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성 하나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태도는 잘못이다. 문화는 정체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에서도 잘 알 수 있다. 상황이 변하면 문화도 변한다. 물론 문화는 국가들이 그와 같은 상황에 대응하는 방식에 영향을 끼치기도 한다. 하지만 문화는 스스로 그와 같은 상황에 영향을 받기도 한다. 간단하게 말해서, 문화는 특정한 나라들이 왜 가난한지 설명하는 독립적 변수가 될 수 없다.
--- p.319
왜 불평등은 문제가 되는가? 가장 간단하게 얘기하면, 인도적인 측면에서 문제가 된다.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의 삶이 자원과 현대적인 기술의 부족 때문에 고통 받는 것은 비극적인 일이다. 자원과 기술은 불과 전화 한 통화면, 혹은 비행기로 몇 시간만 날아가면 얻을 수 있는데 말이다. 그것은 단지 비극일 뿐만 아니라 분명히 피할 수 있는 비극이다. 부자 나라들이 어떻게 부자가 되는지 알고 온갖 질병들의 치료법도 안다면, 그렇게도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모방해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은 비극이다. 게다가 부자 나라들은 현대적인 기술 덕분에 전보다 더 쉽게 그와 같은 가난을 알 수 있다. 따라서 가난에 대해 무언가를 하라는 인도적 압력은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다.
--- p.310
디지털 구분의 불리한 쪽에 있는 사람들에게 진짜 문제는 단순히 컴퓨터와 인터넷에의 접근성 부족이 아니다. 그런 것이 문제라면 공공 도서관들이 그 답을 제시할 수 있다. 진짜 문제는 애초에 컴퓨터를 사용하는 교육적 능력, 그러니까 기본적인 문자 및 숫자적 능력의 부족이다. 그것은 적절한 임금을 지불하는 일자리를 얻는 데 필요한 더 넓은 교육적 능력의 부족이다. 이것은 일자리를 얻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일부 다른 요인들, 이를테면 범죄 기록이나 부족한 교통시설, 혹은 질병 같은 것 때문에 더 악화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요인들은 사람들이 개인용 컴퓨터를 사거나 인터넷에 접속하는 것을 어렵게 만든다. 하지만 사실 그와 같은 ‘디지털’ 측면들은 본질적인 문제에 따른 증상에 불과하다. 진짜 문제는 정보의 부족이나 기술의 부족이 아니다. 보다 본질적인 문제는 ‘돈을 벌 곳이 부족하다’는 사실이다.
--- p.291
사람들이 자본주의를 의심하는 데는 많은 이유들이 있다. 일부는 정당한 것이고 일부는 그렇지 않지만, 이러한 의심들은 늘 존재해왔다. 자본주의는 소외적이고, 조작적이고, 탐욕적이고, 지시적이고, 독점적이고, 거대하다. 자본주의는 또 생산적이고, 혁신적이고, 좋은 임금과 봉급의 원천이고, 연금의 기반이고, 온갖 멋지고 놀라운 제품과 서비스의 원천이다. 누가 이와 같은 미움과 사랑의 격차를 줄일 수 있을까? 그것은 당연히 정부이다. 정부는 자본주의가 보다 적절하게 기능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정부의, 특히 민주주의 정부의 의무이다. 다만 그것은 쉽지 않을 뿐이다.
--- p.240
20세기의 구세계와 21세기의 신세계 모두 광신자들의 자살, 서구에 대한 증오, 성전, 전통을 통한 정체성 추구, 범아랍권의 야망, 회교 근본주의의 발흥, 새로운 힘의 원천을 찾는 테러분자들의 세상이다. 그와 같은 반란과 테러는 너무나 지속적이고 다양해서 쉽게 사라지거나 전혀 새로운 방식으로 등장할 수 없다. 오사마 빈 라덴은 우리 모두에게 엄청난 충격을 주었지만 그의 행동은 오랜 전통 속에 존재하고 있는 것이었다. 새로운 것이라고 한다면 그가 주도한 공격의 거대함과 장소이다. 서구문명의 심장부를 엄청난 힘으로 강타한 것이다.
--- pp.180-181
개혁의 진행이 필요하다는 숙제를 안고 있지만 일본 경제의 근본적인 특성은 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에 상당히 우호적이다. 노동자는 잘 교육되어 있다. OECD의 조사 결과로는 일본인들의 문자적, 과학적, 그리고 수학적 능력은 미국을 능가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고등학교 교육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이고, 정상적인 졸업도 미국이나 서유럽보다 높다. 일본의 대학들은 세계 수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특히 과학 분야에서 대단한 인재들을 보유하고 있다.
--- p.130
이 책은 우리의 미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많은 문제들과 사안들, 그리고 해결책들 중에서 오직 두 가지만이 중요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것들은 20세기에 우리의 삶을 규정한 것이기 때문에, 현재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 알아보는 데 있어서도 핵심적인 질문들이다. 그 중에서 하나는 자본주의가 생존하고, 번창하고, 현재 전 세계에서 발휘하는 그 이례적인 힘을 여전히 존속할 것인지의 여부이다. 다른 하나는 미국이 앞으로도 현재의 정치적, 군사적, 경제적, 그리고 문화적인 지배력을 유지하고 자신들의 힘을 계속 행사함으로써 자본주의가 안전하게 전 세계로 퍼지도록 보장할 것인지의 여부이다.
--- p.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