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부터 장르불문하고 책이든 영화든 드라마든 읽고 쓰고 보고 했던 것이 어느덧 인생의 목표가 되어 버렸네요. 첫 발을 내딛게 기회를 주신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 현재는 어린 감성으로나마 모든 희로애락을 글이라는 ‘비(雨)’로 삭막한 세상을 적시고픈 꿈을 품은 소녀입니다.
“아이고 폐하!” “태왕 폐하! 폐하! 어찌 이런 일이!” “이 무슨 변고란 말입니까!” 여러 대소 신료들과 무인, 문인 할 것 없이 눈물을 흘리던 날. 바로 효서국 황제가 승하한 날이었다. 태왕 집권 당시 효서국에는 전쟁도 흉년도 들지 않았다. 그래서 효서국 이래로 가장 선량하고 정치를 잘한 왕이라 칭송받았다. 그런 태왕이 어느 날 갑자기 승하했다.
정무를 손에 쥔 지 어언 18년이 되던 해. 태왕은 그렇게 허무하게 어떠한 유언도 없이 갑작스레 눈을 감았다. 훌륭한 선왕을 잃은 대소 신료들은 모두 침울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를 태자의 나이는 17세, 이름은 ‘현’이었다. 그런데 몇몇 신하들은 현의 즉위에 못마땅해 하는 눈치였다. 그 이유인즉슨 현의 방자한 행실과 잔인한 성정 때문이었다. 태자 책봉이 있기 전부터 현은 천추국에서 건너와 황실의 길조로 여겼던 흰 공작을 토막 내어 죽였다. 하도 푸드덕거려 시끄럽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현은 여러 궁녀들을 희롱하고 심지어는 죽이기까지 했다. 궁녀들은 황제의 여자였다. 자신의 아버지이기도 한 황제의 여자들을 막대했던 것이었다. 이것은 반역과도 같은 짓이었으나 이러한 현을 가만히 내버려 둔 것은 현이 태왕의 유일한 아들이었기 때문이다. 그저 철없는 행동이라며 현의 잘못을 묻었다. 태왕의 실수를 꼽자면 아마 자신의 아들을 과하게 감싼 것이 아닌가 싶다. 또 현의 즉위에 두려움을 느끼는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었다. 현이 아무리 방자하고 잔인한 성정을 지니고 있다고 하나 정확하게 꿰뚫어 보는 통찰력과 천재적인 수준에 가까운 머리를 지닌 때문이었다. 잔인한 행실도 치밀한 계획에서 나온 것이었다. 어쩌면 황제의 승하에 신하들이 눈물을 흘린 이유도 조금은 이 때문이 아닐까 싶다. 며칠 동안 곡소리로 가득했던 궁 안이 잠잠해지자 현 태자는 곧 왕위에 올랐다. 신하들은 그 누구보다도 현의 성정을 잘 알고 있기에 즉위식에 대해 아무런 논쟁도 벌이지 못했다. 그리고 이미 태자로 책봉되었으니 어쩌겠는가. 그래서 태도를 조금 바꾸어 태자에게 어떻게 하면 잘 보일까 하는 무리들이 생겨났다.
“폐하 납시오!” 즉위식을 알리는 위풍당당한 북소리와 함께 당찬 걸음으로 현이 입장했다. 외국에서 온 사신들과 효서국 충신들의 축사를 받으며 현은 태자라는 이름을 버리고 ‘폐하’가 되었다. 현은 왕좌에 올라 엄숙한 자태로 비단 서찰을 펼쳐 들어 포부를 밝혔다.
“짐은 선대제의 훌륭한 업적과 선량한 행실을 본받아 신국의 풍요와 명예를 책임지고 이끌어 갈 것이오!” 이에 모든 사람들이 환호를 하고 절을 올렸다. 모두 머리를 땅에 대고는 황제 폐하를 외쳐 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