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국에 있는 딸에 대한 그리움을 영어 사전을 사면서 달래셨을 내 아버지. 말기암을 앓다가 돌아가시기 열흘 전 우리 집으로 오셨고, 의식을 잃으신 아버지 옆에서 난 팔짱을 끼고 낮잠을 잤다. 사흘 후 아버지는 평안하게 돌아가셨다. 그전에 내가 작업실로 쓰던 방에서. 아버지가 의식을 잃으시기 전 우리는 작별 인사를 했다. 마지막 숨을 쉬실 때 나는 ‘사랑합니다’고 말씀드렸다. 그렇게 보내 드릴 수 있어서 고맙고 행복했다.《매뉴얼》을 옮기면서 난 케빈을 통해 아버지의 마음을 읽었다. 아버지가 마흔 살을 갓 넘긴 내게 일흔두 살까지의 매뉴얼을 남겨 주신 것 같았다. …… …… 《매뉴얼》의 번역 작업이 아버지와 나와 딸 유나의 대화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늘과 지상을 아우른 그 대화는 오래도록 잊지 못할 것이다. 역시 소설의 힘은 위대하다. --- 「옮긴이의 말」중에서
학교에서 남자 애가 가방을 들어줄지 물어본다면, 녀석이 진짜 하려는 말은 ‘너랑 섹스하고 싶다’란다. 그가 ‘잘 지내?’라고 물으면 진짜 하고 싶은 말은 ‘너랑 섹스하고 싶어’지. 널 쳐다보면서 그 녀석이 생각하는 것은…… 그래, 짐작이 되겠지…… 섹스란다. 그러니까 내가 말하는 핵심은…… 틴에이저 남자 애들은 호르몬이 터지려는 티백 같다는 거야. ― 「십대 남자아이는 터지기 쉬운 호르몬 티백과 같지」중에서 --- p.73
여자가 데이트 신청을 해도 좋은 방법과 나쁜 방법이 있단다. 꽤 까다로울 수 있지. 섬세하게 접근하렴. 먼저 하고 싶은 것을 말한 다음에, 예를 들면 ‘영화 보러 가고 싶어?’라고 말하고 나서, 영화는 남자가 고르게 하렴. 혹은 햄버거집에 간다면, 어떤 집에 갈지는 남자가 선택하게 해. 우리 남자들은 여전히 남자답고 싶어 하거든. --- p.98, 「어떤 일이든 좋은 방법과 나쁜 방법은 모두 있어」중에서
전에 여자친구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단다. ‘네가 날 사랑한다면 하게 해 줘. 알잖아…… 끝까지 가고 싶어……’라고. 옛날 여자친구가 말했지. ‘널 정말 사랑해. 날 사랑해?’ 나는 대답했어. ‘물론 널 사랑하지. 누구보다 사랑해. 그래서 너랑 이러고 싶은 거라고.’ 하지만 그 친구는 멋진 말로 한 방 날렸지. ‘케빈 베이츠, 날 사랑한다면 넌 기다려 줄 거야……. 그렇지?’ 옳은 말씀. --- p.123, 「날 사랑한다면 넌 기다려 줄 거야」중에서
다른 사람의 의견 때문에 네 관점이 흐려지지 않도록 노력해라. --- p.204, 「첫 데이트, 네 육감을 믿으렴」중에서
헤어지는 데는 왕도가 없고, 때로는 구구절절한 이유가 필요하지도 않단다. …… …… 하지만 이유를 굳이 알고 싶어 하는 남자라면 마조히스트, 즉 변태겠지. 그가 말해 달라고 고집을 부리면 ‘자기, 관계가 잘되지 않은 것뿐이에요, 미안해요’라고 말해라. …… …… 그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더 직접적으로 나가야겠지. 하지만 너무 깊이 얘기하지는 마라, 상황이 추해지기만 하니까. --- pp.247~248, 「애인과 헤어질 때는 구구절절 이유를 달지 마라」중에서
아무리 상황이 나빠 보여도, 전에도 말했다시피 ‘목숨이 붙어 있으면 희망이 있다’는 점을 명심해라. 이 점을 끌어안으렴. --- p.323, 「남자랑 여자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중에서
사랑이란…… 상대가 진흙탕에서 뒹굴다가 퇴비 더미에 처박힌 행색이더라도 좋아하는 것이지. --- p.327, 「남자랑 여자가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까?」중에서
이십대의 마지막 해, 그냥 흘려보내지 마라, 애야. 우스꽝스러운 짓을 해. 너무 이상한 짓은 아니지만, 하고 싶어도 이성 때문에 못하는 일 말이야! 넌 아직 젊으니까!
--- p.346,「이십대의 마지막 해, 그냥 흘려보내지 마라」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