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자의 목적은 분명하다. 인간이 본래부터 갖고 있는 선한 본성을 회복하고 잘 발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주면 어진 정치가 실현되어 좋은 세상이 도래한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함이었다. 맹자는 동물과 달리 다른 사람의 아픔을 함께 느끼는 인간만의 특질을 발견한 것이고, 그로부터 그의 왕도정치에 대한 주장의 논리적 근거를 찾은 것이다. 결국 ‘정치가인 당신의 본성은 원래 선한 것이니 그 본성을 회복해 싸우지도 말고 이해타산도 하지 말고 백성을 불쌍히 여기는 선정을 펼치라’는 주장이다.--- p.10
맹자의 정치사상을 한마디로 종합하면 인정(仁政), 즉 어진 정치다. 매우 추상적으로 들리지만 『맹자』에는 아주 구체적으로 인정의 내용과 실행방안 등이 설파되어 있다. 먼저 맹자의 인정은 힘과 이익의 정치에 반대한다. 부국강병이 모든 국가의 목표인 시대에 부국의 기초인 이익에 반대하고, 강병의 기초인 힘에 반대했으니 당연히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밖에 없다. 제자백가 가운데 맹자가 가장 배척했던 사상은 양주와 묵자, 법가였다. 양주와 묵가는 이익의 추구를 중요한 이론으로 삼고 있으며, 법가는 힘의 추구를 중요한 이론으로 삼는다. 맹자는 당시 유행하던 가장 현실적인 학설에 반기를 들어 허황되고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비난을 들어야 했다.--- p.12
재화가 인의의 정치를 실현하는 바탕이고, 백성과 함께 누리기만 한다면 그것이 곧 왕도라는 주장은 자칫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 풍성한 재화가 있어야 백성과 함께 누릴 수 있으므로 우선 이익을 창출하는 성장위주의 정책을 정치의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맹자가 정치가들에게 경계를 늦추지 말고 이익과 인의가 양립해 있을 때는 과감히 이익을 버리고 인의를 취하라 충고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익의 창출을 국가목표로 삼는 성장위주의 정책은 초기엔 공리(公利)의 이유로 추진되겠지만, 결국 사적 이익의 추구가 사회의 중심 가치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이는 인의라는 진정한 공의(公義)를 해치게 될 것이고, 모든 인간관계는 이해타산으로 이루어지게 될 것이다. 맹자가 보기에 이는 본성에 위배될 뿐만 아니라 오래 갈 수도 없고, 궁극적으로는 나라를 망하게 만드는 일이다.--- pp.51-52
맹자는 정치가들이 이익을 강조한 것에 반대한 것이지, 이익 개념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돌려 말하면 맹자는 정치가들에게 인의를 강조하라고 요구한 것이지, 인간의 성품이 인의 한 가지로만 구성되어 있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다. 맹자는 인의가 사람의 내부 성정에서 발현되는 것이라 믿었지만, 실제 외부 행위로 드러날 때는 차이가 난다고 생각했다. 인의(仁義)를 나누어 생각한 것이다. ‘인’은 내부적인 것이고 본래부터 그렇게 존재하는 것인데, ‘의’는 외부 환경에 따라 다르게 표현된다는 것이다. 『맹자』「등문공 상」편에서 맹자는 “자기 형의 아이를 친하게 대하는 것과 관계없는 이웃집 아이를 친하게 대하는 것 사이에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고 말한다. 그 차이를 없애 ‘인에 머물고 의에 따르는’ 이른바 ‘거인유의(居仁由義)’야말로 대인이 가야할 길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