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에 1번꼴로 가락시장에 나가 식재료 장을 보던 초가을 어느 날. 바지락을 공급해주시던 아주머니가 솔깃한 제안을 하셨다.
“전어 요즘 싼데 가족들끼리 먹을 거면 말해.”
“그래요? 얼마에요?”
“너네한테 주는 건데, 다른 식당보다 더 싸게 구해줄게.”
“와우! 감사합니다.”
그날 전어파티를 기획했다. 참가비는 공짜. 200마리를 준비했다. 냉장고를 무제한 개방했다. 냉장고에 술과 음료는 가득 있으니 마음껏 꺼내 먹으라는 뜻이었다. 참가 인원은 20명이었다. 하루 만에 참가자가 모두 모집되었고, 그날 배 터지도록 전어를 나눠먹었다. 회로도 먹고, 구워서도 먹고. 생선을 못 먹는 친구들을 위해 삽겹살도 굽고, 조개도 굽고…. 가게는 온통 연기로 자욱했지만, 누구 하나 즐겁지 않은 이들이 없었다.---「술판을 벌여주니, 손님이 ‘절친’되네」중에서
“사장님, 저 오늘 술 한잔 사주실 수 있어요?” / “당연하지. 종욱이 오늘은 혼자네?”
“네, 오늘은 혼자예요. 사장님, 제 인생에 이렇게 혼자 술집에 와본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소주 한두 잔을 걸치며, 종욱이는 쭈뼛쭈뼛 고민거리를 이야기했다.
“…. 저 사장님, 회사 그만두려고요.” / “그렇구나. 근데 왜?”
“저 배우가 되고 싶어요.”
이날 밤이 새도록 종욱이의 고민을 들어주었고, 성의껏 우리의 생각을 전달했다. 우리 또한 꿈을 위해 살고, 꿈을 위해 일하고 있다고. 꿈을 가진 것만으로도 행복하다고.
종욱이 외에도 많은 손님이 이러저러한 이유로 혼자서도 가게에 들린다. 즐거운 일이 있을 때도, 혹은 출출해서, 혹은 술 한잔 더하려고 등등. 우리 가게에는 혼자 오는 손님이 꽤 있다. 그렇기에 혼자 오는 손님을 가장 먼저 배려하고 집중해서 접객하려고 노력한다. 혼자 오는 손님이 편안하게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오술차의 목표였던 만큼, 혼자 오는 손님을 우리는 반긴다. ---「사장님, 오늘 술 한잔 사주세요!」중에서
손님이 왕이라면, 우리는 황제가 되기로 했다. 그런데 어떤 황제인가? 왕들에게 군림하는 황제가 아니라, 왕이 필요한 것을 준비해주고 왕과 함께 즐거움을 나누는 덕이 있는 황제이면 되지 않을까? 홀업무와 주방업무의 문제, 홀과 주방의 알력문제를 새로운 관점에서 해결하는 방법은, 하인이나 단순 노동자를 넘어서 황제가 되는 방법이다. 우리는 직원 면접을 볼 때도 이 이야기를 빼먹지 않고 한다.
“우리는 직원이 하인이거나 단순 노동자이길 바라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게의 구조와 운영 시스템을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손님에게 본인이 만든 음식을 자랑스럽게 내놓고, 즐거움을 같이 나누길 원합니다. 어떤가요? 그렇게 해주실 수 있나요?” ---「손님이 왕? 제길, 그럼 난 황제다」중에서
손님 테이블에서 가장 먼저 막걸리를 따른 후 에스프레소 유리잔에다 꿀을 가득 따른다. 그러면 손님들이 “와~” 하는 탄성을 내지른다. 그러면 우리는 “아주 좋은 꿀이니까 맛있게 드세요.” 하면서 꿀이 든 에스프레소 유리잔을 막걸리가 담겨 있는 물병에 거꾸로 엎어 올린다. 그러면 꿀이 주르륵 안으로 떨어지기 시작한다.
“꿀이 다 내려가면 저어서 드시면 됩니다.”
“와~ 신기한데.”
“오~ 맛있어. 상큼하다!”
대부분 여기까지 반응이 나온다. 대성공이다.
---「재미없는 메뉴는 감동도, 맛도 없다」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