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옥길산들초에서 열 네분의 선생님들이 모여서 우리의 시 그릇, 전통 정형시인 시조시에 다양한 일상의 마음을 담는 시간을 가졌다.
"무엇보다 그동안 배움에서 벗어나 가르침에만 집중했던 나에게 큰 반성의 기회가 되었다. 가끔 수업을 준비하거나 진행하면서 교사의 능력이 아이들의 배움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몸소 느끼는 일이 많았으나, 피곤하고 귀찮다는 이유로 배움을 미뤄두었었다. 그저 가지고 있는 작은 능력과 지식을 어떻게 해서든 포장하여 시간만 때우려고 했던 것 같다. 하지만 연수를 들으면서 교사가 발전하지 않고 한 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미안한 일이었는지 반성하게 되었다. 시조를 배우고 함께 쓰면서나 스스로의 발전이 나만이 아닌 우리 아이들에게 영향을 준다는 생각을 강하게 했던 기회가 되었다." - 이승석 선생님
위로 外 · 정석광 울아버지 外· 정원자 할머니 外 · 진보라 그 사람 外 · 김지현 반성문 外 · 이승석 아빠 外 · 명별샘 가족사진 外 · 김선우 사랑해요 外 · 김지희 순수의 시대 外 · 신상희 잘 들어라 外 · 최형윤 옛사람 外 · 강소영 할머니의 마음 外 · 정기중 아기깡아 서인이 外 · 이길종
탐진강 굽이굽이 흘러온 바람이여 하얗게 서리내린 이 나이 살아보니 나 여기 멈추어 서서 부끄러움 씻으리 무엇을 얻으려고 그리도 달렸던가. 누구를 위하려고 욕심은 부렸던가 나 여기 무릎을 꿇고 눈물을 쏟으련다. 탐진강 물안개 하얗게 피어오를 때 반짝이는 물결위로 그리움 반추하며 이제는 새벽아궁이 온기로 채우리라.
(정원자 선생님의 시조시, 탐진강 전문)
이번 기회를 통하여 시조가 학교 교육과정에 녹아들 수 있는 훌륭한 교육 소재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연수를 듣기 전, 나에게 시조는 재미없고 어려운 것이었고 그것이 아이들에게도 전해져 우리 반 아이들도 시 수업 자체를 어려워했었다. 하지만 이번 연수 후에는 시조를 교육과정에 좀 더 녹아들게, 그리고 모두가 쉽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실제 연수 후에 나는 국어 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시조를 직접 써보는 시간을 가졌다. 아이들에게 시조의 대략적인 형식과 다양한 예시를 보여주고, 자유로운 주제로 시조를 써보고 다 같이 이야기를 나눴다. 수업하면서 느낀 점은 학생들의 시조를 보면 어른들보다 유연한 사고를 가지고 있고, 잘 써야 한다는 부담감이 적어 재미있고 독창적인 작품이 나온다는 것이었다. 아이들은 친구들의 시조를 읽으면서 때론 웃기도 하고, 때론 진지하게 생각에 빠져들기도 하며 그렇게 또 한층 더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내가 어려워 그동안 가르치기를 기피했었는데 아이들의 무한한 가능성과 교사 본인의 노력의 필요성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이승석 선생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