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당신이 놓치는 12가지 질문』은 미래에 대한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질문을 던지고자 했으며,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이런 분야가 유망할 것이다’라는 식의 정답을 찍어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 대화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4차 산업혁명이 일으킬 변화를 둘러싼 여러 가지 중요한 논쟁의 포인트들이 드러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정답을 주입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들과 함께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아가고자 합니다. --- p.7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은 경제의 거의 모든 영역에 걸쳐 변화를 일으키고 있지만, 그 변화는 기존에 경제활동이 이루어지던 방식을 부정하기보다는 계승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구글의 자율주행 자동차는 기존 자동차의 하드웨어를 그대로 활용하여, 거기에 구글의 센서와 소프트웨어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개발되고 있습니다. (중략) 이것이 바로 기존의 ‘업의 본질’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입니다.
--- p.6
사실 인공지능의 발전은 수십 년 동안 정체 상태였습니다. 그러다가 근래 이렇게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사고과정을 모방하거나 지적활동의 원리를 이해해서 문제를 풀겠다는 것을 포기하고, 대신에 대량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패턴 암기식으로 문제를 풀겠다는 식으로 실용적으로 방향을 수정했기 때문입니다. (중략) 따라서 시리 같은 것을 잘 쓰려면 인공지능만 학습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도 인공지능에 맞추어주는 방식을 학습해야 합니다. 인공지능이 잘 이해할 수 있는 패턴으로 질문을 해야 잘 대답할 수 있지요.
--- p.65
무려 200여 년 전부터 기계와 자동화가 실업을 가져올 것이라는 예언이 끊임없이 반복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여 년 전에 비해 경제 전체의 전반적 실업률은 증가하지 않았습니다. 특정 분야에서는 고용이 줄거나, 심지어 특정 직업이 완전히 사라지기도 했지만, 반면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나고 고용이 늘어나기도 했습니다.
만약 기술진보가 일관되게 고용을 줄인다면, 200여 년 전부터 실업률은 계속 증가했을 것이고, 지금은 모든 나라가 실업률이 굉장히 높아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렇지가 않지요. 즉, 기술진보가 일자리를 없앤다는 걱정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으며 상당히 과장된 면이 있다는 것입니다.
--- p.184
IT 융합 분야의 업무를 하는 전문가들을 만날 기회가 자주 있는데, 대체로 IT 기술을 잘 아는 것보다는 그 기술이 적용되는 분야를 잘 아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즉, 의료와 IT 융합이면 의료지식, 금융과 IT 융합이면 금융지식, 제조와 IT 융합이면 제조공정에 대한 지식이 먼저 받쳐주어야 하고, 그것을 기반으로 IT 기술을 적용하는 식으로 일을 하게 될 것이라고 합니다. --- p.199
영화 [아마겟돈]을 보면 지구와 부딪히려는 것을 막기 위해 우주에 나가서 소행성에 깊숙이 구멍을 팝니다. 그때 NASA는 우주인에게 구멍 파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석유시추선에서 구멍을 파는 전문가들을 데려와서 우주비행사 교육을 시키지 않습니까? 이 경우도 ‘석유시추’라는 구체적인 도메인 지식이 ‘우주비행’이라는 범용기술보다 더 우선시되는 사례입니다.
거의 대부분의 IT 기술은 시간이 지나면 사용이 점점 더 간편해질 것입니다. PC도 처음 나왔을 때는 숙련된 사람만이 사용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더 이상 특별한 기술이 아닌 것처럼요. 그러나 그 IT 기술이 적용되는 비 IT 분야의 지식, 즉 도메인 지식은 시간이 지나도 더 수월해지기가 쉽지 않습니다.
--- p.200
과연 저 같은 문과 출신들도 앞으로 기술혁신에 적응해갈 수 있을까요?
-사실 IT 기술을 활용하는 쪽에서는 기초적 IT 소양 내지는 IT 문해력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도 절대 만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이지요. (중략) 따라서 마치 과거 서당에서 글공부를 시작하는 아이들에게 수만 자가 넘는 한자 중에서 딱 천 자만 골라서 천자문으로 가르쳤듯, ‘전공자가 아니면 이 정도만 알면 돼!’라는, 마치 과거의 "천자문" 같은 컨센서스를 정립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p.201
그렇다고 기본기에 해당하는 것이 아예 변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특히 무엇이 더 주목받고 강조된다는 식의 비중 변화는 수시로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통계학 자체는 전혀 새로울 것도 트렌디할 것도 없는 기본기이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트렌디하게 되면서 통계학이라는 기본기가 다른 기본기들에 비해 특히 주목받고 비중이 커졌습니다.
기업들도 트렌디한 아이템에 특화된 교육을 받은 학생보다는 기본기가 탄탄한 학생을 선호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냐하면 트렌디한 아이템은 시간이 지나면 유행에 빠르게 뒤처지게 되기 때문입니다. 융합교육의 필요성이 강조되지만, 주 전공이 확고하게 받쳐주어야 그것을 바탕으로 타 전공과의 융합도 가능하지요.
--- p.227
유망산업 분야를 골라서 밀어주자는 식의 전통적인 산업정책을 계속하는 것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하는 좋은 방법이 아닙니다. 이것은 미래를 과거의 방식으로 대비하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모든 혁신을 그냥 시장에 맡겨두고, 정부는 팔짱만 껴야 한다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그 이유는 기술이란 파급효과가 전 사회에 걸쳐 넓게 미치는 공공재적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냥 시장에만 맡기고 내버려두면 시장의 실패가 발생하기 때문입니다. 광범위한 파급효과를 가져오는 기술, 이른바 ‘배워서 남 주자~’는 식으로 기술을 직접 개발한 주체 이외에도 그 효과가 넓게 미치는 종류의 기술은, 민간에만 맡기면 과소투자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부분에서 정부가 재정을 투입하면서 적극적 역할을 해야 합니다.
--- p.2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