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부르지 말라고 했는데 또다시 강제 소환을 당하자 카이람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그래서 이번에야말로 소환자든 뭐든 죽여 버리고 말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나타났는데 하연이 천장에 깔려 죽을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 놀란 카이람은 하연을 죽여 버리겠다던 생각도 잊어버린 채 재빨리 하연을 구해내 트리엔시라 왕궁의 지하 미로를 빠져나왔다. 무너져 내려 완전 흙더미로 변해 버린 하룬 산의 정상을 보며 카이람은 어쩌면 자신의 소환자인 하연이 흙더미에 깔려 죽어버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자 하연을 그런 상황에 처하도록 방치해 둔 데바와 바토르에게 무시무시한 분노를 불태우지 않을 수 없었다. 카이람은 억지로 목소리를 누그러뜨리며 품속의 하연에게 물었다. [하연, 괜찮으냐?] 대답이 없어 이상해서 내려보니 하연은 충격 때문인지 기절해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도 갈루마를 꼭 움켜지고 있는 하연을 내려다보며 카이람은 새삼 하연이란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그는 하연이란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자신이 생각해도 그는 하연이란 인간에게 약했다. 그녀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지 들어줄 정도로, 어느 마신이 게임 CD 몇 장으로 계약을 하고 시종으로 마왕을 두 명이나 붙여주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