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1학년 열여섯 살 때, 나는 좋아하는 여학생이 생겨 그 여학생에게 연애편지를 쓰는 심정으로 시를 쓰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연애편지 쓰기가 시 쓰기의 시작이었고, 시 쓰기는 또 연애편지 쓰기의 대신이었던 셈이다. --- 「책머리에 _ 한 강물이 되어 흘러라」중에서
나태주 시인을 공주에서 처음 뵈었던 날, 시인과 잠깐 동안 함께하면서 나는 시인의 애정 어리고 소박한 시들이 어떻게 나오게 되었는지 조금은 알 수 있었다. --- 「첫 만남」중에서
무언가를 이루려고 아등바등 살기보다 내 옆에 있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웃으며 맛있는 걸 먹고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는 게 훨씬 더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산다는 게 참 별것 아닌 것 같다. --- 「죽음 앞에서」중에서
생각해보면 엄마는 지금의 내 나이 때 결혼을 했다. 나보고 지금 한 가정을 이루라고 하면 엄두도 못 낼 일인데, 엄마는 이 나이에 한 가정을 이루어 두 딸의 엄마가 되었다. 그러면서 포기하고 산 일이 참 많았겠지. 엄마에게 옷 한 벌 선물해 드려야겠다. --- 「소녀」중에서
왕따를 당하던 아이는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다 털어놓고는 울기도 했고 엄마가 그립다는 한 아이는 과외 시간 전에 아토피 연고를 준비해놓았다가 내가 올 때마다 연고를 발라 달라며 등을 까고 엎드리기도 했다. 우울증에 걸려 손목을 긋고 자해하던 학생의 학부모님께서는 학생이 나에게만 속이야기를 한다며 아예 공부는 필요 없으니 이야기만 들어달라고 하셨다. 자칭 일진이던 한 아이는 가출했다고 했는데 나와 과외를 하는 시간에만 집에 와서 수업을 듣고 수업이 끝나면 다시 가출했다. 아이들은 정말 단지 자신을 이해해주고 진심으로 대해주는 사람이 필요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