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인이 왕의 명으로 저잣거리에서 참형을 당한다. 대신의 아내로서 다른 남자와 음탕한 짓을 했다는 것이 그 죄목. 여인은 전 관찰사의 아내 유녹주, 그리고 그녀와 사통한 남자는 개국공신의 장남이자 왕명을 출납하는 지신사 조서로다.
고려 멸명과 조선의 개국으로 혼란한 시기, 부모를 잃은 녹주는 먼 친척인 서로의 집에 맡겨진다. 엄한 아버지와 강퍅한 어머니 밑에서 지내던 서로는 녹주와 좋은 벗이 되지만, 서로의 어머니 경심은 녹주의 어머니 채심에 대한 질투와 열등감으로 녹주를 탐탁찮아 한다.
녹주를 귀애하던 청화당 노마님이 세상을 뜨자, 경심은 녹주를 개성의 작은 암자로 보내버린다. 이제 막 사랑에 눈뜬 두 사람은 기약 없는 이별을 하고, 녹주는 '수경심'이라는 이름의 비구니로, 조서로는 좋은 가문의 여인과 혼인하며 각자의 생활을 이어가지만, 두 사람 모두 서로를 잊지 못한다.
한편 사랑하던 아내와 사별한 후 작은 암자를 찾은 이귀산은 환속 후 절 살림을 돕고 있던 녹주에게 한눈에 반하여, 후처로 맞는다. 이귀산은 집안의 냉대로 웃음을 잃어가던 녹주를 위해 피리를 구하던 중 서로를 통해 옥피리를 구하고, 녹주와 만나게 한다. 녹주의 먼 친척이라고만 여긴 이귀산은 서로를 계속 집으로 초대하여 어울리고, 서로와 녹주는 마침내 삼십여 년을 간직해 온 사랑을 확인하지만, 세상에 허락 받지 못한 사랑은 파국을 예고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