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멋과 유행의 의미
어떤 것을 보고 색다른 아름다움을 느낄 때 우리는 ‘멋지다’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이처럼 ‘멋’이란 차림새나 행동이 세련되고 아름다운 것을 말한다. 그런데 혼자 멋을 내고 만족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전체로 퍼져 나가 거대한 흐름을 이룬다면 우리는 그것을 ‘유행’이라고 부른다. 멋 내기는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도 가지고 있는 본능이다. 하지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동식물의 멋 내기와는 다른 특성을 보인다. 즉 자신 자신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어떤 목적을 위해 꾸미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생존을 위하고 이성의 짝을 찾기 위한 목적은 동식물도 비슷하지만, 다른 종족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집단 내에서 자신의 신분과 지위를 나타내기 위해서, 그 외에도 다양한 이유로 인간은 자신의 몸을 꾸며서 존재 가치를 높인다.
원시 시대에는 자신의 몸에 직접 장식을 하기도 했고, 고대 이집트에서는 극단적으로 머리 모양을 변형시킨 ‘편두’가 유행했으며, 중세 유럽에서는 뾰족한 모자와 신발로 자신의 지위를 드러냈고, 중국 한족 여인들은 발을 아주 작게 만드는 ‘전족’으로 아름다움을 겨뤘다. 산업 혁명 이후에는 경제적인 풍요를 누리면서 여가를 즐기게 되었고, 그로 인해 멋과 유행은 몸을 치장하는 데서 취미나 대중문화로 확장되었다. 자전거, 곰 인형, 자동차, 대중문화 등에서 나타난 유행은 기술의 발전과 정치?경제적인 사회 변화를 바탕으로 한 것인데, 이러한 유행 속에는 불편한 진실도 숨어 있음을 보게 된다.
이 책은 인류가 먼 옛날부터 지금까지 보여준 멋과 유행 가운데 대표적인 것들을 예로 들어 보여준다. 흥미진진한 내용과 더불어 만화적 구성을 응용한 밝고 화사한 색감의 일러스트 화면이 시선을 사로잡기 때문에 페이지를 넘겨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한 꼭 기억해야 할 핵심 내용에는 밑줄 긋기를 해놓아서 중요한 사항을 더욱 기억하기 쉽게 꾸며 놓았다. 흥미로운 주제와 술술 잘 읽히는 글, 눈에 띄는 신선한 그림과 편집 장치 등을 통해 처음부터 끝까지 경쾌하게 집중하며 ‘멋과 유행의 역사’를 잘 새겨들을 수 있도록 했다.
2. 멋과 유행은 한곳에 머물지 않으며 돌고 돈다
제1장에서는 까마득한 옛날에 어떻게 멋을 냈고 어떤 치장이 유행했는지 살펴본다. 시대와 지역에 따라 다른 비너스의 모습, 고대 이집트 시대의 ‘편두’, 로마의 공중목욕탕, 남자의 귀걸이, 비단의 유행에 관한 이야기가 펼쳐진다.
제2장에서는 유행이 엉뚱하고 해괴망측해서, 어떤 지역에서는 멋이라고 크게 유행한 것이 다른 지역에서는 비웃음거리가 되기도 하는 모습을 살펴본다. 미녀를 따라 얼굴을 찡그리기도 하고, 귀를 부끄러워하며 가리고, 뾰족해서 불편하기까지 한 모자와 신발이 유행하고, 아름다움을 위해 눈썹을 뽑아내고, 20센티가 넘는 키 높이 신발을 신으며, 눈물을 머금고 발을 작게 만드는 ‘전족’ 이야기가 담겨 있다.
제3장에는 유행을 이끈 왕과 귀족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빨간 하이힐을 신은 프랑스의 루이 14세, 실크 스타킹을 신은 영국의 헨리 8세, 부풀린 치마로 몸매를 드러낸 르네상스 이후 귀부인들, 야채에 과일까지 별의별 장식을 얹은 유럽 귀부인들의 가발, 목욕 대신 향수를 즐긴 귀족, 모자세 때문에 만들어진 토퍼,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진주 이야기가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제4장에서는 산업 혁명 이후 여가 시간을 즐기게 된 사람들의 여러 유행에 대해 살펴본다. 유행의 뒤편에 숨은 불편한 진실도 들여다본다. 인간의 멋 내기를 위해 수없이 많은 동물들이 죽거나 학대를 받고,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만들어진 인조 가죽이 환경 오염을 일으킨다. 이렇게 오랜 세월 이어져 온 유행은 끊임없이 돌고 돈다. 옛것이 되살아나 새로운 모습으로 유행하기도 한다. 유행은 지금도 다양한 모습으로 현재 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