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사 이원록이라는 이름을 거명하면 우리는 보통 독립운동가로서의 그의 삶을 떠올리게 되고, 그 고단하고 치열했던 생의 내력과 함께 그의 대표 시 〈광야〉, 〈청포도〉, 〈꽃〉, 〈절정〉 정도를 떠올리게 된다. 독립운동가로서 그가 우리의 기억 속에 더욱 뚜렷하게 각인되어 있는 까닭은 이처럼 그의 생의 내력과 함께 그의 글들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는 또 저항시인으로 각인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육사는 그의 나이 30이 넘어 시를 쓰기 시작해서 시인으로서의 경력이 10년에 지나지 않지만 그동안 36편의 시를 남겼다. 총 작품 수는 적은 편이지만 시를 쓴 기간이나 그가 문학에 관계된 일에 전념한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그가 남긴 작품 수가 적다고 할 수도 없다. 또한 그 개개의 작품들이 일정한 깊이와 수준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앞서 말한 대표작들 외에도 그의 시들을 전체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충분히 검토했을 때 그의 시가 단지 저항시로서만 씌어진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한국 시사에서의 그의 독특한 위치를 이해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