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5년 경남 거창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서울대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박사과정에 재학중이다. 1996년《문학과 사회》여름호에『우리는 헤어졌지만』,『너의 초상은』,『그 시를 찾아서』를 발표하면서 문단에 데뷔했다. 소설집으로『고양이의, 고양이에 의한, 고양이를 위한』이 있다.
현선은 조용히 일어나, 지훈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지훈의 얇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뺨에선 섬세한 경련이 일었다.
「정말 이거야말로 표절이군. 그러나 나는 너의 텍스트의 인물처럼 기뻐하진 않겠어. 난 그 잘난 이반이 아니니까 너의 공상을 만족시켜줄 수가 없어.」
현선은 아무 말 없이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신기하게도, 그의 머리칼은 어린애의 그것처럼 가늘고 부드러웠다. 그녀는 이제 완전히 창백해진 그의 얼굴에 손끝을 댔다. 아직도 화끈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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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기어이 그녀를 향해서 구체적인 뉘앙스를 띠는 '사랑'을 말했다. 그는 탈진해버렸다.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그의 검은 눈동자가 형광등 아래에서 번득였다. 그녀는 조용히 일어나서 두발짝쯤 걸어와 그 앞에 무릎을 세우고 앉았다. 그의 눈은 그녀의 눈보다 조금 높은 곳에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허벅지가 그의 다리에 닿는 순간 흠칫했으나 곧 아무렇지도 않게 됐다. 현선은 10초간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5초 동안은 고개를 숙인 채 그녀의 시선을 견디더니 나머지 5초는 그녀의 눈을 응시했다. 술에 취한 듯 벌겋게 달아올랐던 얼굴이 다시금 하얗게 되었다.
현선은 조용히 일어나, 지훈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지훈의 얇은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의 입술이 파르르 떨리고, 뺨에선 섬세한 경련이 일었다.
「정말 이거야말로 표절이군. 그러나 나는 너의 텍스트의 인물처럼 기뻐하진 않겠어. 난 그 잘난 이반이 아니니까 너의 공상을 만족시켜줄 수가 없어.」
현선은 아무 말 없이 그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신기하게도, 그의 머리칼은 어린애의 그것처럼 가늘고 부드러웠다. 그녀는 이제 완전히 창백해진 그의 얼굴에 손끝을 댔다. 아직도 화끈거리고 있었다. 그는 소나기를 맞은 소년처럼 위태롭게 여윈 어깨를 떨고 있었다. 그녀는 그의 열렬한 고함 소리를 듣고 싶었고(그 열렬함에는 작위적인 구석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거기엔 생명의 울림이 있었다.), 그가 자기 앞에서 격렬한 파열을 겪는 것을 보고 싶었고, 발가벗은 그의 모습을 보고 싶었다. 이 사람도 나와 같은 애송이요, 미성년에 불과하다는 것을 확인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