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대 때 남자와 롯데리아에 가지 못한 한을 ‘어른인 나’에게서 풀어야지.
조금이라도 오냐오냐해주는 남성이 나타날 때마다 마음의 계산기를 톡톡 두드린다. 맛있는 레스토랑에 데리고 가주었으니 롯데리아 1회분. 남자와 멋진 바에 갔으니 롯데리아 셰이크 한 잔 분…….
이십 대, 삼십 대, 나도 연애라는 것을 해왔으니 젊은 날의 롯데리아 분을 다소나마 회수했다고는 생각한다. 하지만 역시 부족하다. 아직 한참 더 얻어먹지 않으면 내 청춘은 때늦은 그대로다.
그러나 이제 회수는 절대 무리란 걸 깨닫게 되었다.
마흔 살을 코앞에 두니 유혹하는 남자도 없어졌다. 삼십 대 중반까지만 해도 아직 젊은 아가씨 취급해주더니만 최근에는 어림도 없다.
나이를 먹는 것.
그것은 상상했던 것보다 쓸쓸한 일이었다. 식사하러 데려가 주는 남성은 지금은 거의 일 관련……. 아니, 그래도 좋다. 영수증을 끊든 끊지 않든 맛있는 것을 얻어먹는 것은 역시 좋은 것이니까.
(P.13)
물론 40대 이상의 사람이 나이를 먹어서 싫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건 그것대로 좋다. 나 역시 마흔 살의 나를 남들이 이러니저러니 말하면 섭섭할 것이다.
잔상이 사라져 버릴 것 같은 것이 두렵다.
‘삼십 대 여성’이라는 말 옆에 있는 ‘이십 대 여성’을 잃는 느낌. 그리고 그것은 ‘십 대 여자아이’였던 내가 완전히 사라져 버리는 이미지다.
내 마음은 아직 십 대 사춘기 그대로인데(어이어이), 나이만 멋대로 늘어난 것이다.
(P.17)
“따님이 몇 살이에요?”
나는 말문이 막혀 버렸다.
그렇다. 내 모습은 그녀들에게 딸 옷을 고르는 엄마로 비쳤던 것이다.
아니, 그래도 괜찮다. 내게 딸이 있어도 조금도 이상하지 않을 나이니까. 하지만, 하지만, 그렇다 치고는 그 미키마우스 티셔츠, 너무 크지 않나? 그건 여고생이 입어도 될 법한 사이즈였는데…….
나는 뭐라고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서,
“저기 우리 아이 아직 유치원생이어서……” 하면서 영문 모를 허세를 부리고 벼룩시장을 뒤로했다.
시부야 거리를 걸으면서 나는 스쳐 지나는 사람들에게 인터뷰해보고 싶었다.
나, 몇 살로 보여요?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자신의 나이를 믿을 수 없다. 마흔 살인 주제에 서른다섯 살 정도의 감각으로 지내니, 서른다섯 살인 사람과 얘기를 하다 보면, 멋대로 동급생 같이 느껴진다. 정말 뻔뻔스러운 이야기다.
다들 그런 걸까?
언젠가 진짜 나이에 마음이 쫓아갈 날이 오긴 할까? 왠지 모르게, 평생 따라가지 못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P.127)
누군가의 소유물처럼 다뤄지고 싶었다.
십 대의 나는 그러면 미래의 불안이 조금 옅어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자신이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은가를 그가 정해주길 바랐다. 집에 가자, 해서 집에 가는 카나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나를 교실에서 데려가는 남자는 한 명도 없었다.
즉, 집에 돌아가는 타이밍은 언제나 내 마음대로. 온통 그런 일뿐인 내 인생.
이제 와서, 따라오라고 해도,
“네? 내 타이밍이 있어서요.”
나의 토대는 청춘시절부터 꾸준하게 다져졌다. 도중에 몇 번 따라갈 뻔한 적도 있었던 것 같지만……, 그러나 결국 가지 않았다. 내 청춘은 때늦은 일투성이였지만, 때늦지 않았던 것도 있다.
내게 할당된 시간을 누군가가 갖고 가는 데 익숙하지 않다. 내일도 다음 주도 일 년 후도, 누구도 나를 자유롭게 다룰 수는 없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친구나 애인과 함께 즐겁게 나이를 먹어가고 싶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다음 달이면 마흔한 살, 만화 ??바카본 파파??의 주인공 파파와 동갑이 되는 나.
이걸로 좋을까?
아마 이것도 좋을 것이다.
---p.1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