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련님』은 일본 근대문학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의 초기작 3편을 새롭게 엮은 소설집이다. 그중 「도련님」은 문고판이나 만화 등으로 우리에게 읽혀졌던 것이고 「깊은 밤 고토 소리 들리는구나」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글이다.
1867년에 태어난 나쓰메 소세키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 『마음』, 『행인』 등의 작품을 썼으며 일본 천 엔짜리 지폐에 등장할 정도로 일본 국민에게 사랑 받는 작가이기도 하다. 우리로 치자면 이광수, 최남선 정도의 위치에 있는 작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가 죽은 지 80여 년이 지난 오늘에도 그의 작품들은 해마다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고 있다고 한다.
1906년에 발표된 작품인 「도련님」은 일단 재미있다. 책을 읽는 동안 입가에서 웃음이 사라지지 않고 때로 소리 내어 웃을 수 있을 정도로 재미있다. 100년 전의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매력적인 인물 `도련님'이 그 웃음을 만들어내는 주인공이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천성이 워낙 막무가내인지라 손해만 보고 살았다. 초등학교 때 학교 건물 2층에서 뛰어내려서 허리를 삔 적이 있다. 2층에서 뛰어내려? 왜? 라고 묻는다면 별달리 할 말은 없다.”
스스로 막무가내임을 인정하면서 `도련님'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단순하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고 거짓말은 하지 못하는, 대쪽같이 올곧은 성격의 `도련님'은 부모와 형으로부터는 사랑 받지 못하지만 단 한 사람, 하녀였던 `기요'에게서만은 예외였다. 기요는 늘 그를 칭찬하고 애정과 관심을 기울인다.
그런 도련님이 조그마한 시골 중학교의 수학 교사로 부임하여, `빨간 셔츠', `거센 바람', `호박 끝물' 등, 제멋대로 선생님들에게 별명을 붙여 가며, 어지간히도 말 안 듣는 학생들 속에서 좌충우돌의 사건들을 겪게 된다. 좋고 싫고, 옳고 그름이 분명한 부류인 도련님에게는 속을 알 수 없는 사람들(아마 대다수의 사람들이 그러할지 모르는데) 이 이해할 수 없는 부류다. 도쿄 토박이 도련님의 시골학교 생활은 세상을 살아나가는 방법과 인간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생각해보면 이 세상 많은 사람들은 나쁜 길로 들어서는 걸 당연하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나쁜 것에 물들지 않으면 이 사회에서 성공할 수 없다고 믿고들 있는 것 같다. 가끔 솔직하고 순수한 사람을 보면 `도련님, 부잣집 도련님' 하면서 비꼬곤 한다. 그렇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에서 `거짓말하면 안 된다. 솔직해야 된다.' 라고 가르치지 말고 차라리 `거짓말하는 법'이라든가 `사람을 의심하는 기술', `사람 등치는 술책'을 가르치는 편이 이 세상을 위해서도 그 사람을 위해서도 도움이 될 것이다.”
막무가내이긴 하지만 자신이 옳다고 느끼는 대로 살아가는 도련님의 눈에 비친 인간들은 눈에 보이는 진실을 때로 거짓과 의심으로 포장하는, 알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거짓과 의심을 풀어내고 인간의 진심을 바로 볼 수 있는 솔직하고 용감한 사람이 아쉬운 때가 바로 지금일지도 모른다.
어찌 보면 한 편의 유쾌한 성장소설 같기도 하지만 인간에 대한 탐구 의식은 사뭇 진지하다. 훗날 인간 내면에 대한 깊은 성찰로 이어지는 소세키 작품들의 한 단면을 엿볼 수도 있을 것이다. `서울대가 추천한 고전 200선'에 선정되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지 않더라도 시대와 공간을 뛰어넘어 나쓰메 소세키가 주는 묵직한 감동과 유머는 느껴봄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