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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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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행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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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312쪽 | 568g | 135*195*30mm
ISBN13 9791163890119
ISBN10 1163890111

중고도서 소개

사용 흔적 약간 있으나, 대체적으로 손상 없는 상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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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재미있구나, 라고 고타는 희열을 곱씹고 있었다. 마음에 든 여자와 단둘이 겨울철 최대의 취미인 스노보드를 타러 온 것이다. 오늘부터 이틀 동안, 내내 함께 지낼 수 있다. 숙소는 스키장 옆에 자리한 호텔이다. 밤에는 어떤 식으로 보낼까. 상상은 한없이 펼쳐져갔다. 다만 그 상상이 지나치게 비약하면 스노보드는 뒷전이 될 것 같아 적당히 억눌러뒀다.
드디어 계단을 다 올라섰다. 스노보드 커버를 넣어둔 바구니가 놓여 있었다. 고타는 팔을 뻗어 두 장을 집어다 한 장을 모모미에게 건네주었다. 모모미가 보드에 커버를 씌우는 게 서툴러보여서 옆에서 도와주었다. 어떤 스키장 곤돌라를 이용하건 항상 생각하는 것이지만 보드커버는 왜 이렇게 끼우기 힘든지 모르겠다. 좀 더 연구해서 간편하게 해줄 수 없나, 하는 생각이 들고 만다.
승차장이 가까워졌다.
“죄송합니다. 곤돌라, 합승 좀 부탁합니다!” 젊은 여자 담당자가 높은 목소리로 알리고 있었다. 모모미와 단둘이 타고 싶었던 고타로서는 그리 달갑지 않은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렇게 사람들로 붐비는 상황에 불평은 할 수 없다. 이 스키장의 곤돌라는 최대 12명이 탈 수 있는 대형인 것이다.
고타와 모모미 차례가 되었다. 빈 곤돌라가 빙 돌아 앞으로 다가왔다. 먼저 모모미를 태우고 고타는 그 뒤를 이어 올라갔다. 안쪽 좌석에 앉은 그녀를 마주하는 모양새로 자리를 잡았다.
당연히 낯선 그 팀이 뒤따라 들어왔다. 여자들로만 구성된 4인조로, 미처 자리에 앉기도 전부터 와아와아 뭔가 의미를 알 수 없는 탄성을 내뱉고 있었다. 줄에 서있을 때부터 종알종알 수다를 떨던 여자들이다. 하필이면, 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곤돌라 승차시간은 10여 분, 잠시 참을 수밖에 없다.
(중략)
“보드복하고 장갑만 샀어. 근데 고글도 함께 살 걸 그랬나봐. 이거, 금세 김이 서리는 것 같아.” 그렇게 말하고 빨간 보드복의 여자가 고글을 벗었다. 그 참에 페이스마스크가 벗겨지면서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그 순간, 고타는 심장이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빨간 보드복의 여자는 미유키였다.
그리고 미유키는 고타의 동거 상대였다.
--- p.12~16

그런 히다에게 드디어 생긴 여자친구가 하시모토였다. 작년 4월에 계약직으로 들어온 여성으로, 상당한 미인이다. 예전에 건축 관련 일을 했다는 괴짜 이력을 갖고 있지만 음식업계 쪽 경험도 있다고 해서 요식부에 배속되었다. 그걸로 두 사람이 알게 된 것이다.
미즈키는 하시모토와는 거의 대화를 나눌 기회가 없었지만 아키나는 그녀와 동갑이기도 해서 근무지는 서로 달라도 친하게 지내는 모양이었다. “하시모토 씨가 똑똑하고 침착해서 폭주 버릇이 있는 히다에게는 딱 좋은 사람인 것 같아”라는 얘기였다.
그런 좋은 상대를 놓친다면 언제 또다시 히다에게 봄이 찾아올지 모르는 상황이다. 그래서 어떻게든 프러포즈를 성공적으로 치르게 해주고 싶었던 것이다.
그렇기는 해도 서프라이즈라니, 대반전이라니, 이것 참, 너무 어렵다…….
미즈키는 잔을 들어 맥주를 벌컥벌컥 마시고 무심히 벽 쪽의 텔레비전에 시선을 던졌다. 흘러간 옛날 연속드라마 영상이 흐르고 있었다. [월광가면]이다. 질풍처럼 나타났다 질풍처럼 사라지는 월광가면은 누구일까요, 라는 주제가 노랫말이 자막으로 나오고 있었다.
머릿속에 번쩍 떠오르는 게 있었다. 미즈키는 테이블을 타악 쳤다.
“좋은 생각이 떠올랐어!”
--- p.96~97

그다음에 리프트에 같이 탄 남자들은 스키어 2인조였다. 나이가 30대 후반이라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자꾸 고글을 벗어보라고 졸라대는 데는 할 말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얼굴도 모르는 채 대화하는 거, 시간낭비라고 생각하지 않아요? 고글 벗자마자 실망했다는 말을 듣는 것보다 미리 얼굴 보여주는 게 더 나을 것 같은데.”
“하지만 MC가 파티 회장에 들어갈 때까지는 되도록 고글을 벗지 말라고 했어요.”
“그거야 가능하면 그러라는 거죠. 괜찮아요, 본인들끼리 합의하면. 자, 우선 우리가 먼저 고글을 벗을 테니까 그다음에 결정해도 좋아요.” 그렇게 말하자마자 남자는 고글을 위로 올렸다. 옆의 남자도 똑같이 했다. 둘이 나란히 어떠냐는 듯이 웃음을 건네왔다.
아, 그렇구나, 라고 모모미는 이해했다. 둘 다 용모가 단정한 편에 속했다. 아마도 자신이 있었던 것이리라. 그렇다면 파티 때까지 감춰뒀으면 좋았을 텐데, 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런 곳에서 신이 나서 얼굴을 드러내는 그 경박함이 모든 것을 망쳐버린다는 생각은 못하는 것인가.
“우리는 파티 때까지 안 밝히는 걸로 할게요.” 저절로 냉담한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 p.142~143

‘겔렌데 마법’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겔렌데에서 만나면 이성이 실제보다 몇십 퍼센트쯤 더 멋있어 보이는 현상을 말한다. 고글로 얼굴을 확인하기 어렵다든가 스키복으로 몸매를 가릴 수 있다든가 스키나 스노보드의 실력을 보고 눈이 어두워지기 때문이라는 등의 이유가 있다고 한다. 눈밭에서 도움을 받고 자상한 배려를 받다보면 마음이 움직인다, 라는 것도 있다.
--- p.165

“아버님, 제가 잘 몰라서 여쭤보는 건데요.” 쓰키무라는 슬쩍 입을 핥고 신중하게 첫 머리를 뗐다. “스노보드가 그렇게 좋지 않습니까?”
“좋지 않고 말고 할 정도가 아니야. 그건 악이야. 불량한 놈들이나 하는 짓이라고.”
“하지만 스노보드는 동계올림픽 경기 종목에도 올랐는데요.”
“그게 잘못이라는 게야.” 데쓰로가 씁쓸한 듯이 말했다. “그런 것을 스포츠로 인정해서는 안 돼. 하프파이프라는 게 있지? 그건 곡예 이외에 아무것도 아니야. 그런 건 서커스단에 가서 하면 될 거 아니냐고.”
하지만 최근에는 스키 하프파이프도 있는데요, 라고 말하고 싶은 것을 쓰키무라는 지긋이 참았다.
“하루키, 자네는 잘 모르겠지만 그 녀석들 옷차림을 보면 정말 어이가 없어. 완전히 양아치 건달이야. 지금 미리 말해두겠네. 만일 아이가 생기더라도 반드시 스키를 가르치라고는 하지 않겠어. 그건 자네 부부가 결정할 일이야. 하지만 스노보드만은 안 돼. 그것만은 명심해주게.”
네, 명심하겠습니다, 라고 쓰키무라는 전방에 시선을 향한 채 대답했다. 사토자와 온천스키장이라는 표지판이 보였다. 쓰키무라가 가장 좋아하는 스키장이다. 지난달에도 직장 동료들과 함께 왔었다.
단 스노보더로서―.
--- p.177~1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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