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 최고는, 캐롤라인에게 딸이 하나 있다는 것이다. 이름은 애슐리이고, 나보다 한 살이 많다. 나는 애슐리와 몇 번밖에 만나지 못했다. 애슐리는 무척 예뻤지만, 귀가 잘 안 들리는 것 같았다. 내가 얘기 좀 하려 할 때마다 저만치 그냥 걸어가 버리거나 텔레비전 볼륨을 엄청 크게 키웠다. --- p.12
그런데 1년 6개월 전, 아빠가 엄마를 앉혀 놓고 말한 딱 한 마디가 우리 집을 산산조각내고 말았다.
“난 게이야.”--- p.18
정말 거지 같은 하루를 보냈다. 과학 시간에 쪽지시험을 망쳤다. 그리고 로렌이 뽕 브라를 입는다는 소문을 퍼트리는 것 말고 내게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는데도, 로렌은 그게 내 잘못인 것처럼 굴었다. 종이 울렸을 때 로렌은 나랑 말조차 안 섞으려 했다. 게다가 그 애는 린제이, 아미라, 그리고 요코까지 자기편으로 만들어 나랑 말하지 못하게 했다. --- p.77
나는 정말로 사람들의 외모를 잘 판단할 수 없다. 하지만 그런 나조차도 필이 잘생겼다는 건 알 수 있었다. 필과 캐롤라인이 부부였을 때, 두 사람은 분명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을 것이다. 우리 아빠는 정말 끝내주는 사람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한 외모는 아니다. 사실 난 그 점이 기분 좋았다. 캐롤라인이 아빠의 외면뿐 아니라 내면과도 사랑에 빠졌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이다. --- p.82
하지만 7학년이 시작되었을 때, 새롭게 변한 내 외모가 기이한 힘을 발휘한다는 사실을 잽싸게 알아차렸다. 그건 그러니까, 남자애들과 여자애들 모두 새로운 내 모습을 보고 경외심을 살짝 느끼는 것 같았다. 얼마 뒤 나는 내 장점으로 적극 활용했는데, 누구라도 그랬을 거다. 그러자 즉시, 나는 100퍼센트 확실하게 사다리 꼭대기에 올라섰다. --- p.116
느닷없이 내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눈물을 흘리지 않으려 안간힘을 썼다. 모든 것이 평범했던 예전에 아빠는 나를 항상 안아주곤 했다. 그러니까 우리는 자주 안아주는 가족이었다. 그리고 그건 너무 친숙하고 안락하고 따뜻하고 안전한 느낌을 주었다. 하지만 금세 눈가의 물기가 가심과 동시에 다시 분노가 파도처럼 밀려왔다. 이 사람은 그 모든 걸 망친 장본인이었다.--- p.227
내 가장 큰 소망은 이미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이제 서로를 가족처럼 느끼기 시작했으니까.
정말 멋진 크리스마스 연휴였다.
아직까지는.
--- p.29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