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르주라의 오솔길들에는 지프와 트럭의 잔해, 땅에 새겨진 목숨을 건 싸움의 상처 같은 전쟁의 흔적들이 흩어져 있다. 보잘것없는 것으로 연명하면서 자신들의 언어와 문화를 위하여 가난하게 맨손으로, 그러나 자랑스럽게 부자처럼 싸우기를 그치지 않았던 저 산악의 주민들. 저녁에 내 방에서 학생들의 숙제를 고치고 수업준비를 마치고 나면 나는 글을 써보려고 노력한다. 밤이 되어 어두워지고 가스 난방이 쉭쉭 휘파람 소리를 낸다. 유령들이 나타나는 시간. 트랑에서의 어린 시절, 내 형제자매들, 우리 부모님들의 싸움, 아버지의 죽음 등 마치 내가 벌써 너무 늙어버리기라도 했다는 듯 너무나 많은 추억들이 되살아나는 시간이다. 내 나이 스무 살. 나는 카빌리아에 와 있다. 나는 이 모든 추억들, 여기 카빌리아에서 나를 찾아드는 이 모든 것들을 무엇에 쓸지 알 수가 없다. 그래서 글을 쓴다.
--- pp 96-97
영원은 현기증이 난다. 나를 빨아들이는 나선형과 같다. 모든 것에는 반드시 끝이 있다. 영원한 삶, 항상 계속되는 삶을 어떻게 상상한단 말인가? 숨이 막힌다. 심장이 솟구쳐 목구멍에 걸리는 것만 같다. 나는 미루나무들이 늘어선 길에서 발걸음을 멈추지 않을 수 없다. 나는 마치 몽유병자처럼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항상”이라는 말을 되풀이한다. 삶은 어쩔 수 없이 영원한 것이다. 그러나 항상이란 불가능하다, 하고 트랑에서 나는 어느 여름 날 빌라르무아로 가는 길 위에서 혼자 생각한다.
--- pp 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