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무겁고, 눈에 띄기 쉬운 이런 몸 구조는 네혹뿔매미에게 틀림없이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다윈의 진화론대로라면, 참신한 진화를 거듭해온 생물의 기능은 반드시 어떤 목적을 이루어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불필요한 것은 제거될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 뿔매미의 우스꽝스러운 장식은 그런 진화론의 논리를 비웃기라도 하는 것 같다. 그래서 늘 다윈주의자 대 창조론자의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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흉내문어는 사냥을 할 때는 연약한 생물로 위장해서 상대를 속이고, 적이 나타나면 유독성 생물로 모습을 바꾼다. 처한 상황에 따라 게, 가오리, 바다뱀, 쏠베감펭 등 여러 가지로 변신한다. ‘휴식 중인 해마’, ‘둥둥 떠다니는 해파리’ 연기 같은 것은 다소 어색한 면이 있지만, 흉내문어는 사람들도 그 존재를 오랫동안 눈치 채지 못했을 정도로 훌륭한 연기력의 소유자다. 그렇다고 해도 진화만으로 이런 기술을 익힐 수 있었을까? 방문객에 맞추어 그때마다 가장 ‘적절한’ 속임수를 부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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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넬리아의 유생(幼生)은 아직 암수로 분리되지 않은 상태에 있다. 그 시기에 성체인 암컷에 발견되면 암컷에게 삼켜져 암컷의 몸 안에서 수컷으로 성장한다. 수컷은 그 후 암컷의 자궁이라는 작은 방에서 일생을 보낸다. 수컷은 거대한 암컷에게 생존에 관한 모든 것을 맡긴다. 단지 암컷의 몸 안에서 알을 수정하기 위한 생식기관의 하나로 전락해버린 것이다. 21세기인 오늘날에도 부창부수 사상을 갖고 있는 남성들이 많다. 이런 남성들은 이 철저한 여존남비의 생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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