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으나 길었던 3년 6개월이었습니다. 2002년 5월 14일 맑은 봄 햇살이 금빛처럼 쏟아지던 오후, 스페어 택시 운전기사로서의 설레는 첫 운행에 나서던 순간에서부터 삼년 반이 지나간 2005년 10월 25일 한밤에 병점에서 마지막 손님을 하차시키고 돌아오기 까지, 나는 참으로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넓은 세계를 보았고 각자 소중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손님으로 만났습니다. 이 기간의 날 수를 헤아려보면 1261일이 되고, 하루 평균 30명(팀)을 손님으로 태웠다고 계산할 때 모두 37830명의 승객을 태우고 내려준 것이 됩니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을 두루 만나고 도시와 도시, 또는 골목과 골목. 가보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숱한 지역과 동네를 택시 바퀴를 굴리며 달리는 동안. 갖가지 모습의 수없이 넓은 세상을 구경했으며 각자가 그 구성원인 삶의 이야기를 체감으로 경험하였습니다.
택시는 누구나 타고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이고 편리한 대중교통 수단이라는 생각과 신념으로 손님을 가리지 않고 태우다 보니 빛나는 열정으로 아주 멋지게 인생을 살아가는 꽤 알려진 유명인사에서부터 학박사, 중견 사업가나 직장인, 최종으로는 수두룩 노숙자에 이르기까지 승객으로 만나보지 않은 사람이 없습니다. 대체로 승하차 시간이 아주 짧은 것이 택시의 특성인 까닭에 대부분의 승객들과는 그저 잠시 스쳐갈 뿐으로 면면이 모두 생각나진 않지만, 많은 세월동안 택시 운전에 임해온 선고참 제위가 모두 그랬던 것처럼 특별하고 잊을 수 없는 기억들이 얼마간쯤은 있게 되었습니다. 내가 나니까 그같이 생각되는 건지 모르겠으나 나는 특히 많은 사람들과의 많은 특별한 이야기를 공유하고 있다는 자임입니다.
현직의 택시 기사 시절부터 내가 경험하고 체감으로 느낀 그 여러 편의 만남과 소감들을 한권 책으로 만들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택시기사의 눈으로 본 세계, 온몸과 마음으로 접하고 부닥쳐본 세상을 한 편 한 편 글로 써서 남겨보고 싶다는 욕망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의 세상사는 모습이며 생생한 삶의 현장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택시 운전석을 떠난 지 7년이나 되어 이제야 그 희망을 완성합니다. 이 이야기들은 오늘도 대중교통 한 축의 현장에서 땀 흘려 일하는 택시기사 여러분께는 좋은 반면거울로서, 또 나를 비롯하여 다 같이 잠재적 택시 손님인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는 아침 이슬처럼 맑고 풋풋한 휴식 공간이며 삶의 단면적 대화체로 읽혀지기를 소망합니다.
그리고 이 한권의 책이 택시기사들에겐 파이팅의 박수와 용기로, 언제나 택시 손님이 될 모든 분들에게는 택시를 더욱 신뢰하고 따듯하게 배려할 수 있는 계기의 장()이 되기를 기대합니다.

IMF를 이겨내고, 얼어죽었던 세상의 모든 풀들이 소생하듯, 2000년대의 한국은 그야말로 따뜻한 봄이었다. 1980년대를 교위 정치인의 비서와, 젊은 사회운동가로 보냈던 한 사람이 뜻하지 않은 좌절로 인하여 노무자로 전락한다. IMF가 휩쓸고간 1990년대 말의 춥고 암울한 시절을 견뎌내고 2000년대에 들어서 택시기사로서 새 삶을 시작한 그가 세상을 바라보고, 보듬는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시선과, 사회운동가 출신 다운 날카롭고 명석한 시선으로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 한국의 따뜻하고, 서글프며, 아름다운 우리 이야기를 시작한다! 택시기사로서 3년 반을 보내며 만난 다양한 빛깔의 사람들은 우리 한국인의 자화상이고,꼼꼼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써내려간 그의 필체는 우리 삶을 날것 그대로 되돌아 볼 수 있도록 만든다. 서정시인이기도 한 김창원의 이야기는 2012년 겨울, 삶에 지친 한국인들을 정화의 순간으로 인도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