰어난 철학을 담지는 못했지만 인생을 힘겹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고 덕분에 쇼펜하우어는 인생론 분야의 슈퍼스타가 되었다. 그에게 기회는 집중력을 발휘해서 몰입하던 곳이 아닌 인생론이라는 엉뚱한 분야에 있었다. “모든 부는 아주 작은 기회를 잡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는 자신의 말을 스스로 증명한 셈이다.
---pp.195~196, 「기회는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