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기본적으로 어른보다 주의 집중 시간이 짧고 활동량이 많습니다. 그런데 또래 사이에서 남다른 아이들이 있습니다. 활동적이고 에너지가 넘쳐 부모가 감당하기 힘든 아이가 있는가 하면, 무얼 해도 느릿느릿하고 뭘 시켜도 멍 때리며 부모 속을 태우는 아이도 있습니다. 훈육을 해도 돌아서면 그때뿐이죠. 이 아이들의 부모는 ‘훈육이 잘못됐나. 나만 애를 잘못 키우고 있나?’ 하며 자책합니다. --- 「산만한 행동은 아이 탓도 부모 탓도 아닙니다」 중에서
1990년 미국의 심리학자 마리엘렌 피셔는 산만하고 충동적인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의 경우, 양육 효능감이 매우 낮고 양육 스트레스는 높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특히 아이가 이야기를 귀담아듣지 않는다고 여겨 대화가 단절되는 경우가 많았고 부모의 자책감, 우울감도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아이의 산만한 행동은 뇌기능과 관련된 문제이지 부모의 육아가 잘못됐거나, 아이가 부모의 훈육을 무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 「산만한 행동은 아이 탓도 부모 탓도 아닙니다」 중에서
아이젠버그와 캠벨의 연구는 ADHD가 그 자체로 질환이 아니라는 점을 명백하게 이야기해줍니다. 타고난 성향이 사회 시스템과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느냐에 따라 리더가 될 수도 있고, 낙오자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 말이지요. 소아 정신과적인 문제, 장애라고 막연히 알고 있던 ADHD는 결국 사회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해 일어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나온 이름이지요. 난독증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난독증은 글자를 읽고 여러 가지 복잡한 정보를 처리해야 직업을 구할 수 있는 현대 사회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 「산만한 아이들에게도 특별한 능력이 있다」 중에서
산만하고 충동적인 아이일지라도 충분한 자생력이 있다고 믿는 것입니다. 모든 아이는 세상을 살아가고 적응할 힘을 갖고 태어납니다. 나름대로 배우고 성장하며 나중에는 놀라울 정도로 달라질 것입니다. 인본주의 심리학자 칼 로저스는, 사람은 이미 좋은 방향으로 성장하는 힘이 있기 때문에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줄 필요보다 그것을 가로막는 장애물만 치워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이야기한 적이 있습니다. 아이를 믿고, 부모의 지나친 개입은 간섭이 된다는 사실을 기억해주세요. --- 「산만한 아이들에게도 특별한 능력이 있다」 중에서
창의성은 말 그대로 새로운 것을 시도해보고자 하는 호기심이자 행동력입니다. 그래서 정해진 규칙을 따르는 것보다 호기심과 행동이 앞서는 산만한 아이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거나 시도하는 데 훨씬 빠른 경향을 보일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 교칙을 잘 지키고 정해진 학습 패턴을 잘 익히는 아이들은 익숙한 해결 방법을 선택합니다. 수천 번 연습해본 일을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배우기 때문에 새로운 영역에 과감히 뛰어드는 일을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반면 산만한 아이들은 일차적으로 자신의 감정과 순간 주어진 상황에 몰입하는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에 일단 떠오른 생각을 행동에 옮기고 스스로 판단하기를 즐겨합니다. --- 「산만한 아이의 특별한 능력을 키워주려면」 중에서
이러한 다중 지능 이론으로, 다양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최근 ‘신경 다양성’이라는 개념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신경다양성이라는 개념은, 1990년 호주의 사회학자 주디 싱어가 여러 질환의 특징을 하나로 묶거나 정의할 수 없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됐습니다. 신경 다양성 운동의 주요 목적은 정신적 장애를 질병으로 보지 말고 남들과 다른 긍정적인 측면을 보여줌으로써 균형을 맞추는 것입니다. 2010년 이후 자폐증과 ADHD, 난독증 등 다양한 질환과 관련된 단체들이 신경 다양성 운동에 합류하기도 했습니다. --- 「진단명이라는 틀 안에 아이를 가두지 마라」 중에서
자폐증 연구의 대가인 사이먼 배론 코헨 박사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나 고기능 자폐로 보이는 58명의 성인과 무작위 선별된 174명의 성인, 840명의 케임브리지 대학생, 16명의 수학 국제 경시 대회 우승자들을 집중적으로 분석했는데, 수학 국제 경시 대회 우승자들과 아스퍼거 증후군 성인들이 비슷한 증상을 가장 많이 보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아이가 자폐 진단을 받은 부모들의 시각을 바꿔주었고, 아스퍼거 증후군으로 진단받은 사람들 역시 적절한 교육을 받는다면 누구보다 탁월한 지적 성취를 보일 수 있다는 것을 확인시켜주었습니다. 더 나아가 코헨은 아스퍼거 증후군을 장애가 아닌 ‘차이’로 생각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진단명이라는 틀 안에 아이를 가두지 마라」 중에서
실내에서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자극에만 노출되면 두뇌는 극심한 피로를 느끼고 주의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지요. 아이의 주의력 향상을 위해서는 주의 피로 경험을 자주 하지 않도록 적절하게 실외 활동을 할 수 있게 도와야 합니다. 이처럼 아이의 두뇌 활동 특성과 성향을 파악하면 충분히 지적 잠재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습니다. 부모가 어떤 환경과 교육을 제공하느냐에 따라 아이는 다양한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 「진단명이라는 틀 안에 아이를 가두지 마라」 중에서
부모와 함께 놀면서도 아이의 작업 기억력은 향상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말 따라 하기’입니다. 부모가 한 말을 순서대로 따라 하는 놀이로, 작업 기억력뿐 아니라 청지각 능력과 어휘력도 향상시킬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너무 긴 문장으로 시작하기보다 3~4개 단어로 된 짧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가 순서대로 잘 따라 하면 단계적으로 긴 문장을 따라 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책은 저자가 그동안 ADHD, 난독증 아이들을 상담해온 경험과 노하우를 ‘인지과학’이라는 이론적 배경을 토대로 잘 설명하고 있습니다. 집중력 저하나 과잉 행동 장애가 있는 아이뿐 아니라,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누구나 이 책을 한 번쯤 읽어보기를 강력히 권해드립니다. 이 책을 통해 아이의 숨겨진 잠재력을 찾고, 아이가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조력자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또 이것이 부모가 자녀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