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것을 고수하려고 하면 센스 없는 사람이 되고, 최신 기술에 합류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이 되고 만다. 식사를 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지 않으면 게으름뱅이가 되고, 몸을 편히 기대고 시간을 보내는 사람은 잠재적인 실업자가 된다. 쉬는 자는 녹슬고 만다.
부유한 나라일수록 국민들이 움직이는 속도와 박자도 빨라진다. 빨리 말하고 빨리 일하는 문화권에서는 대다수 사람들이 어디를 가든 빨리 다닌다. 산책을 나가는 사람도 약속이 있는 사람보다 느리게 다니지는 않는다. 더 중요한 것은 어떤 직업을 갖고 있느냐 하는 것이다. 즉, 매니저들은 일반 근로자보다 더 빨리 움직이고, 일반 근로자는 실업자보다 빨리 움직인다. 북부 함부르크 시에서 사람들이 걷는 속도는 독일에서도 기록적이다. 반대로 남부 바이에른 주의 시골 사람들은 오히려 천천히 걸어다닌다. 뉴욕에 사는 사람들은 거리를 지날 때 그리스 농부보다 두 배나 빠른 속도로 걸어간다. 도시가 크면 클수록 손목시계를 차는 사람들 수도 많아지며, 공공장소에 걸린 시계의 정확성도 높다. 또 사람들이 자신의 시간 계획표를 들여다보는 횟수도 늘어난다. 속도는 전염된다.
속도의 증가는 사람들의 건강에 분명히 심각한 영향을 미쳤으므로, 통계학자들은 여기서 특히 집단적 고통을 야기하는 직업이 어떤 것인지를 찾아냈다. 그들이 신경병 환자들을 관찰한 결과 인쇄공, 철도직원, 여자 교환수들은 새로운 ‘질병’에 걸릴 가능성이 컸다. 기차 노선과 전화 라인이 함께 확장되고, 대다수의 공장에도 속도 빠른 기계들이 설치되자, 이처럼 정신을 망가뜨리는 분주함은 최고조에 달했다.
“목동들의 시대가 사라진 것을 무엇 때문에 뒤늦게 슬퍼하는가!” -르 코르뷔지에
“시간 낭비와 재료 낭비의 차이점은, 시간 낭비는 다시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이다.” -헨리 포드
“부와 속도야말로 온 세상이 경탄하고, 누구나 그것을 향해 노력하는 것이 되었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예전에 마차를 타고 학교에 다니던 세대가, 이제는 밖으로 나가면 확 트인 하늘 아래 구름 외에는 모든 것이 변해가는 풍경 속에 서게 되었다. 그 구름 아래에 서 있는 것은, 위협적인 폭풍과 폭발의 영향권 안에 들어 있는 왜소하고 연약한 인간의 몸이었다.” -발터 벤야민
---본문 중에서
스톱워치의 사용에 힘입어 엔지니어들은 ‘시간을 낭비하는 작업과 시간을 줄이는 작업’에 대해 연구했다. 그들은 개별 작업공정에 걸리는 시간을 정했다. 그리고 그 시간에 맞추어 근로자들에게 작업규정을 제시하고, 근로자가 시간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것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았다. […] 테일러는 엔지니어들에게 최소 단위의 노동량까지 측정해 그에 걸리는 시간을 연구함으로써 ‘시간을 빼앗는 모든 잘못되고 무익한 동작’들을 배제하고, 오직 ‘가장 빠른 최적의 작업도구’만 사용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 효과는 곧 속도로 이해되었다. 이후부터 합리적인 운영에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활동을 다름 아닌 시간을 단축하는 것으로 이해했다.
이 ‘빠른 통화기’ 앞에 앉아서 일하다 보면 스트레스와 귓속에서 윙윙거리는 소리, 두통, 현기증이 생기기 일쑤였다. 그것은 통화량이 많아져 연결해주는 속도가 빨라지고, 극도로 정신을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신경에 부담을 주었다. 그 스트레스는 기존의 어떤 직업보다 극심했다. 전화국 책임자들은 이런 종류의 노동이 기계를 이용해 실을 짜는 것보다 훨씬 더 사람들에게 무리를 준다는 것을 금세 알아차렸다. 그들은 즉시 여자 교환원의 근로 시간을 하루 8시간에서 7시간으로 줄였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