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 우측에 언덕이라 할 수 없는 조그만 높이의 둔덕에서, 권총소리를 신호삼아 50여 정이 넘는 조선군 기병총이 러시아 기마들을 향하여 불을 뿜었다. 타탕, 탕, 탕, 탕, 탕! “히히힝!” “으악!” “아악. 기, 기습이다!” 타타탕, 탕, 탕, 탕, 탕. 요란한 총소리가 울리자, 조선군을 향해 돌격하려고 기세를 올리던 러시아 코사크 기마부대의 말과 사람이 함께 우수수 쓰러졌다. 천둥같은 총소리와 주변의 소란 때문에 총에 맞지 않은 말들도 미친듯이 날뛰다가 강으로 뛰어들거나 기수를 낙마시켰다. 코사크 기마부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중대 앞으로, 놈들을 모두 잡는다. 무기를 들고 반항하면 사살하라. 중대 앞으로, 앞으로 돌격.” 유리 안드로모프 중위는 자기가 막 돌격명령을 내리려고 하는 순간 요란한 총소리와 함께, 자기가 타고 있던 말이 앞으로 고꾸라지는 바람에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져서 정신이 가물가물했다. 아득히 먼 곳에서 비명소리와 고함소리가 들리는 듯도 한데 눈앞은 자꾸만 흐려졌다. 누군가가 자기를 흔들며 부르는 소리에 흐릿한 눈을 연신 껌벅이며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좀 전에 본 조선군 대위와 복장이 비슷한 조선군이 빙긋이 웃으며 자기를 흔들며 깨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