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억-! 수박 터지는 소리와 함께 흑기사의 뇌가 그대로 파열되고 말았다. 뚫린 양미간에서 피와 허연 뇌수과 분수처럼 쏟아졌다. 이상하게도 그것은 별로 잔인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머리가 완전히 터져 버렸다면 몰라도, 뚫린 양미간에서 피가 뿜어져 나오는 것은 나에게 별 감응을 일으킬 수 없었던 것이다. 사실 그것이 잔인하다고 느낄 새도 없었다. 지금 나는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총과 칼을 들고 적을 죽여야 하는 전쟁터에서 적을 죽이는 행위가 잔인하다고 생각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적을 죽이지 않으면 내가 죽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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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골드 드래곤을 향해 오른손을 들었다. 그리고는 천천히 주문을 외웠다. 아니, 그건 주문이 아니었다. 그 주문은 플라톤이 썼던 소멸 마법을 본따 읊은 것이지만 본래 주문과는 완전히 틀렸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난 생각나는 이미지대로 나불댄 것이었다.
'절대의 파멸, 파괴, 소멸. 나의 의지대로 명하노니.... 사라져라.'
주문이 끝남과 동시에 어느새 융합한 마력과 신력이 썰물빠지듯 사라졌다. 그렇게 내 몸안의 모든 마력과 신력이 빠져나갔을 때, ....... 사방이 고요해졌다. 골드 드래곤이 산산히 조각났기 때문이다. 피가 사방으로 퍼지기 직전, 그 핏방울 조차도 분해되어 사라졌다. 한마디로 완전한소멸. 흔적도 남지 않은 완벽한 소멸이었다. 크크크... 이제야 조용하군. 아주 짜증나게 하는 녀석이었어. 감히 나한테 화상을 입히다니 말이야. 게다가 찰과상까지 입히고. 크크... 아주 통쾌하군. 아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