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년 동화에서 죽음을 다루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며, 간으하면 꿈이 있는 즐거운 동화를 써야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적지 않습니다. 분명 죽음은 슬프고 괴로운 일입니다. 아이들에게는 까마득히 먼 훗날의 일일 죽음을 이야기한다는 것은 너무 잔혹한 일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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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들이 좋아하는 옛이야기 속에는 살인, 학대, 배신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악과 잔혹함이 그려져 있습니다. 그림동화의 「위대한 신과 일곱 마리의 아기 염소」나 「빨간 모자」를 생각해 보세요. 위대한 신은 자신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아기 염소와 사람을 연달아 먹어치웁니다. 게다가 신은 배를 갈라서 거기에 돌을 채워 넣습니다. 또 페로의 「장화 신은 고양이」에서는 고양이가 상대를 도깨비라는 사실만으로 물어 죽이고, 게다가 토지와 성까지 빼앗아 버리는 극악무도한 짓을 자행합니다.
그런데도 그 동화들이 전세계의 어린이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는 까닭은 무엇일까요? 그 잔혹함이 스릴과 서스펜스를 더해 주고, 보다 인간다운 행위를 교묘하게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무서운 이야기와 잔혹한 이야기만큼 사람들의 흥미를 끌고, 인간의 본질을 묘사하는 데 적합한 것은 없습니다.
예를 들어 「달님과 별님」만 해도 어머니를 여읜 딸이 계모에게 학대를 받다가, 결국은 관 속에 갇혀 산에 버려진다는 잔혹하기 이를 데 없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은 전세계의 계모 이야기에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소재이지요. 어머니의 사랑은 딸의 용모나 성격과는 상관없이 오로지 친자식에게만 쏠려 있고, 의붓자식은 미움만 받는 대상입니다.
그렇다면, 옛날에는 실제로 이렇게 계모가 의붓자식을 학대했고, 그 영향으로 이런 이야기가 생긴 것일까요?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아무리 어머니의 사랑은 고귀하다 해도 자기 자식만 아는 맹목적인 사랑까지 귀하다고는 아무도 생각지 않습니다. 또한 아무리 의붓자식이라도 어머니가 자식을 학대한다는 것은 비정상적인 일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이런 이야기에는, 이러한 일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는 리얼리티가 있고, 그러한 이유로 관심을 끌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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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인들의 작품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결코 서툴지는 않지만 개성이 없고 어디선가 본 듯한 작품이라는 것입니다. 주제에 부합되게 묘사하고는 있지만, 작가의 철학도 정열도 느껴지지 않는, 단순히 잘 정리된 이야기 정도로는 진정한 작품이 되지 못합니다.
어린이 문학이라고 해서 노인을 마음씨 좋고 어린이를 도와주기만 하는 사람으로 묘사할 수는 없습니다. 노인은 인생을 알 만큼 안다고 할 수 있지만 또한 동시에 유한한 생명을 필사적으로 이어 가고 있는 존재입니다.(중략)항상 착하기만 한 노인의 얘기를 그려서는 아름다운 일화 이상이 될 수 없습니다.(중략)당연히 있을 법한 현상을 바탕으로 노인과 어린이를 감동시킬 수 있는 동화를 쓰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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