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해도 괜찮다’는 인식과 ‘죽여도 된다’는 인식의 간극은 생각보다 크지 않다.”
『트와일라잇 살인자들』에 등장하는 살인 사건의 피해자들은 소수 인종에 속하는 사람, 성소수자, 난민, 이주자, 정치적 소수파, 여성, 경제적 약자, 소수 종교의 신도 등이다. 이른바 ‘소수자’ 집단의 구성원들이다. 개인적인 이유보다는 그 소수자 집단에 속해 있다는 이유로 살해를 당한 것이다. 이런 식으로 피해자가 특정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편견이 사회에 만연하게 되면, 실제 차별로 이어지게 되고, 차별당하는 집단은 폭력의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차별당해도 괜찮다고 여겨지는 집단은 맞아도 되는 집단으로 간주되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 폭력의 가장 극단적인 형태가 살인이며, 더 나아가서는 그 집단을 말살하자는 집단 살해(제노사이드)로 이어지는 경우까지 있다.
증오 범죄나 범죄의 환경적 요인을 설명하는 논문이나 책은 제법 많다. 하지만 그것이 현실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짐작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책에 소개된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그 어떤 학술 문헌보다도 범죄 발생의 메커니즘과 맥락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관해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말이 칼이 될 때』 저자)
저자는 한국에서 변호사로 활동하다가 영국으로 이주하여 현지 로펌에서 일하고 있다. 양쪽 사회의 법제도에 능통한 전문가인 저자가 영국 사회에서 일어났던 끔찍한 범죄들의 전말을 소개한다. 읽다 보면 진저리가 쳐질 정도인데, 어느 순간 그 사건들이 멀리 떨어진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범죄들의 목록과 겹친다. 사회의 저변에 무지와 편견, 증오와 차별이 광범위하게 깔려 있을수록 잔혹한 범죄의 발생 빈도가 잦아지고 그 잔혹성이 극에 달한다는 인간 사회의 공통점이 선명하게 드러나는 것이다.
사건을 직시하고 그 원인을 밝혀내면서 인간성과 공동체에 대한 질문을 끈질기게 던져야만 이러한 비극을 사라지게 할 수 있다. 그러하기에 브렉시트를 반대하며 공동체의 통합을 외치다가 살해당한 하원의원 조콕스의 이야기는 이 책에서 가장 빛나는 부분이다. 저자의 말대로 ‘우리 사회가 정말로 기억해야 할 것은 누군가에 대한 미움과 폭력이 아니라 희생과 통합’이기 때문이다.
- 정연순 (변호사,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