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은 넘기 힘든 방해물이 아닙니다. 반대로 경쟁자가 넘어 오지 못하도록 막아 주는 방호벽도 아니죠. 외부의 경합에서 비즈니스를 지켜주지는 않지만 나아가는 길을 막지도 않는다는 말입니다. 조세 제도와 커뮤니케이션, 문화 차의 문제는 적절한 파트너와 힘을 합쳐 해결할 수 있습니다. 또 문화적 장벽을 넘기 위해서는 뜻을 같이 하는 개방적인 사람들이 어디에나 존재하므로 그중에서 마인드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찾아 개인적인 관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그들이 당신의 외교관이 되어 문화적 장벽을 넘는 다리를 놓아 줍니다.”
‘물리적인 국경 같은 장애가 있다고 해도 그 장애를 어떻게 극복할지는 각자에게 달려 있다.’ 이것은 인터넷 업계 전반에 깔려 있는 전형적인 인식이다. 벽의 저편에 있는 ‘동지’를 찾으면 그만이라는 낙관적인 관점이다. 이러한 낙관적인 관점은 많은 사람이 인터넷 세계에 매료되는 이유 중 하나이다
_ 50~51쪽 [국경에는 큰 의미가 없다] 중에서
‘프로세스를 디자인한다’, ‘이용자의 경험을 디자인한다’, ‘서비스를 디자인한다’라고 말할 때 디자인이라는 말이 지니는 의미는 단지 색상이나 형태만을 가리키지 않는다. 이제 디자인이 시각의 세계에서 가치의 세계에 들어섰다고 할 수 있다. 그로 인해 단순히 상품에 그치지 않고 환경이나 사회 자체를 디자인하기 위한 문제의식도 자주 접하게 된다. 기업이라면 사업이나 조직도 디자인의 대상이다.
앞에서 ‘캐시미어의 제왕’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한 브랜드를 구축한 브루넬로 쿠치넬리를 소개한 바 있다. 그는 자신이 실천하는 사업 디자인의 핵심을 이렇게 설명한다. “우리 상품이 직원이나 외주 직원을 착취한 결과라고 여겼다면 손님은 우리 제품을 사지 않았을 겁니다. 우리가 직원을 비롯한 사회에 이익을 환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손님이 사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기존에 통용되어 온 ‘색상이나 형태’라는 시각과 관련된 디자인을 ‘스몰 디자인’이라고 부르고, 사회나 사업, 조직처럼 모양 이상의 것을 포함하는 디자인을 ‘빅 디자인’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이 중간에 위치한다고 생각하면 될 것이다. 어느 쪽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어느 쪽이나 모두 중요하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기 바란다.
--- 「상품을 뛰어넘어 경영 이념까지 디자인하라」중에서
“물론 인재, 비전, 사업 집중이 중요합니다. 하지만 연 10퍼센트의 매출 증가를 염두에 둔 경우라면 몰라도 연 30퍼센트의 매출 증가를 노린다면 그 세 가지 요소로는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저 에게 중요한 세 가지 요소는 첫째가 타인을 존중하는 경의, 둘째가 자신을 긍정하는 존엄, 셋째가 창조력입니다.”
이 경영철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우선 쿠치넬리의 어린 시절로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다. 그는 움브리아 농민의 아들이었다. 가난한 가정에서 자랐다. 그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부친이 농사를 그만두고 시멘트 공장의 노동자가 되었다. 그때 쿠치넬리의 할아버지는 공원이 된 아들을 자랑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만큼 농민의 지위가 낮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공장노동자가 되어 매일 일을 마치고 돌아오는 그의 아버지의 표정은 결코 환하지 않았다고 한다. 육체적 피로에 인간다운 대접을 받지 못하는 정신적 고통이 더해진 듯했다. 어린 쿠치넬리는 노동이 이렇게 사람을 아프게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고민한 결과, 인간다운 대접을 받을 수 있는 기업을 세우고 싶다고 꿈꾸게 되었다. 그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길거리나 찻집에서 세상을 공부하는 소년이었다. 거기서는 다양한 계층의 남자들이 온갖 화제를 제공했다. 축구, 정치, 철학, 종교, 예술, 연애 등 갖가지 주제가 얽히고설켜 사회의 전체상을 만들어 주었다고 한다
--- 「윤리자본주의의 경영철학은 어떻게 탄생했는가」중에서
유럽은 언어와 문화가 다양한 사회이므로 그 안에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내기가 힘들다. 그러므로 무턱대고 글로벌에 집착하는 일은 무의미하거나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물론 유럽 안의 사람으로만 교류를 좁히는 것이 아니라 인터넷이나 유학생 동료를 통해 유럽 밖의 사람들과도 열심히 정보를 교환한다. 다만 실천의 장에서는 지역을 중시하는 것이다.
이것이 단순히 젊은이만의 동향이라고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여기에는 경제활동이나 사회활동의 동향이 반영되어 있다. 세대를 불문하고 자전거, 전철 같은 교통기관으로 이동하는 일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거나, 자동차 한 대를 여러 명이 공동으로 이용하는 카쉐어링이 보급된 이유도 에너지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로컬, 즉 지역이라는 현실적인 생활공간을 중시하는 라이프스타일을 모델로 삼게 되었기 때문이다.
--- 「다시 지역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