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를 아내로 맞이해 아이를 낳은 패륜을 저지른 자기를 비롯한 인간에 대한 고민이 없었겠는가. 대개 괴물을 퇴치한 영웅들은 일찍 죽었다. 그러나 오이디푸스는 일찍 죽지 못했다.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해답을 얻어야했기 때문이다.
사실 스핑크스는 앞에서 말한 수수께끼를 낸 것이 아니다. 스핑크스가 정작 묻고 싶었던 것은 오이디푸스가 대답한 인간이 무엇이냐는 것이었다. 물론 오이디푸스가 인간에 대한 정의를 내리지는 않았다. 그러나 이 생각은 훗날 그리스 철학으로 이어졌고 여전히 사람들은 그 물음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
--- p.138
뱀에 의한 창조는 메소포타미아 신화가 원형
그리스 신화에서 수소와 함께 중요한 상징적 역할을 하는 것이 뱀이다. 이 뱀에 의한 창조는 원래 그리스 신화의 특징이 아니다. 그 원형은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신들을 낳은 것은 흔히 악룡이라고 불리는 티아마트(Tiamat)였다. 고대신화에서 용은 뱀과 거의 동일시된다. 티아마트는 모든 신의 어머니였다. 그러나 그리스 신화에서 우라노스와 크로노스가 권좌에서 물러난 것처럼 새로운 신들에 의해 티아마트 역시 권좌에서 쫓겨나고 살해되어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재료가 되었다.
제우스도 뱀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그는 신의 왕이 된 다음 자기의 누이인 데메테르에게 욕정을 품고 겁탈하려고 했다. 데메테르는 곡물의 여신으로 제우스를 피해 뱀으로 변신했지만 역시 뱀으로 변신한 제우스는 자기의 욕망을 실현시켰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훗날 지하세계의 여왕이 되는 페르세포네이다.
뱀이 뒤얽혀 관계를 맺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 케리케이온이라고 불리는 헤르메스의 황금지팡이이다. 헤르메스의 지팡이에는 뱀 두 마리가 지팡이에 몸을 감고 서로 마주보고 있다.
영원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뱀
그렇다면 왜 뱀이었을까. 뱀은 이중적인 상징을 지니고 있다. 먼저 <성서>의 '창세기'에 서 보듯이 인류를 타락의 늪으로 인도한 사악한 존재로 인식된다. 이는 뱀이 지니고 있는 외면적인 모습에서 기인한 것으로 다리가 없이 비늘이 덮인 몸으로 지면 위를 미끄러지듯 기어다니고 다른 동물과 떨어진 곳에서 사는 생물학적 속성이 여기에 첨가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봄이 되면 허물을 벗고 재생 또는 부활한다는 이미지가 적용해 영원한 생명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봄이 되면 초목이 푸르러지고 꽃이 피며 만물이 소생한다는 것은 뱀의 이미지와 그대로 결부된다. 그래서 페르세포네가 지하세계에서 귀환하는 봄이 되면 만물이 소생했다가 그녀가 지하세계로 돌아가는 겨울이 되면 초목은 시들고 만물은 황폐해진다는 신화가 생겨난 것이다. 곡물의 여신 데메테르가 딸 페르세포네의 귀환과 지하세계로의 복귀에 따라 기뻐하고 슬퍼하기 때문에 만물이 소생했다가 시들게 된다. 그리고 뱀은 생김새가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키는데 이 역시 생산력과 생명력을 상징한다.
지상과 지하의 교류를 위한 제우스의 계획
제우스는 데메테르에 이어 페르세포네와도 뱀으로 변신해서 관계를 맺어 디오니소스를 낳았다(널리 알려지기로는 세멜레가 디오니소스의 어머니이지만, 이탈리아 남부에서는 페르세포네를 디오니소스와 연관시키기도 한다). 제우스는 왜 이와같은 근친상간을 자행했을까. 그저 욕망에 휩싸여 어머니와 딸을 겁탈한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신들의 왕국과 세계의 질서를 위한 것이었다. 하데스가 조카딸인 페르세포네를 납치하기 위해 제우스에게 허락을 구하러 왔을 때 제우스는 흔쾌히 응락했다.
그것은 지상과 지하의 교류가 시작될 수 있는 계기였기 때문이다. 지하세계에 생명의 숨을 쉬는 페르세포네가 자리잡게 되면서 페르세포네라는 매개를 통해 지상과 지하가 서로 교통할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질서의 탄생이다. 이후 아내를 찾으려는 오르페우스, 어머니 세멜레를 구해내려는 디오니소스,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려는 헤라클레스, 페르세포네를 납치하려는 테세우스 등이 지하세계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영웅의 시대를 마감하기 위한 제우스의 행보
이러한 바탕을 둔 제우스의 행보는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에게도 이어진다. 제우스를 피해 온갖 동물로 변신하고 지구 끝까지 도망치는 네메시스를 제우스는 끝까지 쫓아가 관계를 맺고 헬레네를 잉태시켰던 것이다. 헬레네의 탄생은 지상에 엄청난 변동을 초래했다. 제우스의 입장에서 보면 그 역시 필연성에 따른 새로운 질서의 확립이었지만 인간, 특히 영웅의 입장에서 보면 대 파멸이었다. 그 계기는 헬레네였고 트로이 전쟁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트로이 성벽 아래에서 수많은 영웅들이 숨을 거두었고 이로 인해 영웅의 시대가 마감되었다.
--- pp163~165
뱀에 의한 창조는 메소포타미아 신화가 원형
그리스 신화에서 수소와 함께 중요한 상징적 역할을 하는 것이 뱀이다. 이 뱀에 의한 창조는 원래 그리스 신화의 특징이 아니다. 그 원형은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찾아볼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 신들을 낳은 것은 흔히 악룡이라고 불리는 티아마트(Tiamat)였다. 고대신화에서 용은 뱀과 거의 동일시된다. 티아마트는 모든 신의 어머니였다. 그러나 그리스 신화에서 우라노스와 크로노스가 권좌에서 물러난 것처럼 새로운 신들에 의해 티아마트 역시 권좌에서 쫓겨나고 살해되어 새로운 세계를 만드는 재료가 되었다.
제우스도 뱀의 이미지를 지니고 있다. 그는 신의 왕이 된 다음 자기의 누이인 데메테르에게 욕정을 품고 겁탈하려고 했다. 데메테르는 곡물의 여신으로 제우스를 피해 뱀으로 변신했지만 역시 뱀으로 변신한 제우스는 자기의 욕망을 실현시켰다. 이렇게 해서 태어난 것이 훗날 지하세계의 여왕이 되는 페르세포네이다.
뱀이 뒤얽혀 관계를 맺는 것을 형상화한 것이 케리케이온이라고 불리는 헤르메스의 황금지팡이이다. 헤르메스의 지팡이에는 뱀 두 마리가 지팡이에 몸을 감고 서로 마주보고 있다.
영원한 생명력을 상징하는 뱀
그렇다면 왜 뱀이었을까. 뱀은 이중적인 상징을 지니고 있다. 먼저 <성서>의 '창세기'에 서 보듯이 인류를 타락의 늪으로 인도한 사악한 존재로 인식된다. 이는 뱀이 지니고 있는 외면적인 모습에서 기인한 것으로 다리가 없이 비늘이 덮인 몸으로 지면 위를 미끄러지듯 기어다니고 다른 동물과 떨어진 곳에서 사는 생물학적 속성이 여기에 첨가되었다. 그러나 한편으로 봄이 되면 허물을 벗고 재생 또는 부활한다는 이미지가 적용해 영원한 생명력을 상징하기도 한다. 봄이 되면 초목이 푸르러지고 꽃이 피며 만물이 소생한다는 것은 뱀의 이미지와 그대로 결부된다. 그래서 페르세포네가 지하세계에서 귀환하는 봄이 되면 만물이 소생했다가 그녀가 지하세계로 돌아가는 겨울이 되면 초목은 시들고 만물은 황폐해진다는 신화가 생겨난 것이다. 곡물의 여신 데메테르가 딸 페르세포네의 귀환과 지하세계로의 복귀에 따라 기뻐하고 슬퍼하기 때문에 만물이 소생했다가 시들게 된다. 그리고 뱀은 생김새가 남성의 성기를 연상시키는데 이 역시 생산력과 생명력을 상징한다.
지상과 지하의 교류를 위한 제우스의 계획
제우스는 데메테르에 이어 페르세포네와도 뱀으로 변신해서 관계를 맺어 디오니소스를 낳았다(널리 알려지기로는 세멜레가 디오니소스의 어머니이지만, 이탈리아 남부에서는 페르세포네를 디오니소스와 연관시키기도 한다). 제우스는 왜 이와같은 근친상간을 자행했을까. 그저 욕망에 휩싸여 어머니와 딸을 겁탈한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신들의 왕국과 세계의 질서를 위한 것이었다. 하데스가 조카딸인 페르세포네를 납치하기 위해 제우스에게 허락을 구하러 왔을 때 제우스는 흔쾌히 응락했다.
그것은 지상과 지하의 교류가 시작될 수 있는 계기였기 때문이다. 지하세계에 생명의 숨을 쉬는 페르세포네가 자리잡게 되면서 페르세포네라는 매개를 통해 지상과 지하가 서로 교통할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새로운 질서의 탄생이다. 이후 아내를 찾으려는 오르페우스, 어머니 세멜레를 구해내려는 디오니소스, 주어진 과업을 수행하려는 헤라클레스, 페르세포네를 납치하려는 테세우스 등이 지하세계로 들어갈 수 있게 되었던 것이다.
영웅의 시대를 마감하기 위한 제우스의 행보
이러한 바탕을 둔 제우스의 행보는 복수의 여신 네메시스에게도 이어진다. 제우스를 피해 온갖 동물로 변신하고 지구 끝까지 도망치는 네메시스를 제우스는 끝까지 쫓아가 관계를 맺고 헬레네를 잉태시켰던 것이다. 헬레네의 탄생은 지상에 엄청난 변동을 초래했다. 제우스의 입장에서 보면 그 역시 필연성에 따른 새로운 질서의 확립이었지만 인간, 특히 영웅의 입장에서 보면 대 파멸이었다. 그 계기는 헬레네였고 트로이 전쟁으로 그 모습을 드러냈다. 트로이 성벽 아래에서 수많은 영웅들이 숨을 거두었고 이로 인해 영웅의 시대가 마감되었다.
--- pp163~1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