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뭡니까?” 택시 기사가 의심스럽다는 듯이 물었다. “수의?” “천만에. 이건 낙타요.” 페리가 발끈하며 대답했다. “엥?” 그 후 페리는 일정 금액을 제안했고 대화는 불평의 영역을 벗어나 현실적인 기미를 풍겼다. 페리와 택시 기사는 거울 앞에서 낙타 의상을 입어 보았다. “당신은 안 보이겠지만 말이오.” 페리가 눈구멍으로 걱정스럽게 밖을 내다보며 설명했다. “솔직히 친구 양반, 정말 멋져요! 진심이오!” 낙타의 혹이 툴툴거리며 이 말을 미심쩍기는 하지만 칭찬으로 받아들였다. “정말로 멋져요!” 페리는 열광적으로 되풀이했다. “조금 움직여 봐요.” 뒷다리가 앞으로 움직이자 등을 구부린 거대한 고양이 낙타가 도약할 태세를 갖춘 모습이 되었다. “아니, 옆으로 움직여요.” 낙타의 엉덩이가 깔끔하게 탈골되었다. 훌라 댄서가 봤다면 질투로 몸부림쳤을 터였다. “멋지군, 그렇지 않소?” 페리가 놀락 부인의 동의를 얻으려고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pp. 57~58
잠에서 깼을 때 그는 몇 시간이 지났음을 깨달았다. 그는 흑단목 벽으로 둘러싸인 크고 조용한 방에 있었는데 침침한 조명은 너무 희미하고 옅어서 빛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젊은 주인인 퍼시가 서서 그를 굽어보고 있었다. “저녁 먹다가 잠들더라.” 퍼시가 말했다. “나도 그럴 뻔했어. 학교에서 일 년을 보내고 마음 편한 곳으로 돌아오니 얼마나 좋던지. 네가 자는 동안 하인들이 옷을 벗기고 몸도 씻겼어.” “이건 침대야, 구름이야?” 존이 탄식했다. “퍼시, 퍼시…… 돌아가기 전에 내 사과부터 받아 줘.” “뭣 때문에?” “네가 리츠칼튼 호텔만 한 다이아몬드가 있다고 말했을 때 의심했던 것.” 퍼시가 씩 웃었다. “안 믿을 거라고 생각했어. 이 산이 그거야.” “무슨 산?” “이 성을 받치고 있는 산. 산 치고는 별로 크지 않아. 하지만 꼭대기에 솟은 십오 미터짜리 잔디밭이랑 자갈을 빼면 죄다 단단한 다이아몬드지. 모서리 길이가 1.6킬로미터 이상인 정육면체 다이아몬드가 통째로 있는 거야. 흠 하나 없이. 듣고 있어? 말하자면…….” 그러나 존 T. 엉거는 다시 잠든 후였다. ---pp. 211~212
“어떤 비스킷 한 접시가 떠오르는군요.” “아, 그 비스킷!” 그녀가 외쳤다. “그래도 당신이 그것들을 삼켰다는 얘기를 다 들었으니, 그게 그렇게 형편없었을 리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날 굉장히 울적했는데 간호사가 그 비스킷 이야기를 들려주니까 왠지 웃음이 나는 거예요.” “제프가 못을 박은 서재 벽에 자국이 아직 그대로 있던데요.” “맞아요.” 이제는 무척 어두워졌고 공기도 서늘했다. 가볍게 휙 부는 바람에 마지막 나뭇잎들이 사방으로 흩어졌다. 록산은 살짝 몸을 떨었다. “들어가는 게 좋겠어요.” 그는 손목시계를 보았다. “늦었어요. 떠나야 해요. 내일 동부로 갑니다.” “가려고요?” 그들은 현관 입구의 계단 바로 아래에서 잠시 미적거리며 저 먼 호수 쪽에서 눈덩이 같은 달이 떠오르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여름은 지나갔고 지금은 인디언 서머였다. 풀은 차가웠고 안개도, 이슬도 없었다. 그가 떠나면 그녀는 안으로 들어가 가스등을 켜고 덧문을 닫을 것이고, 그는 인도를 걸어 마을로 들어갈 것이었다. 이 두 사람에게 인생이란 재빨리 다가와서 씁쓸함이 아니라 애처로움만을 남기고 사라지는 것이었다. 환멸이 아니라 고통만 남는 것이었다. 두 사람이 악수를 나눌 무렵 달빛은 어느새 풍부해져서 그들은 상대방의 눈에 차오른 다정함을 볼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