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는 한숨을 폭 내쉬었다. “그럴게. 어쩌면 서당에 못 다니게 될지도 모르니까 빨리 물어봐야겠다.” “서당엘 못 다녀? 왜?” “응. 서당에서 독서왕 대회를 하는데 아마 내가 꼴등을 할 것 같아.” “꼴등 하면 서당에 못 다녀?” “응.” “언니가 일등 하면 되잖아?” “독서왕이 되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하는데 난 책이 없잖아.” 소의는 강의가 서당에서 공부한 것을 집에 와서 가르쳐 주는 것이 좋았다. 그런 강의가 서당에 다니지 못하게 된다면 큰일이었다. 소의는 앙증맞은 두 손으로 턱을 괴고 난처한 표정으로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훈장님, 어제는 너무너무 슬펐습니다.” “슬퍼?” “어제 주신 책에는 환곡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그게 왜 슬펐을꼬?” “이 책에서 말한 대로 되었다면…… 아버지께서 관가에 끌려가 곤장을 맞는 일이 없었을 것 아니에요? 어머니가 그리 슬피 우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요.” “허허. 강의 네가 이젠 책을 마음으로 읽는구나.” “네?” “차차 알게 될 게다. 아니 이미 알고 있는지도 모르지.” “무슨 말씀이신지, 가르쳐 주시어요.” “마음으로 책을 읽으면 책의 내용이 머리에만 머물지 않고 속으로 스며든다. 그리고 마음을 움직여 실천하고 행동하게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