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을 향해 걸어간다는 것. 그리고 살아간다는 것. 산 사람은 줄곧 울고만 있을 수는 없다. 그것을 깨우치지 못하고 땅만 보며 살아온 스기야마 씨에게, 쓰바키 점장은 손을 내밀었던 것이다. 소중한 사람은 당신의 가슴속에 있으니까, 그 사람을 슬프게 하면 안 되죠. 그런 목소리가 들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p.121
손바닥에 올려놓을 수 있을 만큼 조그만 과자. 하지만 그 모습 뒤에 숨어 있는 배경을 알면, 잇달아 새로운 세계의 문이 열린다. 알고 싶다. 눈앞에서 열리는 이야기의 문을 나도 음미해보고 싶다. 불현듯 그런 욕구가 내 안에서 솟구쳤다. 고전이나 역사는 죽기보다 싫었는데, 지금은 공부를 좀 해볼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알면 알수록 화과자가 더욱 맛있어질 것 같다. ---p.144
돌아오는 길, 걸으면서 다치바나 씨가 나를 힐금힐금 쳐다본다.
“저 있지, 이런 말 해도 화내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뭔데요?”
“안짱은 말이지, 정말 찹쌀모찌 같아.”
이제 그만하라니까요. 내가 한숨을 쉬는데도 다치바나 씨는 계속한다.
“옆에 있으면 언제나 안심이 되고, 배도 든든하게 해주고. 그런 찹쌀모찌를, 나 사실 화과자 중에서 가장 좋아해.”
“······그래요?”
그런 고백은 해봤자.
“그리고 특히, 그 이름이 안짱 같다고 생각해.”
“이름?”
“응, 찹쌀모찌는 한자로 쓰면 ‘클 대大’자에 ‘복 복福’자잖아. 그래서.”
그때 나는 ‘쓰지우라’의 점괘가 떠올랐다. ‘당신은 누군가의 행복’.‘그것도 나쁘지는 않네.’내가 있음으로 해서 누군가가 행복해질 수 있다면, 그것도 나쁘지 않다. 가령 나 자신은 행복하지 않을 때라도, 나쁘지 않겠다는 기분이 들었다.
학력도 없고 재주도 없고 애인도 없다. 하지만 그런 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무척 고마운 일이다.
“안짱은 주위 사람들을 행복하게 한다고.”
“가, 감사합니다.”
살짝 쑥스럽지만, 생각했던 것보다는 훨씬 기뻐, 나는 괜스레 눈길을 돌렸다. 그런 내 눈에 들어온 것은 별과자 같은 거리의 불빛.
“그러니까, 그만두지 마.”
위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까딱 고개를 숙인다.
“화과자에 안코(앙금)가 없으면 아무 소용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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