덜컹. 청와대 인근에 위치한 안가. 육중한 철문이 열리고 스르륵 검정색 승합차 한 대가 미끄러지듯 안으로 들어갔다. ‘또, 무슨 일로 날 부른 거지? 부를 이유가 없잖아?’ 일식은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일식의 공작으로 최철산 대통령이 다소 궁지에 몰리기는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정국은 다시 안정이 된다. 자신을 부를 이유가 없다. 일식은 아무리 궁리를 해 봐도 왜 자신을 불렀는지 알 수가 없었다. ‘혹시?’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말이 있지 않은가. 일식의 머리에는 어음 사기 사건을 이용해 수백억의 시세차익을 거둔 일이 떠올랐다. ‘씨바! 이럴 줄 알았으면 내 이름으로 계좌를 개설하는 게 아니라 이식이나 삼식이 이름으로 하는 거였는데. 아니, 그냥 아빠 이름으로 하는 거였는데. 아오! 돌아버리겠네.’ 부동산 투기는 부동산 개발이라고 우길 수나 있다. 하지만 대주거래를 이용한 시세차익은 어떻게 발뺌할 도리가 없었다. 빼도 박도 하지 못 하고 외통수에 딱 걸렸다. ‘아오, 미치겠네. 이거 어떻게 해야 하나? 한 푼도 쓰지 못 하고 고스란히 뺏기는 거 아니야? 아니지, 아니야. 뺏기기만 하면 다행이게, 감옥에서 친환경 무상급식 먹어야 할지도……! 일식은 급당황해 정상적인 사고도 하기 힘들었다. 자신의 나이를 망각한 채 형사처벌을 받을까 두려움에 벌벌 떨었다. 주가 조작을 해 시세 차익을 거뒀다고 즉, 작전을 했다는 죄목으로 감옥에 갈 까 잔뜩 겁을 집어먹었다. 일식은 도살장에 끌려가는 돼지마냥 잔뜩 풀이 죽어 저택 안으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