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 맺힌 싱싱한 꽃봉오리와 새들, 그지없이 푸르른 여름날의 풀밭, 하늘, 따스한 금빛 꿀처럼 사방에 쏟아지는 햇빛 등등 모든 것을 보아 두려는 열광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그의 시야는 점점 좁아졌다. 양쪽이 희미하게 흐려진 두 개의 터널 같은 시야만을 남기고 카메라 셔터가 닫히듯 그림자는 계속 커졌다..
--- p.357
'다들 뱀파이어가 된 이유는 가지각색이에요.'
그녀는 케이에게 다시 눈길을 돌렸다.
'하지만 거기에 사랑은 절대 없어요. 사랑이란 인간 영혼의 원동력이죠. 사랑이란 당신에게는 활력이에요. 하지만 우린 그런 것 없이도 영원히 살 수 있어요. 그게 우리의 비극이에요. 우리에게 내려진 진짜 저주죠.'
베네타가 작고 날카로운 엄니를 불빛에 번득이며 케이에게 다가왔다.
'난 트레버가 여자 때문에 파멸하는 꼴을 보고 싶다고 생각했었죠. 트레버의 콧대가 꺾인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 p.
“렌필드,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 같군요. 내겐 선택의 여지가 없소. 난 진짜 뱀파이어요.”
이런 주장과 함께 그의 얼굴에 눈부실 정도로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방송국에선 당신이 일상 생활에서도 그런 이미지를 고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나요?”
“좋은 선전이 되니까. 하지만 내가 뱀파이어처럼 행동하는 건 바로 내가 뱀파이어라서요”
그의 미소가 더욱 커졌다.
“당신은 믿지 않는군. 사실 당신이 믿어 주리라곤 생각지 않았소. 아직은”
그는 일급 기밀이라도 털어놓듯이 케이 쪽으로 상반신을 숙였다.
“난 솔직하게 터놓음으로써 도리어 진실을 감추고 있지. 라디오 방송의 이미지란 완벽한 위장술이라오. 만일 누가 날 진짜 뱀파이어라고 폭로한다 해도 세상은 방송에서 내가 보인 이미지 때문에 빚어진 오해라고 생각할 뿐 믿지는 않을 거요”
--- p. 26
“렌필드, 제대로 알아듣지 못한 것 같군요. 내겐 선택의 여지가 없소. 난 진짜 뱀파이어요.”
이런 주장과 함께 그의 얼굴에 눈부실 정도로 환한 미소가 떠올랐다.
“방송국에선 당신이 일상 생활에서도 그런 이미지를 고수할 것을 요구하고 있나요?”
“좋은 선전이 되니까. 하지만 내가 뱀파이어처럼 행동하는 건 바로 내가 뱀파이어라서요”
그의 미소가 더욱 커졌다.
“당신은 믿지 않는군. 사실 당신이 믿어 주리라곤 생각지 않았소. 아직은”
그는 일급 기밀이라도 털어놓듯이 케이 쪽으로 상반신을 숙였다.
“난 솔직하게 터놓음으로써 도리어 진실을 감추고 있지. 라디오 방송의 이미지란 완벽한 위장술이라오. 만일 누가 날 진짜 뱀파이어라고 폭로한다 해도 세상은 방송에서 내가 보인 이미지 때문에 빚어진 오해라고 생각할 뿐 믿지는 않을 거요”
--- p. 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