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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괜찮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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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괜찮은 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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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36쪽 | 138*210*20mm
ISBN13 9791158963477
ISBN10 11589634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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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청춘의 지도 한가운데 존재했던 해변 여인숙. 녹슨 파란 대문을 단, 일곱 칸의 방이 딸린 낡은 여인숙. 인연의 사슬에 얽혀 있는 누군가에게 난 이렇게 말해주어야 할지도 모른다. 비록 지금은 사라져 그 흔적조차 찾을 수 없지만, 여인숙이 있던 그 바다에 서면 새로운 인연의 뱃길이 열릴 것이라고. 그 항해가 순항일지 난항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 운명 앞에, 샨티, 샨티, 샨티.”
---「해변 여인숙」중에서

“정체된 도로 한가운데에서 전진도 후진도 할 수 없는 처지가 막혀버린 생의 지도처럼 가슴을 옥죄어 온다. 생은 작은 조각부터 큰 윤곽까지 모든 것이 닮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부분은 전체를 향한 메타포이고, 오늘 하루는 내 지옥도의 기하학적 구조 속의 한 조각 닮은꼴이다. 같은 생각이 말장난처럼 꼬리를 문다.
---「비누」중에서

“저수지만큼 평온하고 호젓한 공간은 없었다. 잔잔한 수면은 내게 사변의 노트가 되어주었고, 아득한 황혼의 하늘은 두고 온 것들에 대한 그리움을 간절히 앓게 해주었다. 이방인들의 일탈과 도회의 번다함은 가끔 구경하는 것만으로 되었다. 애써 피해온 것들을 다시 마주칠 필요는 없었다. 나에겐 스스로와 맞설 마음의 뼈대가 중요했다. 그것을 만들기 위해 이 변방으로 자진해 밀려온 것이 아닌가. 아프다고 소리쳐도 누구도 내 목소리를 들을 수 없는, 첩첩산중의 산을 헤치고 들어온 이역(異域)의 땅.”
---「저수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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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는 무엇보다도 습관적인 우울과 피로에 시달리면서도 계속 자신의 상실과 공허를, 회한을 감내하면서 쓰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그 자체가 어쩌면 낯설고 희미한 희망의 증거일지도 모른다. 그 고백(쓰기)의 소실점에서 마주하게 되는 것은 결국 타인 것이다. ‘나’의 삶으로는 타인의 삶에 접근할 수가 없지만, 타인의 삶으로는 ‘나’의 삶을 다시 볼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소설집의 모든 작품이 일인칭으로 적힌 이유일 것이다. 인간은 자신에게 몰두하다가 타인을 에둘러서야 겨우 자기 자신을 발견한다. 그런 ‘타인’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인문적 의미의 성장일 것이다. 곤궁한 삶을 흔드는 아이에게서 오히려 위로를 받는 ‘나’의 역설처럼 말이다.

이정현(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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