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면 총리 각하, 모든 점에서 모쪼록 높으신 배려가 있으시길 부탁드리겠습니다.'
인사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부찌는 일순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표정이 되더니 이어 불쾌한 표정을 역력하게 드러냈다. 이끼는 마침 날개를 활짝 편 공작을 보며 말했다.
'실로 아름다운 공작입니다. 일전에 총리께서 손수 먹이를 주시는 모습을 보고, 공작이 유달리 좋아한다는 배합사료를 갖고 왔습니다.'
이끼는 윗도리 양쪽 호주머니에서 두께 5센티미터 정도의 배합사료통 두 개를 꺼내어 테이블 위에 놓았다. 다부찌는 심중을 돌이킨 듯이 흘끔 눈자위를 굴리더니
'공작 먹인가? 자상하구먼.'
하며 상자의 봉합을 찢고는, 콩알 정도의 크기인 녹색 배합사료를 한줌 움켜 쥐어 유리문을 열고 공작을 향해 뿌렸다. 너덧 마리의 공작이 어디선가 순식간에 모여 쪼아먹었다. 두 개의 사료상자 속에 사료는 얼마 안되고 백만 엥짜리 돈다발이 5개씩 들어있었다. 소량의 사료를 서로 빼앗듯이 쪼아먹고, 날개를 폈던 한 마리가 그 예쁜 모습과는 어울리지 않게 꾸억 하는 시끄러운 울음소리를 내어 나머지 공작들을 쫓아버렸다. 이끼는 삭막한 느낌으로 다부찌 총리와 나란히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다.
--- p.329-330
"낫싱, 서"
제임스가 자기보다도 나이가 아래인 압둘 개발부장에게 이때만은 '서'라는 존칭을 붙여 대답하자, 압둘은 거만하게 끄덕이고는 이중봉투를 등뒤의 금고에 넣고 입찰서의 수령증을 내주었다. 금고에 간수된 입찰서는 정오 마감 후에 이란 석유공사 총재를 위원장으로 하는 입찰 위원회 앞에서 개봉되는 것이다.
정문에서 제임스와 헤어지자 효또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번잡한 시장 쪽으로 걸어갔다. 장사치의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면서 자기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이젠 설사 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여한은 없다고 스스로 타이르면서도 한편으로는 패할 경우 무슨 면목으로 도꾜에 돌아가겠는냐는 비장함이 엇갈렸다.
---p.143
"낫싱, 서"
제임스가 자기보다도 나이가 아래인 압둘 개발부장에게 이때만은 '서'라는 존칭을 붙여 대답하자, 압둘은 거만하게 끄덕이고는 이중봉투를 등뒤의 금고에 넣고 입찰서의 수령증을 내주었다. 금고에 간수된 입찰서는 정오 마감 후에 이란 석유공사 총재를 위원장으로 하는 입찰 위원회 앞에서 개봉되는 것이다.
정문에서 제임스와 헤어지자 효또는 불안한 마음을 안고 번잡한 시장 쪽으로 걸어갔다. 장사치의 시끄러운 소리를 들으면서 자기로서 할 수 있는 일은 다했다, 이젠 설사 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여한은 없다고 스스로 타이르면서도 한편으로는 패할 경우 무슨 면목으로 도꾜에 돌아가겠는냐는 비장함이 엇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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