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둑맞은 ‘자유민주주의’ 프레임!
특히, 이 책의 제목을 보고 ‘그럼, 야당이 좀더 우향우를 하자는 거야?’라고 생각하신 분들은 꼭 이 책을 읽어주기를 기대한다. 이 책의 제목에 관한 기본 전제를 먼저 말하고 본 글을 시작한다.
새누리당은 ‘자유민주주의’를 도둑질했지만 ‘자유민주주의’를 가지고 있지 못하다.
새누리당은 우리가 ‘자유민주주의’를 가질 수 없도록 방해했지만 자신들이 ‘자유민주주의’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의 것이 마땅함에도 한국 사회 어딘가에 숨어 있는 ‘자유민주주의’를 되찾아와야 한다. 이 책은 그 방법에 대한 모색을 담고 있다.
--- p.15~16
그래서 새누리당이 한 것이 무엇인가?
새누리당은 자유민주주의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사실을 왜곡한 프레임(frame)을 반복적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오랫동안 전파한 것이다. 그 결과로 자신들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유권자의 분할을 이룬 것이다.
새누리당은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등의 구호를 즐겨 애용한다. 북한(공산주의)에 반대한다고 곧 자유민주주의는 아니다. 오히려 ‘극우보수정치’는 ‘전체주의’라는 속성을 공유하는 공산주의와 닮은 면이 많다.(박근혜 정부가 국민과 학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추진하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바른 하나의 교과서’만 남기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단일 국정교과서를 사용하는 전 세계에서 몇 안 되는 나라가 아닌가!) 그러나 북한을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 표명은 공산주의자가 아닌 것을 공인받는 효과와 함께 자유민주주의자라는 착시를 강하게 불러 온다. 민주주의가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전체주의 국가’ ‘봉건적 국가’인 후진국들도 대개는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한다. 스스로 ‘전체주의 국가 ’‘봉건적 국가’라고 호명하는 나라는 없다. 즉, 현 세계사적 흐름 속에 공산주의(사회주의)를 제외하고 현실적 이념으로 인식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외에는 뚜렷하게 없다(물론, 각 나라가 자유민주주의를 구현하는 수준의 편차는 크다). 공산주의를 반대한다는 것은 자연스럽게 ‘자유민주주의’를 연상시키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북한의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는 강력하고 설득력 있는 프레임 효과를 만드는 것이다.
--- p.33~35
더불어민주당의 구성원 중에 상당수는 ‘자유민주주의’를 보수적으로 해석하고 있다. 즉, 자유민주주의를 상당히 보수적인 이념으로 한정해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자유주의가 마르크시즘을 낳았다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자유주의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인간의 근원적인 인권을 위해 태동한 사상이다. 그 자유주의에 ‘국민 주권’ ‘입헌민주주의의 제도화’를 부여한 ‘자유민주주의’를 ‘보수주의’ 정도로 해석하고 있는 것이다. 물론, 폭넓고 근원적인 가치를 담은 자유민주주의 이념은 ‘자유’와 ‘민주’를 해석하고 실천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상대적으로 보수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인의 평등, 자유, 인권을 침해하는 ‘독재적 전체주의’ ‘반공적 극우보수’의 극단적 편향은 이미 자유민주주의 기본에서 일탈된 것이다.
우습게도 자신들의 것인 ‘자유민주주의’를 자신들이 극우보수주의 세력이라고 규정하는 새누리당이 외치는 것을 보고 ‘자유민주주의 = 극우보수주의’라고 스스로 세뇌한 꼴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새누리당의 ‘가짜 자유민주주의 프레임’에 적극적으로 호응한 것이다. 한마디로 새누리당에 의해서 놀아나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 스스로는 새누리당의 극우보수적 행태를 비난하고 있기 때문에 새누리당의 낡은 가치와 싸우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유민주주의라는 소중한 아기를 극우보수라는 오염된 물과 함께 버리고 있는 것이다. 자신들이 새누리당의 ‘가짜 자유민주주의 프레임’에 빠져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다.
--- p.38~39
더불어민주당이든 국민의당이든 현 한국사회를 정상화시키기 위한 기본 맥락을 제대로 잡아야 한다. 한식집에서 자장면을 팔고 양식집에서 된장찌개를 팔고 있는 한국 정당정치의 비상식을 바로잡는 것이 시급하다. 그것이 이루어질 때 정책 경쟁, 노선과 비전의 경쟁이 본격화될 수 있을 것이다. 비정상은 비정상을 부른다. ‘새누리당의 가짜 자유민주주의 프레임’이 지배하는 사회에서 자장면 맛을 논하고 된장찌개 맛을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프레임을 재구성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사회적 변화의 출발점이 될 것이고, 야당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는 운동장이 될 것이다.
--- p.71
“프레임(frame)이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형성하는 정신적 구조물이다. 프레임은 우리가 추구하는 목적, 우리가 짜는 계획, 우리가 행동하는 방식, 그리고 우리 행동의 좋고 나쁜 결과를 결정한다.”
“프레임을 재구성한다는 것은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그것은 상식으로 통용되는 것을 바꾸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가 프레임의 재구성에 성공한다면, 이 30% 가량의 전체주의·반공주의 프레임에 갇혀있는 유권자를 구할 수 있을까? 나는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우리가 새롭게 제시하는 프레임조차도 이들에게는 자신들의 프레임과 대립되는 ‘불편한 사실’에 불과할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구성해야 할 프레임은 이 30%의 유권자를 제외한 나머지 유권자를 위한 것이다. 특히, ‘자유민주주의를 지향하는 30%의 중간층’과 ‘전체주의·반공주의에 느슨하게 묶여 있는 10%의 새누리당 지지층’을 위한 것이다. 나는 이것이 한국 정치를 바꾸는 실질적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 p.103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 할 점은 “우리가 자유민주주의자”라고 명징하게 선언하는 것이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해서 국민의 자유와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내세워야 한다. 그리고 ‘자유민주주의의 원칙과 정책’을 발표해야 한다. 그것에 반대하는 극우보수적 정치노선과 신자유주의적 경제노선을 자유민주주의의 이름으로 비판해야 한다. 정부정책의 대안을 발표한다고 말하지 마라. 우리는 비자유민주주의 정책의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 자유민주주의의 원칙과 정책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강조하건대 정책 그 자체로 중요한 것이 아니다. ‘자유민주주의’에 입각한 이념과 가치를 유포하는 것이 우선이다.
--- p.119
자유민주주의자의 정당은 어떠해야 하나? 자유민주주의의 근원적 가치가 구현되는 정당을 만들면 된다. 정당의 조직구성과 활동에서 ‘자유민주주의 원리’와 무관한 정당이 어떻게 자유민주주의를 사회적으로 구현할 수 있나? 자유민주주의자의 정당은 ‘자유’의 측면과 ‘민주’의 측면에서 기본적으로 보장되어야 할 요소가 있다.
첫째, 정당 내 정치 활동의 자유가 보장되어야 한다.
둘째, 자유로운 경쟁이 보장되어야 한다.
셋째, 경쟁의 과정이 공정해야 한다.
넷째, 당원주권이 확립되어야 한다.
다섯째, 당의 의사결정 과정이 민주적이어야 한다.
여섯째, 당내 특권과 기득권이 형성되지 않도록 민주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일곱째, 계파가 아닌 정파의 결성과 활동이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한다.
여덟째, 당직 선출이 민주적이어야 한다.
아홉째, 당원과 국민에 의해서 공직 후보가 선출되어야 한다.
열 번째, 당원의 의무와 권한이 명확해야 한다.
열한 번째, 예산의 집행과 보고가 투명하고 민주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열두 번째,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와 정책방향이 당 강령과 정강정책에 명문화되어야 한다.
열세 번째, 위의 내용이 당헌당규에 충실하게 반영되어야 한다.
열네 번째, 위의 내용을 위반하는 당원을 징계할 수 있어야 한다.
열다섯 번째, 윤리심판원의 독립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열여섯 번째, 당을 대표하는 자는 위의 내용을 준수해야 한다.
열일곱 번째, 당 대표를 포함한 주요 선출직을 탄핵할 수 있는 권한이 당원에게 있어야 한다.
--- p.155~157
2012년 19대 국회의원 선거, 더불어민주당은 부산의 18군데 지역구 중에서 2군데 지역구를 야권연대를 이루기 위하여 통합진보당에 양보했다. 16명의 더불어민주당 지역구 후보 중에서 득표율이 끝에서 1,2,4 위였던 후보들이 당 대표가 직접 발표한 ‘전략공천 후보’였다. 군소 정당이었던 통합진보당 후보를 포함해도 전략공천 후보들은 18지역의 야당 후보 중에서 득표율 기준으로 15,17,18 등을 했다. 더 문제는 더불어민주당은 3명의 전략공천 후보 외에도 모든 지역구 후보가 단수공천이었다. 부산 전 지역구가 경선이 없는 하향식 공천이었다. 전략공천은 상대당 후보를 꺾기 위한 효과적인 수단이 아니다. 당 주류 계파가 자기 사람을 공천하는 편리한 방법일 뿐이다.
--- p.174
더불어민주당은 낡은 정당문화가 만든 관념에 벗어나지 못하고 ‘승리를 위해서’는 ‘인재영입 파티’와 ‘하향식 공천’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국민들은 민주주의의 기본을 인지하고 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최고의 정당개혁은 국민에게 공천권을 돌려드리는 ‘상향식 공천’이다”라고 말한 것은 개인의 정치적 입지만을 생각한 것이 아니다. 국민들의 변화된 의식 수준을 읽는 눈도 새누리당이 더불어민주당보다 더 발달되어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국민들의 의식과 정서를 고려하여 ‘가짜 자유민주주의 프레임’을 짜고, 더불어민주당은 관념과 관습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프레임에 갇혀서 허우적거린다. 참여정부 이래 계속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제 더불어민주당은 선택해야 한다.
낡은 관념에 물든 얼굴을 씻고 ‘현대적 민주정당’ ‘자유민주주의 정당’으로 나아가야 한다.
--- p.198~1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