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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12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07쪽 | 343g | 136*200*20mm
ISBN13 9788994040028
ISBN10 8994040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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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과 함께하는 아침참이 하루 중 가장 좋았다. 두 잔 혹은 세 잔째 커피를 마시는 그때에 대화가 가장 잘 이루어졌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든 이야기했다. 물론 죽음도 있었고, 생존도 있었다. 생존에 있어서는 어떻게 살아남을지를 이야기했다. 순식간에 죽임을 당하는 것과 자신의 죽음을 미리 아는 것, 두 가지의 상대적 장단점도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제 조지는 죽음에 대한 짐의 관점이 도저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런 질문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기도 힘들다. 공론으로만 들릴 뿐이다. 망자가 살아 있는 사람을 다시 찾는다. 짐이 조지의 사는 모습을 보려고 돌아온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다. 그것이 좋기만 할까? 애당초 그럴 가치가 있는 일일까? 기껏해야 다른 나라를 잠깐 방문하여 자기 경험의 한계에서 잠시 그곳을 들여다보는 관찰자와 다름없으리라. 좁은 주방의 작은 식탁에 외로이 앉아서 초라하게 느릿느릿 수란을 먹는 이 인물, 삶의 수인을 멀리서 유리를 통해 들여다보는 관찰자. --- p.10

이 경기는 잔인하다. 그러나 그 잔인함은 관능적이고, 그래서 조지는 뜨거운 흥분을 느낀다. 격렬한 반응을 바라는 감각이 조지에게 찾아든다. 조지는 떨리는 쾌감을 느낀다. 너무 잦은 일. 이제 안타깝게도 그 감각에 진저리가 난다. 조지는 이 젊은이들의 아름다움에 진심으로 고마워한다. 두 젊은이는 절대 모르겠지만, 이들 덕분에 조지는 지금 이 순간을 경이롭게 느낄 수 있고, 인생을 덜 미워하게 되고……. --- p.51



샬럿은 조지와 포옹을 하는 사이, 입에 입을 맞추고, 갑자기 혀를 넣는다. 샬럿은 전에도 자주 이런 행동을 했다. 적어도 이론적으로는 일만 번의 시도 끝에 한 번 있는, 술을 핑계로 삼은 유혹 중 하나다. 어떤 관계를 제 궤도에서 이탈시켜 다른 궤도로 홱 옮기려는 시도. 여자들은 이런 시도를 영원히 멈추지 않을까? 물론이다. 그러나 여자들은 이런 시도를 절대 멈추지 않는 덕분에 오히려 좋은 패배자가 되는 법을 익힐 수 있다. 조지는 적당히 시간을 두고 가만히 있다가 몸을 뺀다. 샬럿이 다시 조지에게 매달리지는 않는다. 이제 샬럿은 더 이상 막지 않고 조지를 보낸다. 조지가 샬럿의 이마에 입을 맞춘다. 샬럿은 마침내 이불 속에 들어가는 어린아이 같다. “푹 자.” --- pp.160~161

그렇다면 조지는 왜 여기서 계속 살까?
여기가 짐을 만난 곳이니까. 여기서 새로운 짐을 찾게 되리라고 믿고 있으니까. 조지 자신은 모르고 있지만, 조지는 이미 찾기 시작했다.
조지가 자신은 새로운 짐을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찾아야 한다는 것만 알 뿐이다. 꼭 찾아야 하니까 찾을 수 있다고 믿고 있다.
그러나 조지는 점점 늙는다. 조만간 너무 늦은 때가 찾아오지 않을까?
조지에게 그런 말을 절대 쓰지 마라. 조지는 듣지도 않을 테니. 들으려 하지도 않을 테니. 빌어먹을 미래. 미래는 케니를 비롯한 젊은 애들이나 가지라고 해. 샬럿은 과거나 가지라고 해. 조지는 현재만 끌어안는다. 현재에 조지는 새로운 짐을 찾아야 한다. 현재에 조지는 사랑을 해야 한다. 현재에 조지는 살아야 한다……. --- pp.207-208

그러나 지금 여기 있는 것이 조지의 전부일까?
북쪽, 해안으로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 절벽 아래 화산암 암초에는, 물웅덩이가 많다. 썰물 때에 그곳에 갈 수 있다. 웅덩이는 제각기 다르다. 상상력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웅덩이마다 이름을 붙일 수 있다. 조지, 샬럿, 케니, 스트렁크 부인. 조지를 비롯한 사람들을 각기 하나의 전체라고 가정한다면, 웅덩이 하나를 하나의 전체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물론 웅덩이는 전체가 아니다. 그 물을, 가령, 의식이라고 생각하면, 우울한 걱정, 입을 앙다문 탐욕, 생생한 직감, 껍질은 깨어져도 결코 떨어지지 않는 습관, 깊은 곳에서 반짝이며 숨은 비밀, 신비하고 위협적으로 빛이 있는 표면으로 움직이는 무서운 단백질 유기체 등으로 가득 차 있을 것이다. 그렇게 다양한 것들이 어떻게 한데 존재할 수 있나? 그래야 하기 때문이다. 물웅덩이를 이룬 바위는 그 세계를 모두 담고 있다. 그리고 썰물 때에는, 그 개체 모두는 서로를 전혀 모른다.
그러나 마침내 긴 하루가 끝나고, 밀물 때인 밤이 온다. 바닷물이 밀려들어서 웅덩이를 뒤덮듯, 잠든 조지와 사람들도 다른 바닷물, 의식의 바닷물에 잠긴다. 특별히 다 우리는 직감으로 분명히 느끼고 있는지도 모른다. 만조의 어둠 속에서 이 생명체들 몇몇은 웅덩이를 빠져나와서 더 깊은 바다로 떠돌아다닌다고. 그러나 떠돌던 생명체들은 낮이 되어 물이 빠지면 되돌아올까? 무엇이 그 생명체들을 잡아들일까? 그 생명체들은 어떤 방식으로든 자기가 다녀온 여행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 수 있을까? 아니, 그 생명체들에게, 바닷물뫀 웅덩이 물과 다를 바 없다는 이야기를 빼고, 이야깃거리가 있기나 할까?
--- pp.208-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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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내 인생에 대단한 영감을 불러일으킨 책
나는 20대 때인 80년대에 이 이야기를 읽고 주인공 조지와 사랑에 빠졌다. 나중에 크리스토퍼 이셔우드를 만났고, 점차 그의 작품에 사로잡혔다. 40대 중반에 다시 읽었을 때는 대단히 영적인 책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톰 포드(〈싱글맨〉 감독, 패션 디자이너)
절로 고개가 숙여지는, 통렬하고 뛰어난 책
스티븐 스펜더(영국 시인)
소설가로서 이셔우드의 뛰어난 재능이 전혀 바래지 않았다
앤서니 버지스(『시계태엽 오렌지』저자)
1964년에 처음 발간된 이셔우드의 『싱글맨』은 현대 동성애 인권 운동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최초이자 최고의 소설이다.
에드문드 화이트(『어느 소년의 고백』 저자)
조지가 잠에서 깨어나는 때부터 크리스토퍼 이셔우드의 카메라 같은 뛰어난 눈이 조지를 뒤따른다. 작가는 '조지'라는 인물의 삶의 결을 아주 뛰어나게 포착한다. 우울하다가도 갑자기 조증을 보이기도 하고, 계속 흥미로우면서도 갑자기 슬퍼진다. 길지 않은 이 소설을 통해 이셔우드가 초기에 명성을 얻을 수 있었던 문학적 테크닉을 그대로 맛볼 수 있다.
앨런 프라이스존스(북위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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