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 밖으로 트레이는 아트로포스의 생각에 동의하면서 내가 들고 있던 목걸이를 빼앗아갔다. 그리고 그 목걸이를 자신의 목에다 걸었다. 내가 발견한 목걸이를 자기가 냉큼 가져버리는 트레이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기는 했지만, 나한테는 그다지 필요없는 목걸이이기 때문에 트레이가 목걸이를 가지는 것에 토를 달지 않았다.
"트레이 씨, 앞으로 어떻게 하실 겁니까?" 난 목에 단 목걸이를 손때가 묻도록 만지작거리고 있는 트레이에게 그렇게 물었다. 하지만 트레이는 계속해서 목걸이를 만지작거리는 행위를 멈추지 않고 내 물음에 대답했다. "앞으로 뜻이 맞는 마법사들을 모아서 마나 폭풍 제거단을 만들 생각이다."
헐...... 난 포기할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래도 끝까지 해보겠다는 의지가 있구만. 하긴, 그렇지 않으면 내 마법 스승이라고 할 수 없지. "그럼, 몸도 잘 씻으세요. 그렇게 더러우면 마음이 맞는 마법사를 찾아도 같이 다니려고 하지 않을걸요?" "하하, 그렇구나. 귀찮지만 이제부터 씻고 다녀야겠다." "하지만 때가 너무 오래 묵어서 잘 씻어도 소용없을 겁니다." "웃기지 마라. 때가 잘 안 벗겨지면 돌로 문지르면 돼." "차라리 때를 칼로 긁어내시죠?" "너나 긁어라, 이 녀석아."
대화는 어느새 일상적으로 돌아와 있었다. 그것은 모두 부서진 목각 인형에서 모습을 드러낸 목걸이 때문이었다. 만약 그 목걸이가 없었다면 나와 트레이는 지금처럼 우스갯소리를 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 목걸이가 아트로포서의 말처럼 정말로 트레이의 아들이 아버지에게 남겨놓은 선물인지 어떤지는 알 수 없었지만, 중요한 것은 그것으로 인해 트레이와 내가 예전처럼 말을 터놓는 사이가 되었다는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더 이상의 설명은 나에게 필요가 없었다.
"저기......" 그때 열심히 서로를 헐뜯고(?) 있던 나와 트레이를 보며 오브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그래서 우리는 얼굴 가득히 '뭔 일이냐?'의 표정을 만들면서 오브를 내려다보았다. 그런 우리를 바라보던 오브는 잠시 망설이다가 마침내 마음의 결정을 내렸는지 한마디의 말을 불쑥 내뱉었다. 그 한마디의 말은 우리들 중 그 누구도 생각지 못한 것이었다. "전 트레이 아저씨를 따라가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