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는 출범 이후 국민안전, 규제완화, 정부3.01, 공직자 부정부패 척결 등을 정부의 핵심 가치로 홍보해왔다. 그러나 이번 세월호 참사를 통해 국민안전과 공직자 부정부패 척결은 공허한 말뿐이었음이 드러났다. 박근혜 정부는 오히려 규제를 ‘암 덩어리’에 비유하며 무분별하게 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했고, 그러다 보니 최소한의 안전장치마저 갖추지 못한 채 국민의 안전을 위태롭게 만들었다. (…) 박근혜 정부는 국민의 안전과 재난대응에서 과거 어느 정부보다 무능하고 무책임한 모습을 보이며, 세월호 침몰사고를 유례없는 ‘대참사’로 이어지게 했다. 우리는 지휘자 없이 그저 선박의 침몰을 지켜봐야 하는 무기력하고도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현실을 마주해야만 했다.
세월호 참사는 결코 단순한 교통사고나 조류독감 같은 전염병이 아니다. 그것은 ‘돈’과 ‘권력’을 성공의 잣대로 평가하고, 사람의 안전과 생명마저 비용의 문제로 취급해온 정부의 정책과 제도 그리고 그에 편승한 기성세대가 빚어낸 사회구조적 재앙이다. 선박의 침몰은 기업과 이를 감독할 국가기관이 결탁한 부조리와 부패의 결과일 뿐 원인일 수는 없다.
따라서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선장과 선원, 청해진해운, 부조리와 관련된 일부 공무원 그리고 침몰 후 구조에 투입된 해양경찰(이하 해경)의 위법 행위 처벌로 세월호 사태를 덮으려는 시도이다. 참사로 희생된 피해자들에 대한 보상과 사후 조치로 사태를 무마하는 것으로는 안정과 생명을 등한시한 구조적 원인을 제거하고 올바른 대안을 마련할 수 없다. 철저히 진상을 규명하여 구조적 원인을 시정하고, 그 원인을 만들어온 책임자를 처벌하지 않는 한 세월호 참사는 다른 곳에서 또 다른 형태로 재발될 수밖에 없고, 안전한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는 4·16의 값비싼 교훈은 물거품이 될 수밖에 없다.
_머리말 중
세월호 침몰의 근본적인 원인과 경위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진상규명의 첫 단추로 철저하게 규명되어야 한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의하면 세월호 증개축이 선박 복원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 점, 청해진해운이 평소 세월호 선원들의 교육훈련을 규정대로 실시하지 않은 점, 화물 과적과 고박 불량 그리고 선장 및 항해사의 운항 과실 등이 세월호 침몰의 직접적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앞에서 검토했듯이 세월호 침몰 원인에 대한 검찰 측 주장은 과학적으로 충분히 검증된 것이 아니며, 따라서 명확한 분석이라 할 수 없다.
여전히 세월호 침몰사고의 정확한 발생 시각이 밝혀지지 않았고, 진도 VTS 기록 조작 및 세월호 AIS 항적 기록 누락 의혹에 대해서도 규명되지 않았다. 정확한 침몰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사고 당시의 정확한 화물량, 평형수의 양 등 복원성과 관련된 데이터가 철저히 조사되어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실제 화물적재량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오히려 검찰수사의 초점은 선박 침몰의 원인을 정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아니라, 선장과 선원들의 처벌에 집중되어 모든 관련 요인을 침몰 원인으로 나열하는 한계를 드러냈다. 따라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관련 증거와 데이터를 최대한 확보한 후, 과학적 검증을 통해 침몰의 주된 원인이 무엇인지 그 진실 여부를 가려내야 할 필요가 있다.
여전히 세월호의 침몰 원인에 대하여 여러 가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내부 폭발이 있었다는 의혹이나 수면 아래에서 불특정 물체와 충돌이 있었다는 의혹도 있다. 제기되는 여러 가지 의혹을 명확하게 규명하기 위해서는 향후 선체에 대한 면밀한 조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_검찰이 밝힌 침몰 원인의 신뢰도 중
대통령이 사고 당일 오전 10시 15분경 안보실장에게 유선 통화로 전달한 첫 번째 지시사항은 단 한 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 그리고 선내 객실 등을 철저히 확인하여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할 것이었다. 이 지시사항은 10시 25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상황실과 해경본청 상황실 사이의 핫라인을 통해서 전달되었다. 그러나 오전 10시 15분은 이미 세월호의 모든 출입구와 갑판이 물에 잠긴 시각으로, 잠수를 하지 않고서는 선내 진입이 불가능해진 상황이었다. 즉 이러한 지시는 당시의 사고 상황과는 전혀 맞지 않는 부적절한 지시였다.
국가안보실과 대통령비서실이 제출한 업무 보고서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은 10시 30분 해경청장에게 전화하여 “해경특공대를 투입해서라도 현장인원구조에 최선을 다할 것”을 지시하며 인명구조를 독려했다고 나와 있다. 그런데 이번 국정조사 기관보고에서 해양경찰청이 제출한 해양경찰청 소속 잠수 가능한 구조전담인력 현황을 보면 특수구조단·122구조대·항공구조사 등이 소속되어 있으며, 해경특공대는 여기에 속해 있지 않다. 즉 해경특공대는 잠수를 통한 구조활동을 하는 전문인력이 아닌 것이다. 해경특공대에 잠수인력이 포함되어 있기는 하나, 이들은 구조활동을 주요 임무로 하는 것이 아니라 대테러작전과 요인 경호, 폭발물 처리 등을 담당한다. 따라서 사고 당일 오전 10시 30분에 이루어진 박근혜 대통령의 두 번째 지시는 사고 상황에 적합한 구조인력을 제대로 파악하지도 못한 채 내렸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 박근혜 대통령은 293명의 실종자들이 선체에 갇혀 있는 것도 모르고 “구명조끼를 입었는데 왜 발견이 안 되냐”는 엉뚱한 질문을 하고, 본인이 지시했다고 하는 해경특공대를 경찰특공대로 헷갈리는 등 현장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즉 사고 발생 후 8시간이 지난 뒤에도 재난 대응의 컨트롤타워를 지휘해야 할 박근혜 대통령은 전혀 준비가 되지 않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 시간 동안 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이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규명되어야 한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지 못한 청와대와 대통령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