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경배하라.
난 이름을 말해서는 안 될 자.
모두가 다 두려워하는 다크 오브 다크니스.
500년 솔로 역사의 산증인, 볼드모태. 내 위엄을 알겠느냐. 그렇담 꺼져.
난 호그스헤드의 한 작은 바에서 버터소주를 좀 들이켜야 하니까.
아씨오 알콜. 아씨오 알콜! 아씨오 알……. 아, 형, 여기 주문!
…………(자세를 고쳐 앉으며) 글 잘 읽었다.
우선 물어볼 게 있다. 사실대로 답해봐.
………………(장시간의 침묵이 흐른 뒤)
지금………장난하나…… 지금 장난하냐고! 너, 지금 나 놀리냐, 어?
너, 진짜, 정말…… 내 스타일이야! (갑자기 주변이 환하게 빛나며 꽃잎이 날아다닌다) 이 앙큼한 여자. 내 어둠을 해제시키려 하다니 이 놀라운 여자.
(주변의 손님들이 다 놀란다. 이에 상관 않고) 너 혹시 마녀냐. 아니면 머글이냐. 하, 태생은 중요해. 아니야, 중요치 않아. 내겐 사랑만
있…… 아, 시발. 내 체면.
(서둘러 낯빛을 흙빛으로 바꾸며 진지하게) 당신이 착각하고 있는 게 몇 가지 있다. 정말 단단한 착각이지. 내 러블리 애완 뱀 내기니에게 좀 물려봐야 정신을 차릴 것 같군. (옆에서 내기니는 황도를 먹고 있다)
우선 내가 500년 넘게 산 건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난 유명하니까. (토 달지 마)
난 어둠의 마법을 하며 지구 방방곡곡을 돌아다녔어.
당연히 사람도 많이 만났지. 정말 별 사람 다 있더군.
아, 시발. 잊을 수가 없어. 군대 얘기보다 재밌으니까 다음에 들어봐.
어쨌든.
그렇게 100년쯤 수억 명의 사람을 만나다 보니 어느새 난 진리를 깨달았지.
진리? 그래, 질리질리 진리! 바로……
(양피지 두루마리를 꺼내고는 그 위에 신들린 듯 써내려간다)
‘세상은 넓고 머글은 존내 다양하다.’
야, 너 표정이 왜 그래. 나 정말 진지해.
무슨 캠페인이나 도덕 수업을 하려는 게 아니라 정말 내가 레알 느낀 거야.
트롤! 아니, 트루! (머글 말은 참 어려워)
사람, 다양해.
세상을 좀 아는 성인마법사로서 내가 너를 봤을 때 넌 정말 평범해.
보편적인 여자야. 그리고 지극히 여자야. 완전 여자, 남자 말고!
못 믿겠나? 그럼 또 들어봐.
내가 비록 모태어둠이지만 말이야, 여자사람 부하, 여자사람 친구, 여자사람 적, 여자사람 머글 내 주위에 득시글한데……
실내야구, 농구 게임, 펀치? 오우. 넌 완전 우리꽈야.
내 여자지인들이 만든 「환상적이고도 놀라운 스포츠 매니아 여자의 세계」라는 카페 가입해볼래? (의뢰인은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녀들은 날 반하게 해. 진짜야! 내가 막 대시도 많이 했어. 마법사라고 거절당했지만.
(흑흑흑흑. 갑자기 고개를 파묻고 운다. 잠시 뒤 목멘 목소리로)
그녀들은 충분히 섹시하고 귀여워.
말투가 터프하다고? 그게 얼마나 애간장을 녹이는데. 태권도가 몇 단? 남자들, 그런 얘기하는 여자 완전 좋아해. 정말이다. 자기넬 잘 이해해줄 것 같거든. 흐악후압! 매력이 넘치지. (갑자기 신나서 유니콘 피를 원샷하는 그)
좋아, 이게 바로 너의 생각과 실제 현실의 괴리이다.
그럼 두 번째, 넌 왜 그런 말도 안 되는 착각에 빠졌는데?
왜 너의 터프함이 매력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 이유는 니가 정말 사람을 적게 만나봤기 때문이야.
부정하고 싶은가? “으앙, 저 발 완전 넓은데. 저 만나는 사람 레알 많은데. 저 만날 돌아다니는데.”
아냐, 너으 착각이야. 니 세계가 그렇게 좁지 않고서야 그렇게 일찍이 너에 대한 스스로의 평가를 그따구로 내렸겠어.
더 자세히 얘기해주고 싶은데 글자로는 한계가 있군. 직접 만나서 널 코치코치 파헤치며 내 주장을 증명하고 싶다. 그러니 번호 좀……(내기니가 그의 목을 감싸 서서히 조이는데) 켁. 엨켁. 엑켁켁. 아, 알았어. 스투페파이. 자 그러니까, 내가 하려던 말은……
놀러 다녀. 나한테 혼나기 전에. 남자를 찾아 으르렁거려봐.
태권도 어따 쓸 거야. 막 보여주고 다니라고. 태권도 도장도 다니기 시작해. 운동 동호회에 가서 아예 막 어필하든지. 제기럴, 거기 갱찮은 머글 진짜 많아. 어깨가 아주……(쳇, 아브라발닦그라!)
또 뭐 없는가? 너 좋아하는 거 없어? 없어? 너도 어둠 속에 갇혀 있는 거 좋아해? 좋아, 그럼 나의 부활이나 돕든가. 나처럼 살 거야? 넌 나만큼 비범하질 않잖아. 그러니까
찾아가. 만나. 너의 공간은 너무 좁아. 그게 문제. 어둠의 마법조차 숨막혀 할 만큼. 뛰쳐나와. 지팡이로 쏴. 제발 날아다니라고.
아오, 빡쳐! 그래서 머글이 문제야. 빗자루도 탈 줄 모르고! 어우, 답답해. 다들 너무 걸어들 다녀. (하며 자신의 뱃살을 어루만진다)
무튼 머글머글머글머글. 우리들은 너를 바래.
우리가 사모하는 여자란 걸 잊지마.
하, 나 오늘 말 너무 많았어. (한 잔 먹고 바에 고꾸라진다)
_41~44쪽
안녕 난 할매이니라.
여자 꼬시기 쉽다? ?매. 여자 꼬시기가 월매나 어려운디! 특히 나 같은 감귤할망 진 출신, 정말 꼬시기 어려워. 워어매, 진짜. 내 맴 한번 훔쳐보게나.
그리고 남정내 꼬시기가 어렵다고? 오, 절대 아냐. 길 가는 고양이보다 꼬시기 쉽당께. 정말.
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껄.
컹, 자꾸 막걸리가 넘어오네.
무튼.
남자건 여자건 왕자건 중자건 어떤 성으로 묶어서 확 어거지로 보편화시키려는 연애 썰쟁이들이 많던디, 그거 다 믿지 마. 그냥 대충 듣고 참고만 하는 거여. 왜?
사람은 정말 엄청 다양하다우.
인형 같은 외모 아니면 상종을 안 하겠다는 철없는 남정네도 있고, 자기 말에 거칠게 응수하며 자신을 기죽이는 여자에 끔뻑 죽는 남정네도 있지. 후자의 남정네한테 가서 “워매, 안녕하셔요, 우리 같이 조용한 다방 가보아유.” 이러면 그 남자 숨 막혀서 뒤지제. 정말.
그리고 또 들어봐. 청순한 긴 머리를 좋아하는 남정네 아무리 많대도 요즘 들어 손자스러운 사내머리도 은근한 인기. 그러니 이 구십 먹은 노인네가, “엄허, 아가씨 이것이 요즘의 핫이슈, 잇 아이템, 워너비 스타일이에요.” 이렇게 요번년도 남자후리기 비법을 진리랍시고 가르쳐줄 수 있겠는가? 어림 반푼어치도 없는 소리.
이봐, 그러니 그냥 막 부딪치게. 댁네 맘대로. 그것이 사랑이야, 그리고 연애야. 푸릇푸릇 파릇파릇 짜릿한 씨추에이션!
그대가 애교쟁이라면 애교로 대시하고 그대가 지혜롭다면 지성으로 대시하고 그대가 시인이라면 시 한 수 읊으며 그 놈 귓가 간질여보아, 당장.
자고로, 지가 가진 걸로 승부보는겨, 모든 사랑은.
그러다 차이면? “아오, 샹, 너 보는 눈이 없구나.” 하며 저 숱하게 널려있는 다른 남정네에게로 미친 척 찾아가는 걸세. 말만 쉽다고? 아냐, 쉬워. 우리 아가가 이걸 어렵게 느끼는 이유 말이여, 자꾸 계속 그대가 걱정해서 그랴. 다칠까 걱정, 비웃음 살까 걱정, 거절당할까 걱정. 이해는 돼. 나도 젊었을 때 그럈어. 근데근데 말일세, 정말 그런 근심 다 허망하고 아무 쓰잘 데 없어. 사람은 다 지 멋에 사느라 남 신경도 잘 안 써. 쓰는 척하다가도 다 금세 잊는겨.
그러니 걍 도전혀. 막 부딪치는 겨.
벌써 그대 말뽄새, 참으로 쫀득하고 이쁜데 뭘 그렇게 망설이는가. 가서 빨리 녹이라니까!
그럼 행운을 빌겠네. 아가, 파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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