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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룡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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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룡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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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7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24쪽 | 300g | 120*172*16mm
ISBN13 9788960524866
ISBN10 8960524867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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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神)〉의 가호를 얻는 대신, 그 대가로 국왕은 처녀를 신에게 바쳤다.
제물로 바쳐지는 처녀는 〈신〉의 신부가 되기 때문에 고귀한 신분의 아가씨가 아니면 안 되었다. 하여 국왕의 딸들 중 미혼인 공주를 특별히 선발했다.
백성들 사이에서는 국왕에게 미혼의 딸들이 몇 명이나 있는데, 도대체 어떤 공주가 그 역할을 맡게 될는지 소문이 돌았다. 백성들은 누가 신부가 되더라도 그녀를 동정하고 가능한 한 잊지 않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러나 신부 행렬을 배웅하는 백성들이 본 사람은 순간 어느 공주인지 모를 만큼 낯선 아가씨였다.
혈색이 없어 투명하게 비치는 듯한 하얀 피부, 가늘게 떨리는 긴 속눈썹, 붉게 칠한 입술, 흑요석처럼 검고 윤기가 넘치는 머리칼, 모든 부분이 아름다웠다.
그 눈동자가 붉다는 점만 제외하면 신에게 바치는 제물로 이만한 아가씨는 없을 것이다.
왕국의 〈불길한 공주〉. 그 공주의 이름은 〈스미시로〉라고 했다.

조금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 보자.
소녀는 푸른 잎을 건드리고 있던 손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기묘한 울음소리가 들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이다.
‘늑대일까……?’
이런 대낮에 그럴 리가 없다는 이성적인 생각을 하는 동시에 소녀는 살짝 몸을 떨었다.
이제 막 17세가 된 소녀는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하얀 눈밭을 연상시키는 흰 피부에 연분홍의 입술, 단아한 이목구비를 갖추고 있었고, 깜빡이는 긴 속눈썹 아래에는 이 야마시로의 땅에서는 그 누구도 가지고 있지 않은 붉은 눈동자가 자리 잡고 있었다.
윤기가 도는 긴 머리는 뒤로 하여 느슨하게 하나로 묶었다.
이곳은 인가에서 멀린 떨어진 숲 한가운데로, 소녀가 웅크리고 앉아 있는 곳은 그런 숲 한가운데에 오도카니 서 있는 자택의 뒷마당이었다.
또다시 그 짐승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녀는 가느다란 눈썹을 찌푸렸다.
집으로 들어갈까 하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혼자뿐인 널찍한 집에 돌아가서 문을 잠그고 가만히 있기보다는 소리의 정체를 찾아내서 안심하는 편이 차라리 나았다.
소녀는 주변을 둘러보고는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서 괭이를 들고 짐승의 울음소리가 들리는 현관 쪽으로 빙 돌아갔다. 귀를 기울여 보니 숲 안쪽에서 바스락거리며 풀숲이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다. 괭이의 손잡이를 꽉 쥐고 잔뜩 긴장한 채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소녀는 자기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리면서 좀 더 거리를 좁혔다. 이 일대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숲 속에 나무 몇 그루가 부러져서 부자연스러운 공간이 드러나 있었다.
무엇인가가 몸부림치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마치 거대한 새가 날개를 퍼덕거리는 듯한 소리.
가까이 다가가서 그 정체를 확인한 순간, 소녀는 붉은 눈을 크게 뜨고 말았다.
‘〈신의 사자〉잖아……!?’
한마디로 말하자면, 〈그것〉은 새의 머리가 달린 새카맣고 거대한 박쥐였다. 그것도 부리가 긴 새다. 그 기다란 부리 안쪽으로는 날카로운 이빨이 죽 늘어서 있었고, 새라고 부르기에는 날개도, 그 앞에 돋아난 갈고리 발톱도, 꼬리의 길이도 전부 지나치게 컸다. 몸의 길이는 장정 두 사람이나 세 사람 정도의 키를 합친 것 정도일까.
〈신의 사자〉는 커다란 날개를 펼친 모습으로 몸부림치며 땅에 늘어져 있었다. 몸체에 비해 지나치게 큰 날개의 피막(皮膜)에는 갈라진 곳이 있었고, 피로 보이는 액체가 엉겨 붙어 있었다. 냄새의 원인은 그것이었던 것 같았다.
〈신의 사자〉는 소녀를 보고는 귀를 찢는 괴성을 질렀다. 마치 부상을 당한 짐승이 자신에게 가까이 다가오려는 자에게 위협을 주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날아올라 덮칠 만한 기력도, 몸을 일으킬 힘도 없는 것 같았다.
소녀의 마음속을 스친 것은 약간의 공포심과 연민이었다.
‘정말 심한 상처네. 게다가…….’
소녀는 미간을 찌푸린 후, 휙 몸을 돌려 돌아섰다. 자신의 집으로 돌아가자마자 괭이를 내던지고 그 대신 정원에서 재배하고 있던 약초를 몇 가지 뜯어 바구니에 넣고는 나무로 된 통에 물을 길어 담고 깨끗한 천을 걸쳤다. 두 손에 바구니와 통을 들고 〈신의 사자〉가 있던 장소로 서둘러 되돌아갔다.
원래는 하늘에만 사는 이 거대한 생명체가 지금은 땅에 축 늘어져서 가느다란 목소리로 울음을 내뱉고 있었다.
소녀는 한 걸음 한 걸음 신중하게 〈신의 사자〉 쪽으로 다가갔다.
그 순간 〈신의 사자〉는 길고 가느다란 머리를 치켜들고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냈다.
“괜찮아요. 해를 끼치려는 게 아니니까요.”
언제나 다른 동물들에게도 그렇게 해 왔듯이 가능한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신의 사자〉는 기다란 부리로 딱딱거리는 소리를 내면서 더욱 위협을 했다. 그러나 소녀가 다가가도 덮치려 들지는 않았다.
소녀는 더 가까이 다가가서는 통과 바구니를 조심스럽게 곁에 놓고 살며시 꿇어앉았다. 부상을 입은 〈신의 사자〉의 눈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저는 스미시로라고 해요. 당신을 구해 주러 온 거예요. 이제 안심해도 괜찮아요.”
〈신의 사자〉는 으르렁거리는 소리를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스미시로는 신경 쓰지 않고 상처 부위를 살펴보았다. 고통으로 인하여 날뛴 모양인지 상처 부위가 벌어져서 흙과 진흙으로 더러워져 있었다. 하지만 여기저기 부러진 화살들이 잔뜩 꽂혀 있어 상처보다 더 고통을 주는 듯 보였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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