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장애를 가진 공립 초?중학교 교사는 전국에 10여 명이 있지만, 안내견을 학교에까지 데리고 다니는 교사는 전국에서 나뿐입니다(2009년 3월). 내가 느끼기에는, 교실에 안내견이 있음으로써 자연히 아이들의 마음도 온화해지고 상냥해지는 것 같습니다. “마린이 내 마음을 치유해주는 것 같아.”라고 말하는 학생도 있지요. 교실이라는 교육의 장에 사람과 동물이 공존하면서 동물의 존재감, 치유력을 절절히 실감합니다.---p.33
“눈도 안 보이는 선생님이 어떻게 수업을 하지?”
처음에는 학생들도 의아해하며, 불안한 마음을 가졌으리라 생각합니다. 지금까지의 생활에서 장애를 가진 사람과 접한 경우가 거의 없었을 테니까요. 실제로, 수업을 준비하는 시간은 시력을 잃기 전보다도 3배 이상 걸립니다. 나가토로 중학교에 부임이 결정되고 나서 몇 학년을 담당하게 될지 몰랐기 때문에, 나는 사전에 1, 2, 3학년 전체 교과서를 가와고에 시립도서관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녹음자원봉사단체에 부탁해 CD에 녹음해 놓았습니다.---p.35
“나는 장애가 있든, 장애가 없든 우리 모두가 함께 더불어 생활하면서 서로서로 도울 수 있는 따뜻한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들도 일상적으로 장애를 가진 사람과 접함으로써 자연스럽게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우게 되지요. 상대방을 배려하는 마음은 인생을 살아가는데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가치가 있습니다. 그러한 것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면 장애인이 교사라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고 생각합니다.”---p.89
전맹인 내가 일반 중학교에서 가르치다니, 잘할 수 있을까? 난 분명 잘 해낼 수 있을 거야. 아니, 못 할 수도 있어……. 자꾸만 마음이 흔들렸습니다. 마음이 흔들릴 때면 도망치지 말고 과감하게 맞서는 쪽을 나는 반드시 선택해야만 합니다. 앞을 못 보게 되고 절망에 빠져 허우적대다가 극단적인 선택까지 하려 했던 내가 교직으로 돌아왔을 때, 나는 앞으로 어떠한 고난이 닥친다 해도 내게 가능한 일이 주어진다면 일단 온 힘을 다해 받아들이겠노라고 맹세한 바 있기 때문입니다. “사회에 나가면 앞을 볼 수 있는 사람들과 더불어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두려워해서는 안 돼. 그것이 바로 장애인의 사회 참여라는 거란다.” 입이 닳도록 강조 또 강조하며, 나는 맹아학교에서 학생들을 격려해 왔습니다. 그 말을 이번에는 나 자신이 실천할 차례입니다. 나의 도전이 학생들이나 장애를 가진 모든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용기와 희망을 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했습니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더더욱 할 수 있는 일이 있다. 가르칠 수 있는 것이 있다.” 그렇게 자신을 분발시키며, 신천지를 향한 도전에 가슴이 벅차올랐습니다. ---p.199
절망의 나를 구해준 것은 여러 ‘타인’의 존재였습니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 실명하고 만난 사람들, 때로는 만난 적도 없는 사람들이나 책 속의 말들……. ‘사람은 사람을 도우며, 사람에게 도움을 받으며 살고 있다’는 말의 무게를 나는 절절히 실감하고 통감했습니다. 그리고 언제부턴가 나 자신도 누군가의 힘이 되겠노라고 다짐했습니다. 그 누군가란, 지금 내게 있어서는 매일 접하고 있는 학생들이겠지요.
‘지금의 나는 학생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나는 끊임없이 생각하고 또 생각합니다. ---p.299
나는 날마다 교단에 서는 기쁨을, 행복을 느낍니다. 시각장애가 있는 교사인 내게 부여된 책무이자 사명은 학생들의 표층에 현혹되지 않고, 학생들을 편견의 잣대로 재단하지 않고, 그 깊은 내면을 응시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내 왼쪽 눈이 희미한 빛을 감지하는 것처럼, 학생들의 말이나 목소리나 분위기를 감지하고, 학생들의 아주 미세한 마음의 움직임이나 흔들림까지도 느끼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으리라 믿으며, 매일 교단에 서 있습니다.
---p.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