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아빠들의 십계명
1. 나는 지금 이 순간부터 뱃속의 아이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애정과 관심을 쏟을 것이다.
2. 나는 뱃속의 아기가 무한한 능력을 가진 존재임을 믿으며, 그 능력을 발휘하도록 도울 것이다.
3. 나는 결코 내 아이가 천재나 영재로 태어나야 한다고 아기 엄마나 태아에게 그리고 나 스스로에게 강요하지 않을 것이다.
4. 나는 아기 엄마에게 절대로 화를 내지 않을 것이다.(단, 임신 동안만)
5. 나는 시간과 장소를 뛰어넘어 아기 엄마가 먹고 싶은 것을 구해오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6. 나는 태교와 출산, 육아 문제로 아기 엄마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을 것이며, 나 역시 그로 인해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것이다.
7. 나는 지금 이 순간부터 어떤 형태의 사회적 부정부패도 개입하지 않을 것이다.
8. 나는 내 아이에게는 내가 살아온 환경보다는 나는 환경을 물려주도록 노력할 것이다.
9. 나는 내 아이가 나보다 잘난 아이가 되기보다는, 나보다 더 조화로운 인간이 되길 기도할 것이다.
10. 나는 임신과 출산 그리고 육아에 따르는 모든 고통을, 그것들이 주는 기쁨과 함께 아내와 공유할 것을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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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아기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출산 방법이 무엇일까를 놓고 고민하게 됐다. 이곳 저곳을 수소문하던 중, 우린 수중분만을 실시하는 병원이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곳을 찾아가 상담을 했다. 그리고 수중분만이 우리 현실에서 '폭력 없는 탄생'에 가장 가까우며, 아기에게 출산의 아픔을 덜 느끼게 하는 최선의 선택이라는 걸 알게 됐다. 그래서 우리 부부는 수중분만을 결정했다.
이후의 일정은 순조로웠다. 태교는 계속되었고, 우리 아기는 물(양수)에서 물(수중)로 태어났다. 수중분만으로 태어난 대부분의 아이가 그렇듯이, 우리 아기도 태어날 때 울지 않았다. 호기심에 가득한 눈망울을 굴리며 온화한 분위기 속에서 탄생했다. 엉덩이를 때리는 손도, 환한 분만실 불빛도, 시끄러운 소리도 없었다. 처음 본 아기의 눈빛을 나는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수중분만을 선택한 것은 태교를 완성하기 위해서였다. 우리 부부가 임신 기간 내내 바랐던 것은 '사랑이 가득한 아이, 건강한 아이'로 태어났으면 하는 것이었다. 무슨 영재 태교니 뭐니 하는 것에 관심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역시 핵심은 사랑이었다. 산모와 가족, 의사에 앞서 뱃속의 아이를 중심으로 태교와 출산을 생각했다. 나는 수중분만이 사랑의 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수중분만을 통해 열 달의 태교를 지켰고, 그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아기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논다. 나는 나의 이 소중한 체험을 이 땅의 모든 예비 아빠들을 위해 책을 쓰기로 결정했다. 앞 부분은 수중분만과 출산에 대한 체험을 실었고, 뒤에는 태교를 해오면서 실제로 겪고 보아왔던 내용을 담았다. 그러나 워낙에 전문지식이 부족해 어려움이 많았다. 부끄러울 뿐이다.
--- '책머리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