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시절에 베로나가 배경인 셰익스피어의 『로미오와 줄리엣』에 관한 강의를 들은 나로서는 발코니에 나와 있던 줄리엣과 위를 쳐다보면서 사랑의 대화를 나누었을 로미오의 모습을 상상해 보았다.
--- p.38

단테가 생전에 베로나를 떠돌았다면 라벤나는 그의 고단한 육신과 영혼을 편안하게 내려놓고 영면한 곳이다.
--- p.43

‘산 페르민 축제’라고 불리는 소몰이 행사는 어떻게 이루어지는 것일까? 매년 7월 6일부터 7월 14일 사이에 실시되는 소몰이 행사인 팜플로나 ‘산 페르민 축제’는 투우에 쓰일 소들이 수백 명의 사람들과 뒤엉켜서 사육장으로부터 투우장까지 약 800m의 거리를 질주함으로써 팜플로나 시 전체를 스릴과 흥분, 격정으로 몰아넣는다.
--- p.119

헤밍웨이는 정말 팜플로나를 좋아했던 것 같았다. 시내 중심지에 카스티요 광장이 있고 그 광장 북쪽에 ‘이루나(Iruna)’라는 카페가 있는데 헤밍웨이는 그곳에 자주 들러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 이 단골 카페는 그의 작품인 「해는 또다시 떠오른다」의 배경이 되기도 해서 더 유명해졌다.
--- p.121

영국의 국토 면적은 작아서 한반도의 1.1배밖에 안 된다. 2015년 독일을 여행해 봤기 때문에 짐작할 수 있는데 영국도 한 도시에서 다른 도시로 여행하는데 그리 시간이 많이 걸릴 것 같지 않았다. 왜냐하면 통일 독일의 면적은 한반도의 1.6배라서 그곳에서도 도시 간의 기차나 자동차 여행이 지루하지 않았는데 영국 국토 면적은 그보다 훨씬 작았기 때문이다.
--- p.143

독신으로 일생을 보낸 도로시는 오빠와 시에 관한 감성을 서로 나누기도 했지만 오빠에 관한 것이면 무엇이든지 챙겼다고 한다. 워즈워스는 원두커피를 좋아했다고 하는데 그 당시 그 커피는 무척 비싸기도 하고 또 멀리 가서야 구해 올 수가 있었다. 그런데도 도로시는 자신이 일해서라도 원두커피를 챙겨주는 것에 조금도 괘념치 않았다고 한다.
--- p.162

뮌헨은 바이에른주의 주도로 베를린, 함부르크에 이어 독일에서 세 번째로 큰 도시로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곳일 뿐만 아니라 독일에서도 부자들이 많은 도시라서 그런지 여유가 있고 모든 것이 풍족해 보였다. 이제 뮌헨을 떠나 남쪽으로 자동차 여행을 떠날 때가 되었다.

<b>작지만 아름다운 유럽 도시를 거닐며 <br/>우리의 인생사를 떠올리며</b><br/><br/>『작지만 아름다운 유럽 도시 기행』을 보며 제일 절실하게 와 닿았던 말이 인간지사(人間之事) 새옹지마(塞翁之馬)라는 말이었다. 이 말은 수천 년의 세월을 버텨온 말이라고 하는데 나이가 들어갈수록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일상생활에서 자주 경험하는 바지만 복(福)이라고 생각한 것이 화(禍)가 되고, 화(禍)라고 생각한 것이 오히려 복(福)이 되는 경우가 많다. 유럽 도시에 얽힌 이야기에는 이런 경우가 특히 많았다.<br/><br/>타이타닉호가 건조되었을 때 영국은 축제 분위기였다. 당시까지만 해도 가장 크고 화려한 호화유람선이 완성되었기 때문이었다. 하물며 그 배를 타고 뉴욕으로 가려던 승객들의 마음은 얼마나 설레었을까? 그런데 타이타닉호가 북대서양의 차디찬 얼음 바닷속으로 침몰했을 때 환희와 기쁨의 소리는 하루아침에 재앙과 비명소리로 바뀌었다.<br/><br/>만일 단테가 베아트리체를 일생 동안 가슴이 아플 정도로 그리워하지 않았다면 『신곡』이라는 걸작이 탄생할 수 있었을지 의문이 간다. 비슷하게 ‘은막의 스타’인 그레이스 켈리가 모나코의 왕비가 되지 않았다면 교통사고로 일찍 죽는 비운의 주인공이 안 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이런 일들을 하나하나 생각해보니 ‘인간지사 새옹지마’라는 말이 정말 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br/><br/>바라보는 것만으로 행복해질 수 있다는 여유로움에 작지만 아름다운 유럽 도시를 걸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