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미정 (sbbonzi@yes24.com)
“보따리 아줌마, 보따리 아줌마, 보따리 아줌마 보따리가 하나 둘 셋”
좀 퉁퉁하고 1년 내내 똑같은 옷을 입고 있는 소냐를 향해서 동네 아이들은 놀려대기가 바쁘다. 그녀가 항상 이상한 보따리를 들고, 같은 옷을 입고, 더러 혼자서 중얼거리는 버릇을 지녔기 때문에, 동네 사람들은 그녀를 이상한 여자로 여기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소냐는 그렇게 이상한 사람이 아니다. 소냐가 친절하고 점잖고 게다가 현명한 사람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것은 그녀가 키우는 개 키퍼뿐이다.
소냐가 키퍼를 만난 것은 바닷가 전망대 앞이었다. 떠돌이 개였던 키퍼에게 감자튀김을 주면서 소냐는 키퍼와 친해졌고, 키퍼를 집으로 데려올 수 있었다. 그날부터 키퍼와 소냐는 둘도 없이 친한 사이가 되었다. 젊고 기운이 넘치는 키퍼와 이곳 저곳을 함께 다니고, 또 소냐는 밤이 으슥해지면 키퍼에게 별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러나 소냐와 키퍼 사이에는 서로 이해할 수 없는 갈등이 있었다.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키퍼는 며칠씩 집에만 틀어박혀 그림을 그리는 소냐를 못 참아했다.
“그림 그릴 때는 나 같은 건 완전히 잊어버린단 말이야. 밖에 나갈 생각도 안 하고, 기껏해야 음식 부스러기나 먹이려고 하다니. 너무해!”
그러던 어느 날 소냐는 공원에 그림을 그리러 갔다. 옆에서 심심해하던 키퍼는 떠돌이 개들이 있는 무리에라도 가서 섞여 놀고 싶었지만, 소냐가 위험하다고 주의를 줬기 때문에 공차기 하는 아이들과 신나게 놀게 된다.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되자 키퍼는 아이들을 따라가버린다.
노을이 지고 그림자가 길어진 저녁이 되자 소냐는 키퍼를 찾지만 어디에도 키퍼는 보이지 않았다. 혼자서 쓸쓸히 집으로 간 소냐는 차도 마시지 않고 오직 키퍼 생각만 한다. 소냐가 키퍼를 그리워하는 동안 아이들을 따라갔던 키퍼는 깡통에 든 진짜 개먹이를 먹고 초콜릿과 아이스크림도 먹으며 좋아한다. 그러나 허겁지겁 먹어댄 음식은 키퍼의 배를 아프게 하고 키퍼는 아프게 되고 나서야 소냐를 그리워한다. 아이들이 뒤뜰에 매어놓은 줄에 묶이어 며칠을 낑낑대던 키퍼는 어느 날 줄을 힘껏 당기고 이빨로 물어 뜯어서 끊고 훌쩍 담을 넘어 소냐에게로 달려간다.
소냐와 키퍼는 종일토록 찾아 헤맨 끝에 영영 잃어버렸다고 생각한 서로를 찾고 얼싸안는다.
사람들이 보는, 세상의 눈으로 보면 소냐도 키퍼도 그저 세상에 발을 딛지 못한 외톨이들이지만, 이들이 전해주는 서로에 대한 애정은 참으로 소중하고 애틋하게 마음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