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대전에서 태어나 중학교 때 캐나다로 건너갔으며, 브리티시 컬럼비아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의 번역가 과정을 거치며 문학 번역을 시작했다. 옮긴 책으로 『나는 자유다』, 『보물섬』, 『노인과 바다』, 『셜록 홈즈 걸작선』, 『위대한 개츠비』, 『이솝 우화』 등이 있다.
내가 조금 더 어리고 철이 없던 시절, 아버지께서 이런 충고를 해 주셨다. “누군가를 비판하고 싶어질 때에는 모두가 너처럼 좋은 상황이 아니었을 수도 있음을 명심해라.” 이 한 마디 말이 전부였지만, 우리 부자는 늘 이렇게 말을 아끼는 편이었고 나는 아버지가 굳이 말하지 않았던 더 큰 의미를 이해했다. 어쨌든 나는 아버지에게 이 말을 들은 이후로 어떤 것에 대해서 쉽게 판단을 내리지 않게 되었다. (중략) 나는 미군의 반격을 무척 감동적으로 경험한 나머지 고국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들떠 있었다. 하지만 전쟁 후 중서부 지방은 활기 넘치는 세상의 중심지에서 우주의 초라한 변두리와 같은 모습으로 변해 버렸고 나는 동부로 가서 증권 일을 배우기로 결정했다. 당시 증권업은 굉장히 인기 있는 직업으로 급부상하고 있었고 돈도 많이 벌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pp.11~14
내가 개츠비의 집에 처음 갔던 날 밤, 나는 정식으로 초대받은 몇 안 되는 손님 중 하나였다. 개츠비의 파티에는 굳이 초대받을 필요가 없었다. 사람들은 롱아일랜드로 실어다 주는 자동차에 탄 다음 개츠비 집 문 앞에서 내렸고, 그곳에서 개츠비를 아는 누군가가 소개해 주면 그다음부터는 놀이공원에 온 것처럼 자유롭게 즐기면 되는 것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아예 개츠비는 만나 보지도 못하고 돌아가곤 했다. 개츠비의 파티는 그런 단순한 마음으로 오는 곳이었다.---pp.62~63
우리는 악수를 나눴다. 나는 그의 집을 나섰는데 울타리에 다다르기 직전 갑자기 하고 싶은 말이 떠올랐다. “그 사람들, 모두 썩어빠진 물질주의자들이야. 네가 그 사람들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사람이야!” 나는 지금까지도 그렇게 외친 것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사실 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그를 좋게 판단하지 않았다. 그렇기에 그 말은 내가 개츠비를 향해 했던 유일무이한 칭찬이었다. 개츠비는 정중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환하게 웃어 보였다. 마치 그 점에 대해서는 우리가 늘 얘기하고 있었다는 듯 그는 그렇게 웃었다. 개츠비의 우아한 분홍색 양복이 하얀 돌계단을 배경으로 밝은 무늬를 만들어 내고 있었다. 그 모습에 나는 석 달 전 이 저택을 처음 방문했던 밤을 떠올렸다. 잔디밭과 차도에는 개츠비가 어떤 어두운 세계에 속한 인물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그때 그는 저 계단에 서서 영원히 파괴될 수 없는 꿈을 간직한 채 자신의 손님들을 향해 손을 흔들며 인사를 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의 환대가 고마웠다. 그러고 보면 우리 모두는 그의 환대에 고마워하고 있었다. “갈게! 아침 맛있게 잘 먹었어, 개츠비!” 내가 외쳤다.
닉 캐러웨이는 군대를 제대하고 가문의 보금자리였던 서부를 떠나 동부로 향한다. 제1차 세계 대전이 끝난 후 미국은 급속도로 성장했고 많은 부와 인재가 동부로 모여들었다. 웨스트에그에 자리를 잡은 닉은 옆집에 사는 개츠비를 만나게 된다. 매일 밤 화려하고 성대한 파티를 여는 개츠비, 그는 젊은 나이에 많은 돈을 벌었지만 범죄와 연관된다는 의심과 소문에 휩싸여 있었다. 그러나 자신의 친척 동생인 데이지와 연인 사이였다는 과거가 밝혀지고 그녀를 되찾기 위해 5년 동안 인내하며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부를 축적했다는 개츠비의 속사정을 알게 된 닉은 그의 순정을 깨닫고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어 친구가 된다. 그러나 닉의 대학 동기이자 데이지의 남편인 톰과 개츠비가 마찰을 일으키고, 데이지가 운전하던 차가 톰의 내연녀 머틀을 치어 죽이는 사고가 발생한다. 데이지는 톰과 어디론가 훌쩍 여행을 떠나고, 데이지의 선택을 받지 못한 개츠비는 머틀의 살인범으로 오해한 그녀의 남편 윌슨에게 쓸쓸히 살해를 당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