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에서 근무하다 보면 불안정 애착이나 반응성 애착장애를 가진 아이들을 적지 않게 만날 수 있습니다. 12~24개월 반에 입소한 한 아기는 첫날 아무것에도 반응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옮겨주지 않으면 집에 갈 때까지 자리에서 움직이지도 않았죠. 5살 남자아이는 어른과 눈을 맞추거나 상호작용을 하지 않아 언어와 학습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이런 아이들은 장애아가 아닙니다. 단지 돌 전까지 안정적인 애착을 형성하지 못해서 생긴 결과일 뿐입니다.
돌 전에는 무엇보다 부모가 직접 돌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애착 형성기가 완전히 지난 5살쯤에 애착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도 되돌리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엄마와 아빠의 일상적인 교감에 의해 생긴 끈은 아이가 큰 세상으로 나아갈 때마다 든든한 자산이 됩니다. ‘세상은 나에게 사랑을 주는 곳’이라는 신뢰감을 가진 아이는 사람들과 더 좋은 관계를 만들어 나갑니다. 애착은 아이가 평생 가져가는 재산입니다.--- p.16
살림과 아기 돌보는 일을 함께 해줄 베이비시터를 찾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부모에게는 가장 좋은 서비스이고, 아기에게는 가장 나쁜 서비스입니다. 항상 눈을 맞추고, 말을 걸어주고, 종일 옹알이를 들어주고, 함께 웃어주고, 노래를 불러주고, 나무와 꽃, 바람, 햇빛을 보며 산책하고 안아주는 것이 ‘아이를 돌보는 일’ 입니다. 하는 일 없이 노는 것처럼 보이는 이런 일이 베이비시터의 진짜 역할입니다. 종일 아이 옆에 붙어서 놀아주는 비용이 ‘보육료’인 것이죠. 그러므로 베이비시터에게 맡기는 집안일은 아기가 낮잠을 자는 동안 할 수 있는 양으로 제한해야 합니다. 집안일은 표가 나지만 아이랑 놀아준 일은 표가 나지 않습니다. ‘시간에 맞추어 먹이고 씻기고 안전하게 돌보면 되지!’라고 생각했다면 지금 당장 베이비시터의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기 바랍니다.--- p.24
아동학을 전공하는 이들은 아이들을 어디에 맡길까요? 대학원 시절 주변을 살펴보지 가정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선후배들이 많았습니다. 큰아이가 아홉 살일 때 둘째를 가진 한 선배도 그렇더군요. 대학부속 어린이집은 차례가 돌아오지 않고, 동네 유명 어린이집은 꽤 먼 거리에 있고 해서 주변으로 눈을 돌리게 되었대요. 선배는 집 근처에 있는 십여 군데를 둘러보다가 마침내 마음에 드는 어린이집을 찾았다고 해요. 선생님의 따뜻한 태도와 여유로운 모습, 아이들을 배려한 공간 구성을 보고 “여기다!” 싶었다는군요. 막 돌이 지난 아기였기에 큰 어린이집보다 안정감도 있고, 엄마가 선생님들과 긴밀하게 소통할 수 있고, 집과 거리도 가까워 매우 만족스럽다고 합니다. 비록 크고 좋은 실내 유희실이나 바깥놀이터는 없지만, 아이 입장에서 무엇이 더 필요하고 좋은 건지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기회가 되었답니다.--- p.74
어린이집에 대한 오해 중에 보육료가 싼 ‘저렴한 기관’이라는 내용이 있습니다. 사실 우리나라 어린이집의 운영비용은 그렇게 저렴하지 않습니다. 어린이집 운영비 중 일부만 부모 부담인 보육료로 책정됩니다. 민간·가정 어린이집의 0세아 보육료는 39만 4,000원인데, 기본 보육료라는 이름으로 정부는 아이 한 명당 36만 1,000원을 어린이집에 직접 지급하고 있어요. 이것만 따져도 어린이집에서 0세가 받는 보육비용은 최소 75만 5,000원 이상인 것이지요. 국공립 어린이집의 경우는 교사 급여의 80%를 정부에서 보조하는 방식이고요. 그러니 어린이집은 저렴한 기관이 아니라 정부 지원을 많이 받는 기관인 것이죠.--- p.80
아이가 어린이집에 간다는 것은 처음 보는 교사와 여러 아이들, 낯선 공간을 한꺼번에 감당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설상가상으로 자신이 의지하던 엄마와도 떨어져야 하죠. 집과 엄마가 전부였던 아이에게는 송두리째 세상이 바뀌는 느낌이겠지요.
어린이집 적응 프로그램은 이러한 변화에 차근차근 익숙해질 수 있도록 만들어놓은 시간표 같은 것이에요. 처음에는 엄마와 함께 어린이집을 탐색하며 공간에 친숙해지도록 하고, 엄마를 안전기지 삼아 선생님과 아이들을 관찰하게 되지요. 만일 이때 엄마가 함께 있어 주지 않는다면, 아이는 불안 때문에 어떤 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을 수 있거든요. 환경에 좀 익숙해졌다 싶으면, 엄마와 떨어지는 시도를 해봅니다. 처음에는 분리하는 시간을 짧게 가져서 엄마가 다시 돌아온다는 것을 알게 해주지요. 이후, 천천히 어린이집에 머무는 시간을 늘려가며 일과에도 하나둘씩 적응하게 된답니다. 한 달만 적응에 투자하면, 앞으로 수년간 원만한 어린이집 생활이 보장될 뿐 아니라 어떤 교육기관에 가든 잘 적응한답니다.--- p.157
부모들은 ‘낮잠이 꼭 필요하냐?’, ‘낮잠을 자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억지로 자야 하는가?’ 하고 묻습니다. 부모가 직장생활을 하는 경우에는 보통 하루 12시간 이상을 어린이집에서 보냅니다. 이렇게 긴 하루 일과 중에서 휴식 시간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합니다. 적절한 타이밍에 잘 휴식하지 않으면 피로도가 급격히 상승해서 아이들은 활동에 잘 몰입하지 못할 뿐 아니라 짜증과 다툼도 많아집니다.
영유아의 생체리듬은 대체로 오전 9시부터 상승하다가 11시가 지나면 하락합니다. 따라서 활기찬 오후 일과를 위해서는 에너지를 재충전해야 할 필요가 있고 낮잠은 에너지를 재충전하는 아주 좋은 기회인 것이지요.--- p.181
흔히 유치원은 학습을 통해 이른바 ‘교육’을 하는 곳이고 어린이집은 일하는 엄마들을 위해 아이들을 돌보는 ‘양육’을 하는 곳이라고 생각하지요. 그래서 부모님들은 어린이집에서도 아이들이 학습을 하는지, 어린이집에도 교육 프로그램이 있는지를 질문하지요. 유치원은 취학 전 아이들을 위한 교육에 대한 필요로 시작된 반면, 어린이집은 급속한 산업화로 여성 노동에 대한 필요가 급증하면서 탄생한 것이니까요. 그러나 유치원의 운영 시간이 늘어나 양육의 성격을 많이 감당하게 되었고, 어린이집은 여러 가지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이 실행되면서 유치원과 어린이집의 구분이 현실적으로 큰 의미가 없게 되었지요.
게다가 어린이집의 질 관리를 위해 2006년에 아동학 전공자들이 함께 모여 ‘표준보육과정’을 개발하였습니다. 이후 대부분의 어린이집이 표준보육과정을 준용하고 있지요. 또한 2012년에는 국가 주도 하에 만 5세를 대상으로 누리과정이 개발되어 어린이집과 유치원이 같은 교육 과정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p.188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는 부모들이 많이 하는 질문 중에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다른 교육기관을 병행할 필요는 없는가?” 하는 것입니다. 어린이집은 교육기관이 아니라는 일종의 편견 때문이지요. 어린이집은 본격적인 교육기관이 아니므로 교육을 보충해줄 2차 교육기관을 병행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걱정하는 것입니다.
어린이집에서는 나이에 따른 발달에 적합하게 교육을 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어린이집에 다닌다고 해서 아이에게 교육이 부족하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것 때문에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또 다른 교육기관을 병행해야 하나 고민하기보다는 우리 아이가 다니게 될 어린이집은 어떤 교육적 지향을 갖고 있고 무슨 교육 프로그램을 표방하는지를 잘 살피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p.211
등?하원 시간, 투약, 수면, 대소변, 에피소드, 식사, 수유 등에 관해 매일 기록하여 가정으로 보내는 것이 ‘일일수첩’입니다. 수첩은 언어 전달이 부족한 4살까지 영아반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부모는 집에서 아이가 관심을 가졌던 놀이, 책, 주말에 놀러갔던 곳, 새로 표현한 단어와 문장, 걱정되는 문제 행동, 궁금한 아동 발달 정보 등을 적어서 매일 아침 어린이집에 보내면 됩니다.
부모가 수첩에 ‘세연이가 집에서 이건 뭐야? 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어린이집에서도 그렇게 하나요?’라고 적으면 선생님은 답변을 적기 위해 아이의 말을 하루 종일 신경 써서 듣게 됩니다. 선순환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죠. 결국 부모가 수첩을 꼼꼼히 기록할수록 선생님이 우리 아이를 더 잘 돌보고 교육시키게 됩니다. 오늘 무슨 말을 했지? 무슨 놀이를 가장 오랫동안 했나? 밥 먹을 때 어떤 반찬을 잘 먹었지? 언제 웃었지? 왜 울었지? 그림을 뭐라고 설명했더라? 등등 아이를 아주 잘 보고 있어야 기록할 말이 생각나거든요. 수첩 한 권이 엄마 아빠도 선생님도 아이를 집중해서 들여다보게 하는 돋보기가 되는 셈이지요.--- p.264
어린이집에 어떤 옷을 입혀서 보낼까? 현장학습 갈 때는 어떻게 입힐까? 생일에는 뭘 입히지?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언제나 ‘혼자 입고 벗을 수 있는 편한 옷’입니다. 단추, 끈, 고리, 모자가 있는 옷과 긴 치마는 주말에 입히고 어린이집에는 편한 옷만 입혀서 보내주세요. 여섯 살까지는 안전이 최우선입니다. 신발은 신고 벗기 편한 것으로 겨울에는 운동화, 여름에는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벗겨지지 않는 슬리퍼가 최고입니다. 끈이나 모자가 달린 옷, 고무 재질, 힘없는 면 재질, 딱딱한 구두는 예쁘긴 해도 안전사고의 위험이 있거나 아이 혼자 입고 벗을 수 없다는 것을 꼭 기억하세요. 대학 때 유아교육학과 교수님께서 예쁜 두 딸에게 정말 100% 고무줄 바지에 티셔츠만 입힌 기억이 납니다. 나도 여섯 살이 될 때까지는 옷 때문에 소변 실수를 할까 봐 지퍼 있는 바지는 전혀 입혀 보내지 않았습니다. 6살이 되기 전까지는 스스로 단추와 지퍼, 훅, 끈을 유능하게 다룰 수 없습니다.--- p.286
유치원의 기본 운영 시간은 오전 9시~오후 1시까지로 일 4시간, 어린이집은 오전 7시 30분~오후 7시 30분까지로 일 12시간을 관련법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물론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유치원에서도 종일반을 운영하는 경우가 늘어나는 추세이지만 유치원은 기본적으로 종일제를 운영하는 기관이 아닙니다. 그러다 보니 종일반이 있는 유치원도 오후반 선생님이 따로 있거나 오후반을 신청한 원아를 통합하여 종일반을 운영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기관에 따라 방학을 할 수도 있으며 운영 시간 또한 어린이집에 비해 짧은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또한 안전관리, 건강관리, 급간식단 운영 등 개별적인 보호 기능이 상대적으로 부족합니다. 엄마가 일을 하는 경우라면 유치원과 같은 교육을 시키고 집처럼 따뜻하게 돌봐주는 어린이집이 더 좋습니다.--- p.346
영어유치원은 기본적으로 영어 습득을 목표로 하는 학원입니다. 세상에 대해 궁금한 것도, 배워야 하는 것도 많은 이 시기 아이들에게 수많은 언어 중 하나인 영어를 가르치느라 다른 것을 놓치는 선택은 그다지 현명해 보이지 않습니다. 5~6살에 아이들은 사회성을 배우기 시작하고 자신감을 키우며 도덕성을 개발하는 등 또래와의 관계 속에서 사회적 인간으로 성장해갑니다. 또한 모국어의 듣기 능력과 자신의 생각과 느낌을 적절히 표현할 수 있는 말하기 능력을 한 단계 높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5~6세 발달 과업을 고려하여 선생님은 아이를 주의 깊게 관찰하고 아이의 말에 귀를 기울이며 교실에서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합니다. 이처럼 살아 있는 경험 교육이 뇌 발달에도 큰 영향을 미치지요. 영어에만 매달려 아이가 이 시기에 꼭 배워야 할 것을 잃어버리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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