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 양극화 추세에서 볼 수 있는 엘리트 집단과 유권자 집단 간의 이러한 격차는 피오리나와 에이브람스가 말하는 분절(disconnect)이라는 관점에서 대의제 민주주의 정치과정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Fiorina and Abrams 2009). 즉, 메이휴(David R. Mayhew) 등의 고전적 논의에 따르면 대의제 아래서 정치적 대표자들은 자신들을 선출한 유권자들의 정책적?이념적 선호를 정책결정과정에 반영하기 마련이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유권자 집단의 이념적 선호는 중도에 가깝게 머무르고 있거나 큰 변동이 없을 때 그들을 대표하는 정치 엘리트들의 선호만 극단에 가까운 곳으로 이동한다면, 이것은 결국 정치적 대표자들의 정책적 입장이 유권자들의 정치적 선호로부터 이탈해 가는 것일 수도 있다. 만약 양극화 현상으로 인해 정당 엘리트와 일반 당원 사이의 이념적 선호 차원에서 괴리가 확대된다면, 그것은 결국 대의제 민주주의 작동에 근본적 위협으로 제기될 수도 있을 것이다.(26)

미국 의회 양극화는 최근의 총기규제법안 상원 통과 실패, 연방정부 일시폐쇄 사태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미국정치의 교착상태(stalemate)를 더욱 악화시키고, 산적한 논쟁적 이슈들을 풀어 갈 주도적 협상세력의 부재를 장기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한국의 경우에는, 여전히 국회의 국정 운영능력이 부족하고, 대통령제하에서 정당 건설의 역사 또한 일천할 뿐만 아니라, 국회 내 정당들의 극단적 반목으로 인해 소속 국회의원들이 주로 문제해결의 정치협상보다는 입장 차이만 극대화하는 보여주기식 정치에 더욱 열중하는 경향이 크다(Bianco 2000). 의회정치의 양극화는 더욱이 한미 양국 모두 뉴미디어 정치 시대를 만나면서 트위터, 페이스북, 유튜브 등 소셜미디어(social media)를 통해 갈등이 과거보다 쉽고 빠르게 증폭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결국, 이념적 측면과 소통적 측면 모두 의회 양극화를 완화시키기에는 불리한 환경을 가져온 것임에 틀림없는데, 뉴딜 시대의 적극적 정부 리더십에 대한 신뢰 또한 현대 한미 양국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데에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할 것이다.(60-61)

새로운 사회운동의 성과는 다양한 사회구성원들로부터 폭발적인 참여를 이끌어냈다는 점과 새로운 현안들을 정치적인 의제로 부각시켰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문제는 새로운 사회운동의 시작이 현안의 제기와 참여자들에게 참여 경험을 제공하는 등 다양한 가능성을 보여 주고 있지만 그것이 제도정치권의 변화, 보다 근본적으로는 대의제 민주주의의 작동방식을 바꾸는 데에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사회운동은 다양한 관심 사안을 표방하고 있기에 참여자들을 지속적으로 결집하고 이를 통해 운동의 영향력을 지속시키는 데 한계를 보이고 있다.(98-99)

한국사회에서 ‘이민’ 또는 ‘이주’라는 보편적인 용어가 사용되는 대신 ‘다문화’라는 표현이 사회적 담론을 압도하고 있는 데에서도 단일민족과 순혈주의적 전통을 중요시하는 배타성을 엿볼 수 있다. 따라서 이민에 대한 태도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도 선택적?자발적 요인보다는 귀속적 요인이 압도적인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의 경우 단일민족이라는 개념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민에 대한 태도를 형성하는 데 있어서도 공통 조상과 혈통을 중시하기도 하고 관습과 제도의 준수를 강조하기도 하는 이중적인 기준이 동시에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 다양한 시각과 관점을 통해 한국 정치에 해법 제시<br/><br/>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60주년이 지난 현시점에서 한미 양국의 정치과정에서 핵심 영역과 이슈에 대한 심도 깊은 비교 분석을 실시한 연구서인 ??도전과 변화의 한미정치: 과정과 이슈??가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에서 미국학총서의 하나로 발간되었다. 이 책은 한미정치를 현대 민주정치에 있어 필수불가결한 정당·의회·사회운동이라는 세 가지 영역과 이민·복지라는 두 가지 이슈로 구분하여 양국 간의 차이점과 유사점을 탐색하고 있다. 이 책은 한미 양국을 비교한다는 큰 분석틀 안에서 다양한 시각과 관점에서 한국과 미국의 정치과정을 비교 분석함으로써 보다 풍부한 설명을 제공하고 있다. 한미 양국의 정치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서의 발간은 한국정치와 미국정치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창출할 뿐 아니라 미국정치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통해 한국적 상황에 대한 함의를 도출해 내고 한국정치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해법을 모색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br/><br/>● 한미 비교의 세 가지 영역: 정당, 의회, 사회운동<br/><br/>1부에서는 정당, 의회, 사회운동의 세 영역에서 한국과 미국을 비교, 분석한다. 한미 비교의 첫 번째 영역인 정당의 경우, 양국은 정당 양극화라는 동일한 현상을 경험하고 있다. 우경화한 미국의 공화당과 좌경화한 한국의 민주통합당 모두 대선에서 패배했다는 유사점은 양국의 정당 양극화 현상에 대한 보다 심도 깊은 비교 분석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이러한 문제의식 아래 1장에서는 한미 양국에서 나타나고 있는 정당 양극화 현상을 정치 엘리트와 유권자 수준에서 각각 비교하여 정치엘리트의 양극화 현상이 더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음을 지적한다. 미국 유권자 수준에서도 정치적 양극화 증대가 나타나기는 했지만 그 정도는 결코 미국 정치 엘리트 수준의 변화에는 미치지 않았으며, 한국 유권자 수준의 정당 양극화는 2000년대 이후 오히려 다소 감소해 왔다는 것이 저자의 해석이다. <br/>한미 비교의 두 번째 영역은 의회로, 2장에서는 미국 의회정치의 양극화 전개 과정을 역사적 맥락을 통해 살펴보고, 양극화 요인을 정치과정과 제도 차원으로 나누어 설명한다. 의회정치의 양극화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갈등이 과거보다 더 쉽고 빠르게 증폭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이념적 측면과 소통적 측면 모두 의회 양극화를 완화시키기에는 불리한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미국 뉴딜 시대의 적극적 정부 리더십에 대한 신뢰마저 현재 한미 양국에서 찾아보기 어렵다는 데에 더욱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것이 저자의 결론이다. <br/>한미 비교의 세 번째 영역인 사회운동을 다룬 3장에서는 미국의 좌파 풀뿌리 시민운동인 ‘월가점령대운동’, 보수 우파의 풀뿌리 시민운동인 ‘티파티운동’과 2008년 한국의 촛불집회를 비교 분석한다. 강력한 투쟁력, 창조적 투쟁 방식 등 양국의 사회운동의 공통점과 함께 이들 운동의 확산에 인터넷과 소셜미디어가 일정한 역할을 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저자는 새로운 사회운동이 공통적으로 제도정치권에 대한 불신에서 등장하였고, 운동 참여자의 높은 정치적 관심과 효능감을 기반으로 대의제 민주주의 작동방식의 변화를 촉구하면서 활성화되었다고 평가하고 있다. 소통과 교류를 중시하는 수평적 네트워크 구조, 동원보다는 구성원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통한 협의 중심의 의사결정과정은 새로운 사회운동의 가장 특징적인 모습이라고 요약하고 있다. <br/><br/>● 한미 비교의 두 가지 이슈: 복지와 이민<br/><br/>2부에서는 이슈별로 한국과 미국을 비교 분석한다. 첫째 이슈인 복지는 한미 양국에서 중요한 화두다. 4장에서는 복지자본주의 유형 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는 한국의 복지체제와 상대적으로 유사하다는 실증적 평가를 받고 있는 한편, 한국이 지향 또는 지양해야 할 복지체제로 이념적 정향에 따라 상반된 평가를 받고 있는 미국의 복지체제에 대해 분석한다. 이와 같은 분석을 통해 한국 복지체제에 대해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br/>‘용광로 사회’를 지양하고 ‘샐러드 볼 사회’를 향해 나아가고자 했던 미국은 최근 불법 이민 문제, 반이민 정서, 공화당과 민주당 간의 의견 차이 등으로 포괄적인 이민개혁에 거듭 실패하고 있다. 한편 단일민족으로서의 자부심을 강조하던 한국은 외국인 노동자의 유입과 결혼 이주 여성의 증가로 다문화사회로의 급격한 변화를 겪고 있다. 5장에서는 이민자로 이루어진 국가와 단일민족국가라는 대조되는 뿌리를 갖고 있는 한미 양국이 21세기에 들어와서 어떠한 과정을 거쳐 이민 국가로의 유사한 과정을 밟고 있는지 심도 깊은 비교 분석을 통해 다문화사회로 슬기롭게 전환하기 위한 해법을 모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