숏은 ‘현실의 조각’이다. 그리고 관객이 총체적인 현실을 바라볼 때 어떤 조각을 어떤 순서로 볼 것인가는 바로 영화를 만드는 사람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것은 세 명의 장님이 코끼리를 만지면서 무엇인지 알아내려고 한다는 옛 우화에 비유할 수 있다. 세 명의 장님은 각자가 코끼리의 서로 다른 부분을 만지고 있기 때문에 이 동물의 전체적인 형태에 대해서는 완전히 서로 다른 생각을 갖는다. 영화제작이라는 것은 누군가가 이 세 명의 장님을 안내해 주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다. 즉, 이 부분을 처음 만지게 하고 저 부분은 무시하고 여기를 만져야 한다는 것과 같은 안내를 하는 것이다. --- 「화면 구성 기법」 중에서
1인칭이나 2인칭 시점을 나타내는 카메라의 움직임은 관객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고 개입시킨다. 즉, 관객은 화면 안에서 스스로를 순응시키고 ‘위치’시키려고 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몰입하게 된다. 만약 움직임이 혼란스러워지면 두뇌는 이것을 바로잡고 똑바로 유지하려고 노력한다. 즉, 관객의 의식은 움직임을 잘 따라가려고 하고, 지금 어디에 있으며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파악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물론 움직임은 제3자의 시점이 될 수도 있다. --- 「렌즈 언어」 중에서
나눠 찍기는 창문과 출입문을 일치시키는 작업 다음으로 속임수가 많이 사용되는 분야다. 예를 들어 응답 숏을 촬영하기 위한 카메라 위치에 어떤 장애물이 놓여 있다거나 태양이 촬영에 좋지 않은 각도에 있는 경우에는 여러 가지 속임수를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조명이 아주 복잡하게 설치되어 있어서 촬영 장비를 옮기고 조명을 다시 설치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에는 카메라와 조명을 그대로 두고 배우만 이동하는 속임수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 방법은 다른 세부 장면에서 배경이 덜 중요하다거나 일몰 시간대처럼 촬영 가능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최후의 수단으로 사용해야 한다. --- 「연속성」 중에서
적정 노출이란 장면의 명암 범위와 필름의 특성곡선이 일치하는 조리개값을 말한다. 그리고 그 장면의 명암이 특성곡선의 토와 숄더 지점 사이에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일반적으로 노출의 범위가 스톱인 장면을 특성곡선의 한가운데에 위치시키면, 장면의 명암 범위가 필름의 특성곡선에 훌륭하게 들어맞는다. 이러한 측면으로 살펴보았을 때, 적정 노출은 완전히 기술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표현상의 목적이나 기술적인 이유로 인해서 일부러 적정 노출에서 벗어난 상태로 촬영하는 경우도 있다. --- 「노출」 중에서
색은 공간 인식과 관련된 심리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검정색, 갈색, 어두운 파란색, 어두운 녹색과 같은 색은 차가우면서 뒤로 물러나있는 듯이 보인다. 일반적으로 옅은 색은 뒤로 물러나 있는 듯이 보이는데, 특히 옅은 녹색과 파란색이 가장 뒤로 물러나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옅은 빨간색과 주황색도 뒤로 물러나 있는 듯이 보이기는 하지만, 차가운 색만큼 그렇지는 않다. 노란색은 전반적으로 밝은색이며, 그 강도가 강할 때는 앞으로 다가오는 것처럼 보인다. 색과 관련된 무게감과 균형감의 인식은 색 그 자체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색을 나타내고 있는 물체의 크기와 형태, 그리고 인접한 색의 상호 작용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어두운색은 밝은색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무거워 보이며, 특히 노란색이나 주황색과 같이 따뜻한 색은 어두운색에 비해서 훨씬 가벼워 보인다. --- 「색 이론」 중에서
조명은 이야기의 주제, 인물, 특정 시간과 공간에 대한 인식을 강조시키는 요소다. 그러나 많은 영화에서 조명은 제한적인 범위에서 분명치 않은 은유법으로 스토리텔링의 일부분이 된다. 조명의 진정한 가치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오히려 부정적인 태도를 취하는 영화인들도 있다. 그러한 사람들은 영화의 도구로서 조명이 가지고 있는 유용성과 설득력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며, 결국은 시각 스토리텔링에서 가장 중요하고 강력한 표현 도구를 스스로 빼앗아 버리는 결과를 맞게 된다. --- 「스토리텔링 기법으로서의 조명」 중에서
접사촬영(Macrophotography)은 이미지의 크기를 피사체의 실제 크기와 같거나 더 크게 보이게 만드는 촬영 기법이다. 이러한 접사촬영은 주로 익스트림 클로즈업 촬영에서 많이 사용한다. 예를 들어 우표를 촬영할 때, 우표의 이미지가 화면을 가득 채우는 크기로 촬영하는 것이다. 접사촬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피사계 심도가 아니라 이미지의 확대 정도다. 1:1 확대는 피사체가 이미지 면에 실제 크기로 기록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1/2인치 크기의 피사체를 1:1 확대 비율로 촬영하면 CCD나 필름에 1/2인치의 원래 크기로 기록된다. 확대 비율 1:2는 1/2 크기로, 1:3은 1/3 크기로 기록한다는 뜻이다. --- 「광학」 중에서
어떤 측면에서 고화질(HD: High Definition) 비디오는 일반 화질(SD: Standard Definition) 비디오와 유사하지만, 한편으로는 상당히 다르기도 하다. 예를 들어, HD 카메라는 일반 비디오카메라에 비해서 상당히 많은 이미지 조절 기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기능은 카메라의 내부 메뉴를 통해서 조절되기도 하고 유선 원격 ‘페인트 박스Paint Box’라는 장치로 조절되기도 한다. 이 원격 장치는 숙련된 촬영감독이나 촬영기사가 촬영 현장에서 직접 사용할 수 있는 간단한 형태부터 전문 엔지니어가 사용하는 복잡한 형태까지 그 종류가 다양하다. 그리고 모든 종류의 페인트 박스는 테이프에 기록되는 영상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반드시 숙련된 전문가가 다뤄야 한다. --- 「비디오 기초」 중에서
가장 중요한 촬영감독의 책임은 감독과 협의해서 감독이 원하는 스타일의 영상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모든 감독은 각자의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어떤 감독들은 자신이 만들고자 하는 스타일을 촬영감독에게 구체적으로 요구하기도 하지만, 다른 어떤 감독들은 배우와 세트에만 집중하고 다른 모든 부분을 촬영감독에게 전적으로 일임하기도 한다. 궁극적으로는 감독이 최종 의사 결정권자다. 그리고 감독은 무엇이든지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려고 하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진정한 전문가로서 촬영감독은 감독이 어떤 방식을 원하더라도 항상 함께 일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 촬영에 관한 모든 문제는 반드시 사전에 논의를 해야 한다. --- 「촬영 현장」 중에서
이 책에서는 필름부터 HD까지는 설명하고 있지만, 최근 빠르게 등장하고 있는 새로운 4K급 디지털 HD 카메라에 대해서는 다루지 못하고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 책이 전하는 지식의 가치는 여전히 매우 높다. 그 이유는 이 책의 내용이 영상 언어의 예술적 측면과 촬영 기술의 기본 지식을 이론과 실제의 내용으로 매우 알차게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은 현재의 다양한 디지털 촬영 기술을 파악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초가 될 뿐만 아니라 복잡한 개념의 디지털 촬영 기술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 주기 때문이다.
--- 「보론: 아날로그 필름에서 디지털 4K까지」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